[기자수첩]#정인아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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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인아미안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1.01.05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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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오동통한 볼살, 앙증맞은 작은 몸이 손에 쥐면 깨질까 불면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아이를 길렀다. 그렇게 출산과 육아로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터에 나왔다. 아기의 몸에 작은 생채기만 나도 잘못된 것이 아닐까를 염려하며 사랑으로 길러낸 14개월. 갖은 애교와 응석을 부리며 웃는 아기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 것과 같은 기쁨이다.

입양 당시 정인이도 그렇게 작고 여린 몸으로 양부모에게 왔을 것이다. 하지만 16개월 정인이는 부모의 사랑은 제대로 느껴보지 못한 채 양부모에게 모진 학대를 당한 뒤 숨을 거두고 말았다. 최근 SBS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방영된 ‘정인이’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생후 7개월 무렵 입양돼 양부모에게 끊임없는 학대를 당한 정인이는 ‘외력에 의한 복부 손상’을 사인으로 지난 10월 13일 숨을 거두고 말았다.

‘정인이’의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눈에는 하염없는 눈물이 흘렀다. 비슷한 시기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로서 어떻게 작은 아기를 그렇게까지 학대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은 학대를 가한 양부모와 관련된 기독교 키워드였다. 둘 다 독실한 기독교 목회자의 아들과 딸로 자라나 기독교 계열 대학교 CC로 만나 결혼까지 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금할 수 없었다. 그 사실이 취재를 통해 드러나자 많은 이들의 비난의 화살이 양부모와 함께 교회와 그리스도인에게도 같이 꽂혔다.

그들이 ‘진짜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제3자가 보기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의 환경이었다. 같은 기독교인으로 부끄러워졌다. 이제껏 교회를 향한 사회의 지탄도 ‘일부의’ 몰지각한 기독교인과 교회를 향한 것이고 자위했던 기자의 생각에도 점점 균열이 갔다. 정인이를 향한 미안함과 속상함, 그리고 양부모를 향한 분노와 미안한 마음으로 애끓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십자가를 바라보았다. 누구의 잘못일까.

정인이를 죽음으로 몰고 간 양부모 뒤에 그를 방관했던 입양기관과 세 차례의 학대신고에도 다시 양부모에게 돌려보낸 관공서.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정인이와 같은 방치된 아이들이 보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제 내가 분노를 쏟아야 할 곳은 학대받은 아이들을 향해 너무나도 무관심했던 나 자신과 이 사회를 향해야 한다는 것을. #정인아미안해 #우리가바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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