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탑 장학기금 12년만에 총신대에 입금
상태바
한전, 송전탑 장학기금 12년만에 총신대에 입금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1.19 23: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총신대 소송 끝에 9월 법원 결정 … 내년 3월부터 신대원 장학금 지급

장학기금 유용 해프닝 일단락, 이재서 총장 “오해 넘어 신뢰 회복되길”

2008년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 인근에 특고압 송전탑 설치를 강행했던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9일 보상 차원에서 약속했던 장학금 30억원을 총신대학교에 지급했다. 총신대는 입금된 전액을 장학기금으로 적립하고 양지캠퍼스 신대원 학생들을 위해 내년부터 매년 지급할 계획이다.

한전이 12년만에 초고압 송전탑 설치에 따른 장학금 30억원을 총신대에 입금했다. 사진은 2009년 1월 총신대 신대원생들이 한전 본사 앞에서  송전탑 설치 반대시위를 하던 당시 모습
한전이 12년만에 초고압 송전탑 설치에 따른 장학금 30억원을 총신대에 입금했다. 사진은 2009년 1월 총신대 신대원생들이 한전 본사 앞에서 송전탑 설치 반대시위를 하던 당시 모습

이번 장학금 지급은 기본적으로 20099월 총신대와 한전 대표자 간 협약을 근거한다. 당시 문서를 보면 “KEPCO(한전)는 총신대에 장학기금 20억원을 지원한다. 한전이 우선 시공한 후 (총신대가 위치변경 토지를 확보해 무상으로 한전에 제공하지 못해) 송전탑을 이설하지 못한 경우 장학기금 10억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애초 양측이 합의한 장학금은 20억원이지만, 당시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졌던 천 모씨 소유의 인근 부지를 총신대가 결국 매입하기 못해 이설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10억원이 추가 지급된 것이다.

총신대는 올해 12월 중 기금적립위원회와 대학정책위원회, 등록금심의위원회, 내년 1월에는 대학평의회와 재단이사회 심의를 거쳐 기금을 적립하고 예산을 편성해 용인 양지캠퍼스에 재학하는 신대원생들에게 장학금 지급을 시작한다.

장학금 지급 12년이나 걸린 이유는?
그런데 12년 전 총신대 송전탑 문제에서 기인한 장학금 30억원이 왜 이제야 지급이 완료된 것일까.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사항

총신대는 지난 4월 채권의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한전을 상대로 장학기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 9월 법원의 조정 결정으로 지급 판결이 확정됐다. 소송 끝에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12년전 총신대 구성원들은 자연환경 훼손과 건강문제 영향 등을 이유로 765천볼트가 흐르는 높이 83m 송전탑 설치에 대해 물리적 충돌까지 감수하며 강하게 저항했다.

2009년 양측 협약 체결 당시에도 불합리한 계약이라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셌고, 이후에도 총신대 재단이사회, 송전탑비대위 등도 협약서의 법적 요건 불비를 들며 장학기금을 거부했다.

결국 시간이 흘러 2013년 한전은 총신대가 이전할 토지를 매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중앙토지수용위원회를 거쳐 24천여만원을 법원에 공탁하고는, 양지캠퍼스 편입부지에 대한 지상권을 설정했다. 철탑 위치 변경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진 시점이다.

이후 당시 학교 운영 주체들은 후속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2017년 교육부는 회계감사 결과에서 한전이 지상권을 설정하고 공탁한 금액을 학교가 회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문제 삼았고, 총신대는 당시 공탁금에 대해서만 교비로 환수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당시 총신대 당국이 공탁금은 환수하면서, 장학기금 30억원에 대해서는 청구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책임을 방기한 셈이다. 20183월 다시 교육부는 장학기금의 존재에 대한 민원을 접수했고, 특별감사에서 한전측과 협의해 장학금 30억원을 교비회계에 세입처리 할 것으로 총신대에 요구했다.

그런데도 학교 당국이 한전에 장학금 지급을 요청한 것은 2019년 8월과 9월에 들어서였다. 그즈음 총신대는 수년간 법인이사회와 김 모 총장, 학내 공동체, 교단 등이 얽혀 치열한 내홍에 휩싸여 있었고, 교육부에 의해 임시이사 파견까지 이뤄질 정도로 학내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해 4월 이재서 총장이 선출돼 9월 교단 정기총회 인준을 받은 후 장학금 지급 협상이 본격화 되기 시작했지만, 한전은 "장학금 수령요청일로부터 5년이 지나 지급이 불가능하다"며 소멸시효를 이유로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총신대는 법률 검토 끝에 "한전측이 장학기금을 상거래로 발생한 상사채권이라며 소멸시효를 주장하지만, 장학기금은 민사채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10년"이라고 반박하며, 한전측과 지급 협상을 진행했다. 수개월 협상이 진행됐지만 20203월 최종 결렬되면서 4월말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기독교화해중재원이 "1231일까지 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9월 24일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선고했고, 2주간 양측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최종 확정됐다. 

장학기금 유용? "협약서 비공개는 한전 요청"

법원 결정 후 한전은 장학급 지급을 위해 2009년 협약을 보완하는 
새로운 계약서 체결을 요청했다. 

한편, 한전에서 30억원이 최종 입금되기 전 해프닝도 있었다. 학내 일각에서 한전측과 새롭게 체결한 협약서의 공개를 요구했지만, 학교 관계자가 문서의 존재를 부인했다며 다른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던 것. 또 한전이 총신대의 요구로 협약서를 비공개로 설정했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1030일 있었던 재단이사회 공식 회의에서까지 협약서가 회람됐는데도, 목적기금을 유용이나 전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또 한전측에서 협약서 공개를 학교 당국에서 요청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이와 관련해 학교 관계자는 “2009년 체결된 협약을 보완하기 위해 한전측 요청으로 협약서를 다시 체결했다. 한전측이 직접 준비해온 문건에 양측 협의에 따라 협약서 내용을 공개한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고 그것이 한전의 요구였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기 어려웠던 것일 뿐이라며 더구나 장학기금이 입금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총신대 이재서 총장은 송전탑 사태 초기부터 장학금 지급에 이르기까지 우리 공동체 내 많은 오해와 우려가 있었지만, 장학금 지급을 계기로 다시금 신뢰를 회복하는 총신공동체가 되길 소원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