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 위해”…거점병원 자원한 기독 병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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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생명 위해”…거점병원 자원한 기독 병원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2.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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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명대 코로나19 대유행, 대구동산병원 역할 재조명
의료선교 박애병원, 수도권 첫 민간 거점병원 결단해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평택 박애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정세균 국무총리가 최근 평택 박애병원을 방문해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1천명대를 기록하면서 방역당국이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 신앙에 따라 의술을 펼치고 있는 기독 병원들의 섬김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월 대구에서 코로나 환자가 폭증할 당시 병원 전체를 코로나 거점병원으로 제공한 대구동산병원과 수도권에 치료 시설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선뜻 병원 전체를 내놓은 박애병원이 그 주인공이다. 

대부분의 민간 병원들이 재정 문제나 병원 이미지 때문에 코로나 환자를 받기 꺼려하는 것과 달리 기독병원들의 선제적이고 헌신적인 노력은 긴박한 상황에서 ‘생명’을 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있다. 

지난 2월 21일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지 하루 만에 병원 전체를 코로나19 환자 진료공간으로 바꾼 대구동산병원은 6월 29일까지 약 4개월 동안 906명 의료진이 투입돼 1,048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기독의료선교단체인 글로벌케어에서 중환자 치료장비 등 긴급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의료진을 파견하면서 측면 지원에 나섰다. 

조치흠 병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121년 전 선교사님이 오셔서 만든 병원으로 기독교의 사랑과 사회적 책무를 하기 위해 병원을 다 내줄 수 있었고 대구를 위해 저희들이 보다 헌신적으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6월 대구동산병원에 직접 방문해 의료선교박물관을 돌아보고, 헌신적으로 치료해준 의료진에게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격려했다. 대구동산병원이 속한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1899년 미국 존슨 선교사가 영남지역에 최초로 서양의학을 도입한 의료기관이다. 개원 이후 의료 발전뿐 아니라 사회구제와 무의촌 진료활동 등 수많은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대구시는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인 의료진을 기억하기 위해 ‘기억의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3차 대유행을 맞아 치료시설 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수도권에도 기독병원이 먼저 지원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민간병원 중 처음으로 수도권 거점병원으로 나선 박애병원은 1957년 설립된 평택 최초의 종합병원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환우들을 치료해온 곳이다. 

박애병원 김병근 원장은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는 것을 보면서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누군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한다”며 220개 병상 전체를 비웠다. 김 원장은 “보상이 원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모든 것을 계산하고 할 수는 없다”면서 “부족한 부분은 경영진인 원장의 책임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지기까지 했다. 급기야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19일 박애병원을 직접 방문해 의료진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박애병원이 이처럼 어려운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병원이 그동안 의술을 지역사회와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눠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병원은 선교단체들과 협력하면서 해외에서 온 선교사들을 지원해왔다. 

거점병원 결단을 이끈 김병근 원장은 한국대학생선교회(CCC)에서 의료선교 비전을 품었으며, 2007년 박애병원에 부임한 이후에도 의료진들과 꾸준히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왔다. 코로나19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위기의 때에, 예수님의 사랑을 의술로 전하고 있는 두 병원의 섬김이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안양샘병원 박상은 미션원장은 “서양 선교사들이 병원을 세워 조선에 창궐했던 전염병을 치료하고 복음을 전했던 것처럼 두 병원이 그 빚을 갚는 헌신의 큰 결단을 해주었다. 지금처럼 어려운 때에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나서준 두 기독 병원에 고마운 마음이며, 고통을 분담해준 병원 직원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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