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의 존재 자체가 ‘사회악’… 하나님 질서 안에서 끝내 망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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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의 존재 자체가 ‘사회악’… 하나님 질서 안에서 끝내 망할 것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11.1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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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35) - “율법을 듣지 않으면 그의 기도조차 가증하니라”(잠 28:9)

잠언 28장은 “악인은 쫓아오는 자가 없어도 도망하나 의인은 사자같이 담대하니라(1절)”라는 흥미로운 관찰로 시작해 “악인이 일어나면 사람이 숨고 그가 멸망하면 의인이 많아지느니라(28절)”라는 평으로 맺습니다. 잠언 10~29장에 수없이 등장하는 상반되는 인간형의 행로와 운명의 대조가 다시금 조명을 받는 셈인데, 간결한 격언들의 선집으로 “솔로몬의 잠언록”이라고도 불리는 1~29장의 마지막 격언에 이르면 그러한 대비가 절정을 이룹니다. 

중간지대를 허락하지 않는 두 인물의 격돌이 비장합니다. 의인과 악인은 투쟁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혜로운 삶을 가르친다는 잠언서 곳곳에 자리한 이런 투쟁적 대립구도에 의아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찰을 피하고 인간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는 것이 “슬기로운 사회생활”이라는 생각은 단견입니다. 의로운 삶을 위해서는 수용할 수 없는 생각과 행동이 있고, 바로 그것을 존재방식으로 삼는 악인과는 포용과 동행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 당신으로 인해 세상에 일어날 갈등을 말씀하신 취지도 바로 그것입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마 10:34) 전장에 나간 병사에게 필요한 지혜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전투에서 이길수 있게 하는 지혜입니다.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세상에 만연한 악과 부도덕을 향해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 정당한 의분으로 감정이 고조된 것을 거친 태도로 치부하는 ‘세련된’ 신자야말로 사실 온전한 영적 지혜와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악과 악인에 대해 잠언의 말씀은 격앙된 태도를 보여줍니다. 악인은 이유 없이 불안해하고(1절) 악행을 시도하다 스스로 함정에 빠지며(10절), 자기 몫을 챙기려 고리채 장사를 해도 결국은 가난한 이들 편에 선 사람에게 재산을 넘겨주고 맙니다(8절). 이런 구절들은 늘상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관찰이기보다는 그렇게 되어야 하고 될 것으로 믿는 상황을 선언한 것으로 들립니다. 악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든다면 자책하지 마십시오. 성경은 우리 손으로 악인을 응징하는 것은 막지만 악인을 억지로 사랑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악인은 하나님의 직접적 처벌을 받거나, 하나님의 운행 질서 안에서 망하는 길로 가기 마련입니다.

굽은 길로 행하는 자는 넘어지고(18절), 방탕한 자는 궁핍해지며(19절) 졸부를 꿈꾸는 자는 벌을 자청합니다(20절). 가난한 자를 외면하는 자는 저주를 받습니다(27절). 악인이 흥하면 사람이 숨고 악인이 몰락하면 의인이 늘어납니다(28절). 악인의 존재 자체가 사회악이라는 뜻이니 더 무어라고 말하겠습니까. 이 이상으로 강력한 정죄가 있다면 9절이 그런 말씀일 것입니다. “사람이 귀를 돌려 율법을 듣지 아니하면 그의 기도도 가증하니라.” 의로움을 추구하는 이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보상이 하나님의 사랑이듯(15:9), 악한 길을 가는 자는 하나님에게 외면받는 최악의 벌을 받게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런 면에서 인격 전체를 담은 혐오의 감정을 나타내는 히브리어 토에바가 악한 자의 기도에 적용된 것은 참으로 절묘합니다. “사람이 귀를 돌려 율법을 듣지 아니하면 그의 기도도 가증하니라(9절).” 동족들을 착취 학대하면서 성전에서 벌어지는 종교행위에 열심이었던 동족을 향해 이사야와 아모스, 호세아가 신랄한 비판을 가한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포용과 다양성을 중시한다는 명목으로 당신이 명백한 악과 악인을 놓고 비판이나 미움을 표현하는 것을 막아서도록 허용하지 마십시오. 사람의 말보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는 것이 더 지혜롭습니다.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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