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도록 동행해주세요”
상태바
“우리 아이 편견 없는 세상에서 살도록 동행해주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1.13 15: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해와 이해 ⑪ 나는 '장애 자녀를 둔 부모'입니다

사람들은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종종 만나게 되는 장애인들을 낯설어한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돌발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을 보면 돕고 싶은 마음도 있고, 경계하는 마음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이방인 취급을 늘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건복지부에 등록된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약 260만 명, 전체 인구 5%에 달하지만 사람들은 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별히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항상 편견에 맞서야 한다. 마치 불행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시선은 늘 버겁다. 그러나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우리는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천사와 살고 있다”고 말한다. 

“비수 같은 조언, 상처가 됩니다”

“힘들게 왜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오느냐 말하고, 혀를 차면서 ‘아이고 아이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모두가 생각해 준다고 하는 그런 표현들이 우리 아이와 제게 늘 큰 상처를 남기곤 했습니다.”

오순남 목사는 뇌성마비 때문에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며,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내는 것이 늘 힘겨웠다. 지금은 아들이 장성해 대학에도 다니고, 컴퓨터도 능숙하게 다뤄 생활정보를 알려주면서 크게 의지하고 있지만, 뇌성마비 때문에 육체적인 손길이 필요한 아들과 함께하는 삶 속에서 이웃들의 섣부른 조언들은 비수처럼 다가왔다. 

어머니 홀로 자녀들을 키우는 모습에 누군가는 “시설이나 기도원에 데려다 주는 것이 낫지 않겠냐”고 했다. 또 다른 사람은 “제대로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오 목사는 예수님을 믿고 난 후 끝까지 부모로서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책임지려고 했다. 지금은 아들도 신학을 공부하면서, 조만간 모자 목회자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지적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윤두석 목사는 목회자 가정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불편한 시선을 이야기해 주었다. 마치 목회자 자녀가 장애아인 것이 덕스럽지 않다는 듯 율법적 잣대를 대는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있었다. 마치 부모의 죄 때문이라고 탓하듯 말이다. 

윤 목사는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의 삶을 깊이 있게는 모릅니다.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지만 장애인의 삶과 관점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장애를 부모의 탓으로 돌리거나 무작정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 부모가 치료에 소홀하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하나 같이 바라는 것은 공감하고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자녀가 장애에서 벗어나길 가장 바라는 이는 부모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른 일이다.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함께 기도하고 동행해주는 신앙인, 믿음의 공동체를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소망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 혜택 넘쳐난다?

과거에 비하면 장애에 대한 국민적 인식과 국가적 정책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복지혜택이 넘쳐나는 것은 분명 아니다. 허점이나 맹점이 있다면 그것을 메우는 것은 부모의 몫이다.

윤두석 목사는 “처음 우리 아이가 장애 판정을 받을 때는 장애인 복지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에 비하면, 지금은 실질적인 혜택이 많이 증가했다. 하지만 다양한 장애인들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복지는 아쉽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은 걸림돌로 작용할 때가 적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자폐성 발달장애 1급을 가진 아들과 함께하는 김 모 집사의 경우가 그렇다. 고등학교까지 특수학급을 보낼 수 있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이후 마땅히 보낼 곳이 없다. 교육시설을 보낼 수 있는 바우처가 있지만, 장애 정도가 중증이기 때문에 선뜻 받아주시는 시설이 부족하다. 
역시 발달장애 자녀를 둔 이진희 씨는 장애인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복지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의 책임에 대해 강조하며 이색 의견을 내놓았다. 

이 씨는 “장애아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다. 물론 무리하더라도 강하게 요구해야 절반의 진전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이해가 가지만, 과도한 요구는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자주 하는 말이 “내 아이보다 딱 하루 더 살고 가는 것입니다”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자녀를 남겨두고 가는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표현한 것이리라. 

오순남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았기 때문에 결코 우리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힘겨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자녀의 장애를 알게 된 부모들도 좌절하지 말고 하나님께 의지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진희 씨는 사회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만나면 적절한 도움을 당부했다. 이 씨는 “장애를 가진 우리 자녀들이 스스로 해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말 도움이 필요한지 한번 더 고려하는 관심이 부탁한다”고 전했다. 

윤두석 목사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너무 특별한 시선으로 보지 말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함께 달라는 말을 하고 싶다”며 “이해와 배려 속에서도 너무 특별하게만 대우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윤 목사는 “지금 우리 아이는 교회 공동체 안에서 신뢰하고 이해해주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장애를 가진 우리 자녀들이 믿음의 사람들과 평생 함께해 나가는 것이 바람”이라고 소망을 남겼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