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구하는 미각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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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미각살림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0.11.1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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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은 것이 바로 나’라고 하는 말이 있다. 어떤 것을 먹었는지가 우리 몸의 근간이 된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까지도 좌우 한다.

그런데 우리는 먹는 것에 대한 교육을 얼마나 하고 있을까? 삶을 지탱해주는 것들인데, 살아가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도 세 번 이상 먹는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식생활과 관련해서 깊이 생각해볼 겨를이 없다.

그래도 우리나라는 2009년 식생활교육지원법이 제정되면서, 식생활교육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식생활교육기관이 지정되면서 민간단체와 대학을 중심으로 식생활교육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해주는 음식을 둘러싼 여러 환경과 문화, 정서를 의식하고 바르게 먹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이러한 식생활 교육은 어려서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른 식습관을 교육하되, 생각과 마음뿐 아니라 확실히 몸에 배게 하려면 가정과 학교뿐 아니라 신앙교육의 기본으로 가르쳐야 한다.

특히 음식을 소중하게 여기고, 음식을 남기지 않게 하고, 밥상에 오른 음식에 담겨있는 하늘의 은혜와 세상의 정성에 감사할 줄 알게 하는 식생활 교육을 하려면 어린 시절부터 음식에 대한 감각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에 대한 감각은 맛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맛에 대한 기억이 미각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먹거리, 음식을 그 어떤 산업보다도 중심에 두고 있는 이탈리아는 초등학교 미각 교육을 의무화하고, 어려서부터 생산자나 요리사와 함께 요리해 봄으로, 농산물이 자신의 입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을 몸으로 익히게 하고 있다. 제철 식재료로 향토 요리를 배우는 이벤트를 지역의 어르신들이 학교에 찾아와 알려주게 함으로 살아있는 식문화를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도 2007년에 식육법이 제정되면서 식생활 교육을 정부 차원에서 범국민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단순 교육을 넘어 맛에 대한 감각을 깨워 느끼고 체험하는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미각교육은 단순히 전달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가진 감각을 자극하여 자유롭게 자신이 느낀 점을 표현하도록 하는데, 정답이 아니라 각자 각자의 기호를 표현하게 함으로, 그 차이를 서로 인정 할 줄 알도록 교육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아이들은 햄버거, 피자 등 패스트푸드 등 글로벌 메뉴의 음식들로 인해 입맛이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어른들도 다를 바 없는데, 음식을 한 끼를 때우거나, 배를 채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식사시간에 대한 고려나 음식을 즐기는 여유를 가지지를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각 교육을 통해 지역 내지는 국내산 식재료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면 식량자급률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푸드마일리지를 줄여 기후 위기도 늦출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미각이 살아난다면 날마다 하는 식사에 좀 더 진심 어린 감사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를 나 되게 하는 것들, 즉 하늘의 은혜와 수많은 생명들의 정성에 깨어 감사하는 행동을 하도록 할 것이다.

코로나로 교회에서 함께 식사하는 것이 어려워졌지만, 온전한 감사로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기회가 닿는 대로 자라면서 경험했던 음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나누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로써 자신이 자라면서 경험했던 음식에 대한 경험이 점차 잃어가고 있는 우리의 감각을 살려내 나를 나되게 해주고 있는 생명과의 관계도 다시금 온전하게 바로 세울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유미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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