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개정’ 국회 공청회, 전문가 다수 ‘낙태죄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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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개정’ 국회 공청회, 전문가 다수 ‘낙태죄 유지’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2.15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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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낙태죄 개정 시한 앞두고 지난 8일 공청회

여·야 추천위원 중 6명 “낙태죄 유지해야” 입장

정부안·의원안 등 6건 계류, 개정시한 12월 31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내리면서 개정 시한으로 못 박은 올해 1231일까지 대한민국 국회가 낙태죄 개정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 되고 있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0월 임신 14주까지 낙태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또 낙태죄를 개정 또는 폐지하자는 주장의 관련 법안 5개가 함께 국회에 상정되어 있다.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으로, 지난 8일 국회 본관에서 낙태죄 개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 진술인은 여야 합의에 따라 추천된 8명으로 결정됐다. 공청회에는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이흥락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연취현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전문위원 변호사,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음선필 홍익대 교수, 김혜령 이화여대 교수, 최안나 낙태법특별위 간사 등 8명이 참석해 낙태죄 개정에 대해 의견을 피력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개정안 내용을 중심으로 10분 내외 주제발표를 한 후 법사위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정부 개정안은 형법과 모자보건법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처벌과 허용 규정도 일원화 하면서, 임신한 여성의 임신유지·출산 여부에 관한 결정 가능기간을 임신 24주 이내로 설정하고, 이를 다시 임신 14·24주로 구분해 허용 요건을 차등 규정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임신 14주 이내에서는 절차 요건 없이 임신 여성 본인이 낙태를 결정할 수 있고, 15~24주 이내는 현행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에 한해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다. 사회 경제적 사유로 낙태하는 경우 상담과 24시간 숙려기간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 8명 중 여당 추천위원 2명과 야당 추천위원 4명은 낙태죄 폐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정현미 대학원장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 보호의 실제적 조화를 위해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허용범위를 현행보다 다시 확대하는 것이 헌재 결정 취지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흥락 변호사는 태아의 생명권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비교할 경우에도 인정되어야 하고, 임신 여성에게 태아를 적극적으로 죽일 권리가 인정될 수 없다면서 "사회 경제적 (낙태) 사유는 개념과 범위가 매우 모호하고 그 사유 충족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기도 어렵다.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고 완강히 반대했다.

국내 산부인과 4개 단체 의견을 종합해 제시하겠다고 한 이필량 이사장은 전 세계 거의 대부분 국가가 태아 생명권을 일정 부분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살릴 수 있는 태아는 살려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 산부인과 의료계는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것은 태아의 생명권을 심하게 훼손될 수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을 조정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임신 10주 이내에는 임신 여성이 제한 없이 낙태할 수 있고, 사회 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는 임신 22주 미만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안보다 엄격한 의견을 제시했다.

연취현 변호사는 낙태죄가 유지되더라도 처벌의 중심은 여성 본인보다는 의료인, 낙태 강요 남성 등 가담자에 중점을 두어, 최대한 여성의 낙태가 법에 정한 허용범위 이내에서 자발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유지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음선필 교수는 태아와 여성의 생명권이 충돌한다면 여성이 생명권이 우산할 수밖에 없지만,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이 자기결정권이 충돌하는 경우 구체적 사유에 따라 여성의 결정권을 어느 정도 보호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할 문제라면서 낙태죄 전면 폐지는 헌법재판소 판결 취지에 반할 뿐 아니라 생명권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도 반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로서 과거 낙태를 많이 했지만 현재는 낙태반대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밝힌 최안나 간사는 법과 괴리된 낙태 현실이 문제라며 낙태를 합법화한 국가도 낙태법을 폐지한 것이 아니라 범위와 절차 안에서 허용하고 있다. 낙태법을 개정해 여성들에게 낙태하도록 사회적, 경제적 압박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의지를 가지고 제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낙태죄를 두는 것은 낙태를 줄이는 데 아무 효과가 없다는 것이 입증된 사실이다. 규제가 강력할 때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임공임신중절 비율이 늘고 모성사망률이 높아지는 결과가 나타난다낙태죄는 낙태를 장려할 것인가 문제가 아니라 임신 중단을 이유로 여성을 처벌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이다. 낙태죄는 여성에 대한 폭력 수단의 하나로 악용되어 왔다고 전면 폐지를 주장했다.

김혜령 교수는 낙태죄 폐지는 태아 생명권을 무시하고자 하는 결정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보장을 통해 여성 스스로 주체적이고 윤리적 모성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공수처법 처리를 두고 여야 갈등이 심화되면서 뒷전으로 밀린 가운데 진행됐다. 여야 설전으로 1시간 40여분 가량 늦게 시작했으며, 법사위원 18명 중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7명 위원만 참석했다.

낙태죄 개정과 관련된 형법 개정안은 공청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법사위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서 다뤄진 후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등을 거쳐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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