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렸다’고 말하기 전에…“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상태바
‘틀렸다’고 말하기 전에…“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12.18 12: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해와 이해: 마지막 이야기 - 오해를 넘어 이해로 가는 길

갈등사회라는 말이 익숙하다.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고 섬기는 모습은 오히려 낯선 풍경이 됐다. 서로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면서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을 가지고 비판을 쏟아낸다. 나와 다른 생각은 틀린 생각, 곧 옳지 않은 생각이 된다. 심지어 교회 안에서조차 마찬가지다.

그래서 올해 기독교연합신문은 문을 두드리고 귀를 열었다. 얼핏 대중들이게 이해를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도 거리낌 없이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소위 태극기 부대라 불리는 이들에게 찾아가 태극기를 흔드는 이유를 물었고,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힌 진보 크리스천의 항변도 귀에 담았다. 깊고도 깊은 갈등의 골짜기를 건널 다리, 오해에서 이해로 나아갈 길은 바로 경청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보수와 진보 기독교인, 목회자 자녀와 선교사 부모, 부교역자와 담임 목회자, 모태신앙과 나 홀로 크리스천 등 기독교연합신문이 올해 만난 사람들만 36명에 이른다.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우리 안의 오해는 조금이나마 이해로 바뀌었을까. 지난 1년을 뒤돌아봤다.

 

내 안의 오해를 깨뜨리다

오해는 멀리 있지 않았다. 부끄럽지만 취재 현장에서 그들을 만나는 기자들도 오해와 선입견을 품었다. 내가 틀릴 리가 없다는 강한 자기 확신에 취해 스스로가 색안경을 쓰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며 가장 먼저 오해가 무너져 내린 것은 다름 아닌 기자들이었다.

김수연 기자는 다문화 가정의 경우 선진국이면 국제결혼이라고 우러러보지만 후진국이면 무시한다고 힘들어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으며 내 안에도 그런 편견이 내제돼있는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면서 나부터 고쳐야겠다, 반성해야겠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고백했다.

올해의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나는 입니다는 한국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기자 스스로에게 쓰는 글이기도 했다. 물론 만나는 사람 모두를 완전히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을 발견했다. 비록 나와 생각이 다를지라도 결코 무시하고 매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손동준 기자는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대방을 내 마음대로 규정짓고 존재하지 말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는 안 됨을 느꼈다면서 나와 생각이 달라도 존재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기존에 교회에서 터부시되고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풀어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정치색이 섞여 예민한 보수·진보 기독교인에 대한 이야기, 돈을 벌려고 사회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적나라한 질문, 죄인으로 취급됐던 자살 시도자들의 경험담은 어쩌면 이번 기획이 없었다면 쉽게 듣지 못했을 우리네 이웃들의 삶이다.

이인창 기자는 이런 주제들이 교회 안에서 이야기됐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인터뷰 대상자들도 평소 언론들이 주목하지 않던 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전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해로 가는 열쇠, ‘경청

경청을 통해 우리 안의 갈등과 오해의 폭을 좁혀보고자 했던 이번 연중기획은 수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한국기독언론인연합회(CJCK)가 선정하는 제12회 한국기독언론대상에서 기독문화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것. 주간신문으로 발행되는 언론이 한국기독언론대상에서 수상한 것은 올해 기독교연합신문의 연중기획이 처음이다.

한국기독언론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기태 교수(호남대 신문방송학과)기독교연합신문의 보도 오해와 이해는 정치·종교적으로 양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현실에 서서 다양한 자리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낸 적절한 시도를 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상갑 목사(산본교회·청년사역연구소장) 역시 오해를 뛰어넘기 위한 길로 경청을 꼽는 것에 공감했다. 이 목사는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청이 정말 필요하다. 상대방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오해를 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서 로마서 12장의 말씀처럼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도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21세기지만, 그럴수록 대화와 소통의 장은 오히려 좁아지고 있다. 이 목사는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는 시간보다 유튜브와 대화하고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얻는 시간이 많아진 시대다. 특히 유튜브는 알고리즘에 의해 자신의 비슷한 관심사만 지속적으로 보게 된다면서 그런 점에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와 경청을 시도한 기독교연합신문의 이번 기획이 갖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갈등이 깊어질수록 본질이 무엇인지 묵상할 것을 조언한 이상갑 목사는 성경에도 대화를 통해 오해와 갈등을 해결한 사례가 있다며 사도행전을 펼쳤다.

이방인에게 복음을 전하던 바울과 바나바에게 어떤 이들이 이방인도 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다툼이 일었다. 자칫 큰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바울과 바나바는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사도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고 서로의 생각을 나눈 뒤 합리적인 해결책을 이끌어냈다. 베드로 역시 이방인인 고넬료와 밥을 먹었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오해하고 비난했던 사람들과 대화로 갈등을 해결했다.

완전한 이해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갈등의 씨앗이 아닌 갈등의 중재자가 돼야 할 크리스천이라면, 적어도 몰지각한 오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절대 이해하지 못하리라 여겼던 이들을 향해, 이제는 비판과 정죄에 앞서 귀를 열자. 오해를 넘어 이해로 가는 길은 결국 대화와 경청에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