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합법화,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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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합법화, 모자보건법과 형법 개정안 반대한다
  • 서헌제 회장
  • 승인 2020.12.08 1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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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와 보건복지부는 낙태를 처벌하는 현행 모자보건법과 형법 관련 조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2019년 4월 11일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른 법률 개정안을 얼마 전 국회에 제출하고 관련 기관에 의견 조회를 구하였다. 관련 규정의 실효를 불과 2달도 채 남지 않는 늑장 제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 개정안은 임신 14주까지는 낙태를 전면 합법화하고 24주까지는 임신이 범죄, 근친상간의 결과이거나 사회경제적 곤경, 산모건강 악화를 초래할 경우 예외적으로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계 통계에 의하면 임신 14주 이내의 낙태가 전체의 97%를 차지하며, 나머지 3%에 해당하는 24주까지는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를 허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무부 개정안은 낙태의 전면적 허용에 가깝다. 낙태를 범죄로서 처벌해야 하는가는 국내외적으로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으며 그 근저에는 태아의 생명권과 산모의 자기결정권 중 어느 쪽을 더 존중해야 하는가의 가치판단이 깔려있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에서 낙태에 있어서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기결정권에 는 여성이 그의 존엄한 인격권을 바탕으로 하여 자율적으로 자신의 생활영역을 형성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고, 여기에는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신체를 임신상태로 유지하여 출산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그 결정을 실행하는데 필요한 ‘결정가능기간’을 임신 22주 내외로 보고 있다.

법무부 개정안은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다. 법리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사회적·경제적 사유의 개념과 범위 자체가 모호하고, 사유에 대한 충족 여부도 확인하기가 어렵다.

또 사회, 경제적 사유의 낙태는 낙태의 전면 허용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아 성 도덕의 타락
과, 생명경시 풍조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외에도 16세 이상 미성년자의 낙태에 부모의 동의를 요하지 않도록 한 것은 미성년자의 기준에 관한 기존법과 맞지 않고 부모의 자녀 양육권을 무력화 시킬 우려가 있으며, 불과 24시간의 숙려기간만으로 낙태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태아의 생명권을 지극히 가벼운 것으로 보는 태도가 아닌가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지금까지 낙태죄와 같은 인간의 생명에 관련한 중요한 법을 개정하면서 종교계, 의료계, 법조계, 여성계 등의 광범위한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주지 않은 채 형식적인 절차상 요건을 구비하는데 급급한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하겠다.

낙태에 관한 한 기독교도 윤리적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낙태가 사실상 전면적으로 행해지는 현실에 눈감고 ‘낙태가 죄’라는 성경의 진리를 담대하게 가르치지 못하였다. 또 낙태를 정죄만 할 뿐 낙태의 유혹을 받는 부모들에게 아기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아이를 양육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이지 못한 잘못을 회개하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중앙대 명예교수·한국교회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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