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판단하고, 정의로운 왕을 만들기 위한 어머니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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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판단하고, 정의로운 왕을 만들기 위한 어머니의 가르침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12.08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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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39 - “너는 그러면 안 된다”(잠 31:1~9)

잠언서에 언급된 왕이 몇 사람 있습니다. 솔로몬은 수많은 잠언을 직접 지은 현자입니다(잠 1:1). 히스기야는 솔로몬 때부터 내려온 내용을 가다듬고 새로운 잠언들을 수집 보강해 후대에 전해주었습니다(25:1). 오늘 본문에는 르무엘 왕이 나옵니다(31:1). 르무엘이라는 왕도 있었나 의아해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르무엘이라는 이름은 이스라엘 역사에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 다.

학자들은 르무엘이 솔로몬을 빗대기 위해 잠언 저자가 지어낸 가상의 인물이라고도 하고, 1절의 “훈계”로 번역된 히브리어 마싸를 나라 이름으로 해석해 “마싸 왕 르무엘”이라 설명하기도 하지만 가설일 뿐입니다. 흥미롭게도 르무엘 왕은 이 단락의 저자나 편찬자가 아닌 학습자로 그 이름을 올렸고, 그를 훈계하는 스승은 바로 그의 어머 니입니다.

잠언 1~9장에 배치된 열 개의 강의는 “아들아,” “아들들아”로 시작하며 청자(독자)의 관심을 요구합니다. 르무엘 모친은 내 아들, 내 태에서 난 아들, 내 서원의 아들이라 세 번을 부릅니다. 친근감의 표현이면서 거역할 수 없는 권위를 암시하니 그저 “아들” 하고 건조하게 부르는 아버지의 교훈보다 몇 배 더 호소력이 느껴집니다.

서원하고 기도해 얻은 아들, 배 아파 낳은 아들에게 어머니는 에두르지 않고 왕이 빠지기 쉬운 위험을 콕 집어 훈계합니다. “네 힘을 여자들에게 쓰지 말며 왕들을 멸망시키는 일을 행하지 말지어다(3절).” 문제가 이미 심각해서였든 사전경고에서였든 군주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심상한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포도주를 마시는 것이 왕들에게(는) 마땅하지 아니하고 / 독주를 찾는 것이 주권자들에게(는) 마땅하지 않도다.” 마땅하지 않다는 표현이 얼마나 잘 들어맞는지요.

르무엘 모친은 술 자체를 금기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게 된 자, 마음에 근심 하는 자에게는 술이 괴로움을 잊고 고통에 둔해지게 하는 약이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왕은 달라야 한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왕들에게는, 주권자들에게는, 서원해 얻고 배 아파 낳은 내 아들 르무엘 너에게는, 마땅치 않다.

그렇습니다. 왕은 여느 사람들처럼살 수 없습니다. 왕인들 고통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고통을 잊자고 술을 의지하면, 그 술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고 정의를 굽게 할 수 있습니다(5절). 말 못하는 자와 고독한 자의 송사를 판단하고 공의롭게 재판하며, 곤고하고 궁핍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8~9 절). 왕의 책임에 관한 구약성경의 가르침을 이만큼 정리하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룬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장환 경이나 경력은 제각각이어도 하나같이 자기관리에 철저합니다. 한 성악가는 절대로 감기에 걸려선 안 되기 때문에 찬 음료도 마시지 않고 수영도 하지 않으며 집안에서도 맨발로 다니지 않는답니다. 적정 체중을 지키기 위해 회식을 해도 삼겹살 기름 부위를 오려내고 먹는다는 운동선수, 어두운 환경에서 느린 셔터로 사진을 찍어도 카메라가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술담배를할 수 없다는 사진작가 등등, 디테일은 달라도 저마다 최고의 성취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는 이야기들을 들을수 있습니다.

대충 살려면 무슨 일이든 못하겠습니까. 일탈도 하고 타협도 하면서 갈수 있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최고의 위치에 있는 사람, “왕”에게는 마땅하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를 향한 주님의 기대가 높은 것은 우리를 괴롭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그분의 자녀이자 함께 왕 노릇할 존귀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풍랑 속을 살면서 기준이 흔들리고 마음이 요동칠 때 새겨봅니다. 너는 그러면 안 된다. 그건 너에게 어울리지 않아.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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