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벤져스 어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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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어벤져스 어셈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12.08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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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몇 년 사이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영화를 꼽으라면 마블사의 ‘어벤져스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 MCU)의 23편 영화들 가운데 기자가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건 2016년 개봉한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다. 사랑해 마지않는 히어로들이 두 패로 갈라져 서로 헐뜯고 때리는 모습은 영화적 쾌감은 있을지 몰라도 인간적인 마음에는 영 불편하게 다가왔다.

그런 영웅들이 2019년 ‘어벤저스 4 엔드게임’에서 다시 하나로 뭉쳐 “어벤져스 어셈블”을 외치는 순간은 정말이지 온몸에 전율이 흐를 만큼 감동적이었다. 봉합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갈등이 해소된 건 ‘타노스’라는 역대급 악당의 등장 때문이었다. 도무지 힘을 합치지 않고는 공멸을 면할 수 없었기에(실제로 절반은 재가 되어 사라졌었다.) 영웅들은 다시 하나로 뭉쳤다.

서초동 촛불과 광화문 태극기로 나뉘어 나라가 두 동강 나는 줄 알았던 것이 때가 벌써 1년 전이다. 1년이 지났건만 우리 사회의 갈등의 폭은 그대로다. 어쩌면 더 깊고 넓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1년 사이에 우리는 타노스랑 맞먹는 국민적, 아니 전 지구적 위기를 맞이했다. 바로 코로나19다. 영화에서 보면 이정도 위기면 물불 가릴 것 없이 “일단 힘을 합치자. 살고보자”고 할 법한데, 화해의 시그널은 희미하기만 하다.

거대한 위기 앞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너와 나를 가르고 상대편을 아예 대화가 통하지 않을 몹쓸 인간으로 대하고 있다. 얼마다 더 위기를 겪어야 우리는 상대의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을까. 상대가 옳아서, 상대가 좋아서 하나 되자는 것이 아니다. 다르면 다른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우리는 타인이 필요하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더군다나 우리는 막힌 담을 허무신 분의 제자들이다. 갈등의 해결자는 되지 못해도 갈등의 유발자가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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