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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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이 또한 지나가리라
  • 이규환 목사
  • 승인 2020.11.10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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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환 목사 / 목양교회 담임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가 3층 다락방에서 4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과 통증으로 꼼짝도 못하고 사흘 동안 누워 있다가 의사 친구에게 전화했으나 친구는 빨리 오지 않았다. 버나드 쇼는 신경질이 나고 더욱 몸이 아픈데 누군가 계단을 급히 뛰어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 의사가 왕진 가방을 들고 단숨에 3층을 뛰어 올라오며 다락방 문을 왈칵 밀고 들어서는 순간, 숨을 훅 몰아쉬더니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비명도 못 지르고 쓰러져버린 친구를 보고 화들짝 놀란 버나드 쇼는 후닥닥 침대에서 튀어 일어나 심장에 귀를 대어보고, 눈을 뒤집어 보고, 허리띠를 풀고, 인공호흡을 하고, 정신없이 땀 흘리며 주무른 끝에 드디어 친구가 눈을 떴다.

친구가 살아났다고 기뻐하는 버나드 쇼에게 말했다. 

“이제 나는 가보겠네. 왕진비 내놓게.”

“ 이 사람아, 쓰러진 건 자넬세. 정신 차려! 내가 자네를 인공호흡까지 시켜 살렸네.”

“그런가? 자네가 병을 고쳐달라고 나를 불렀는데 내가 쓰러지니까 자네는 놀랬지? 내가 더 위험해 보이니까 자네는 자네 병을 잊고 내게 매달렸지? 이게 바로 나의 치료법일세. 인간은 자신보다 남을 더 염려할 때 자신의 병은 아무 것도 아니지. 이제 자네 병은 다 나았네. 왕진비나 두둑이 내놓게.”

지금 우리 모두 힘들어 하고 있다. 전염병이 온 국민의 마음에 염려와 근심을 주고, 두려움과 공포를 주고 있다. 국민의 생활을 차단시키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도 벌어지게 만들어 놓았다. 여기저기를 둘러보아도 기쁨과 즐거움의 소리보다는 한숨과 탄식의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비명에 가까운 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배려하는 마음과 이해하는 마음, 그리고 서로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과 행동이 필요할 때이다. 나도 아프지만 상대방은 더 아프다는 마음을 갖고, 나도 힘들지만 상대방은 더 힘들다는 마음을 갖다보면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치료가 된다. 

다윗 왕이 반지 세공인을 불러 “날 위한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전쟁에서 이겨 환호할 때도 교만하지 않게 하며, 내가 큰 절망에 빠져 낙심할 때는 좌절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얻을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으라”고 지시하였다. 이에 반지 세공인은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었으나 새겨 넣을 글귀로 몇 날을 고민하다가 현명하기로 소문난 왕자 솔로몬에게 찾아가 간곡히 도움을 청했다.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글을 알려 주었다. 세공인은 이 글귀를 새겨 다윗 왕에게 바치자 왕은 흡족해 하고 큰 상을 내렸다고 한다. 유대인의 구약성경 주석서인 ‘미드라쉬’에 수록된 ‘다윗왕의 반지’라는 이야기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잘 되는 날도 있고 안 되는 날도 있다. 돈을 많이 버는 날도 있고 잃는 날도 있다. 기쁜 날도 있고 슬픈 날도 있다. 이런 일 때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말고 마음에 중심을 잡고 살아가야 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도 시간이 되면 지나가기 때문이다. 지금 어렵고 힘들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생각해 보며 조금이나마 위로와 소망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갈 수 있는 것에 대하여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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