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법 마침내 제정, “대안교육기관 법적지위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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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교육법 마침내 제정, “대안교육기관 법적지위 확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2.14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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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숙원 대안교육법안, 지난 9일 국회 본회의 통과

기독대안학교도 ‘학교’ 명칭 사용, ‘취학의무 유예’ 가능

박찬대 의원, “대안교육법 제정으로 안전과 학습권 보장”

비인가 대안학교라는 이유만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학생과 학부모들이 법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이 마침내 열렸다. 특히 기독교 가치관에 따라 설립된 많은 기독대안학교들이 법적 근거를 갖고 학교를 설치 운영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26명의 국회의원이 연대 서명한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8대 국회부터 추진됐지만 매번 무관심 속에 방치되었던 법률안이 21대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법적 지위가 불안정했던 대안교육기관 운영 주체들이 공교육과 동등한 교육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대안학교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표발의자 박찬대 의원(가운데)이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차영회 사무총장(우측 두번째) 등 대안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법안 통과를 축하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안학교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직후 대표발의자 박찬대 의원(가운데)이 한국기독교대안학교연맹 차영회 사무총장(우측 두번째) 등 대안학교 관계자들과 함께 법안 통과를 축하하는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대안교육기관연합회와 대안교육연대는 환영 성명을 발표하고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의 제정은 풀뿌리 교육의 모델인 비인가 대안학교가 대안교육기관으로 법제화되는 쾌거이자, 새로운 교육모델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인정한 중요한 사례라며 다양한 교육의 가능성과 헌법이 보장한 대안학교들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해 모든 아동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복지적 지원과 혜택을 골고루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법률안이 통과된 데는 대표발의자 박찬대 의원의 공헌이 컸다. 유사한 법안이 18대 국회 때부터 추진되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그러다 20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교육위원회를 통과됐지만 뜻밖에도 패스트트랙정국에 휩싸이며 법사위에 계류된 채 법안이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박 의원은 지난 3월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존 교육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대안교육을 받아도 대한민국 아이들이고, 그 부모도 교육세를 납부한다면 원하는 교육을 받도록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하고 그것이 포용국가의 가치와 부합하는 것이라며 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박찬대 의원은 재선에 성공한 후 곧바로 21대 국회 개인 제1호 법안으로 대안교육법안을 다시 제출했다. 본인 역시 자녀를 대안학교에 보낸 학부모였던 박 의원은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결국 지켰다.

박찬대 의원은 대안교육법은 학습자 개개인의 능력과 창의성을 존중하고 전인적 교육을 추구하는 대안교육의 핵심 취지를 지키고 학생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중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교육 현장에서 법안이 취지와 목적에 맞게 쓰일 수 있도록 끝까지 살피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안교육법 주요 내용은?
대안교육법 제정은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가 본격 등장한 1990년대 후반부터 가졌던 과제를 20여년만에 풀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기독교대안교육연맹도 깊은 관심을 갖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회원 학교들과 교감하고 교육당국과 소통하면서 노력했다.

대안교육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안교육 발전을 위해 필요한 시책을 수립 지원하도록 하고, 대안학교 설립자는 대안교육기관을 교육감에게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대안학교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의미이다.

특히 대안교육기관 의무교육 대상자는 초중등교육법에서 규정한 취학 의무를 유예 받을 수 있도록 한 점이 주목된다. 정원 외 관리대상이었던 대안학교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공교육 학교에서 신분 확인을 받아야 했고, 경우에 따라 범법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동행해서 확인 받아야 경우도 있었다.

법 제22대안교육기관은 학교의 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명칭 앞에 대안교육기관임을 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동안 미인가 대안학교는 학교명칭을 공식 사용할 수 없었다. 학교를 사용할 경우 민원이 다수 발생했고 제재도 받아야 했다. 이제야 비로소 학교라는 명칭을 당당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기독교대안교육연맹 사무총장 차영회 목사는 대안교육 현장은 정부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해온 사각지대였다. 코로나19 방역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지자체별로 학생들에게 지급되었던 방역물품과 선물꾸러미 지급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면서 법률안 제정은 공교육에서 담을 수 없는 아이들이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소외당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대안교육법 한계와 과제는?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 및 학력 인정 등의 관련 조항이 삭제된 것이다.

법안 초안에서는 국가와 지자체는 학생의 교육기회 보장과 대안 교육기관의 내실 운영을 위해 예산 범위 내 필요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요건을 갖춰 등록된 대안교육기관에 대해서는 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령 인정 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존재했다.

재정 지원과 관련된 조항 삭제는 정규학교와 상이한 대안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수용된 결과로 보인다. 자율형 사립고와 같이 재정을 지원하지 않는 학교와 형평성 차원도 있다. 향후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대안교육법에 따라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은 5년마다 대안교육기관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안교육 정책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실태조사를 위한 교육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2019년 기준 교육부가 파악하고 있는 미안가 대안학교시설은 전국 273곳이다. 하지만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가 2007년 이후 5년마다 실시해온 실태조사에 따르면 기독교 대안학교는 201659, 2011121, 2016265개에 달할 정도로 많다. 교육부 통계에서 확인되지 않는 학교들이 있을 수 있다는 자료이다. 철저한 실태조사가 앞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대안학교 자율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일부 대안학교 가운데 대안학교 관련법 추진에 부정적인 경우도 있었다. 정부 통제 아래에서 설립이념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었다.  공교육 내 종립학교들이 건학정신을 구현에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대안학교의 설립정신과 운영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획일화된 공교육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달려온 대안교육기관의 역할과 장점을 지켜내기 위한 세심한 정책이 요청되는 부분이다.

또한 법적 지위를 보장받게 된 대안교육기관들은 교육 공공성과 책무성을 더 깊이 인식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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