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 뛰어노는 교회학교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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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 뛰어노는 교회학교가 위험하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11.09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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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교회 유해물질 조사’ 결과 발표
PVC 재질 비율 28%, 유해 중금속 위험 기준 이상 검출도 21%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연구원이 교회 유해물질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김원 연구원이 교회 유해물질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교회의 주일학교 공간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센터장:유미호)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와 함께 교회 내 어린이 활동 공간의 유해물질 위험을 조사하고 지난 6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 대상 교회는 3곳이 선정됐으며 가구와 가전제품, 공공용품, 건축 및 내장재, 문구류, 장난감, 음악·체육 용품 등 아이들의 손길이 닿을 수 있는 모든 장소와 사물을 철저히 살폈다.

조사에는 제품 재질의 PVC 여부와 중금속 함유 여부 및 함량을 즉각 확인할 수 있는 기구 ‘Protable XRF Analyzer’가 활용돼 납(Pb), 카드뮴(Cd), 염소(Cl), 브롬(Br) 함유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 함유 농도에 따른 유해성 기준은 각종 지표를 참고해 납의 경우 100ppm 이상, 카드뮴의 경우 75ppm 이상, 브롬은 1,000ppm 이상 검출된 제품을 위험제품으로 분류했다.

결과는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3개 교회에서 791회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약 28% 가량이 PVC 재질로 확인됐다. 주로 건축재와 공동용품에서 PVC 재질이 많이 확인됐으며, 나무재질의 가구라 할지라도 겉면에 시트지를 부착한 경우 PVC 재질이 검출됐다. 주로 유아부에서 많이 활용되는 바닥 매트에서도 PVC 검출 비율이 높았다.

조사를 진행한 김원 연구원(노동환경건강연구소)“PVC 재질 여부를 조사한 이유는 PVC에서 프탈레이트 등 환경호르몬이 검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라면서 환경호르몬은 성장 발달과 생식 능력에 영향을 준다. 더군다나 어린 나이에 노출될수록 더 치명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특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791건의 검사 중 위험 기준 이상으로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는 비율은 약 21%였다. 중금속 역시 건축자재에서 검출된 비율이 높았으며 가구류에서도 많이 확인됐다. 가전제품과 어린이제품은 중금속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김원 연구원은 납은 아이들의 성장과 지능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카드뮴은 성장과 뼈에 영향을 주는 발암물질이다. 브롬은 생식독소가 있는 물질로 분류된다고 설명하면서 중금속이 함유된 제품이 마모되면 공기 중 먼지와 결합해 아이들이 흡입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교회가 다른 건물이나 시설에 비해 유독 PVC와 중금속이 많이 검출된 것은 아니다. 어린이집 등 사회의 다른 기관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김 연구원은 비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만약 다른 곳은 모두 괜찮아도 바닥재 한 곳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면 그 공간은 안전한 공간이라고 하기 힘들다. 바닥재에서 떨어져 나온 유해물질이 먼지와 결합해 결국 모든 아이들이 들이마시게 된다면서 가능한 빨리 유해물질이 나온 제품을 교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 장비를 활용해 교회 시설 내 PVC 재질 및 중금속 함유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모습.
전문 장비를 활용해 교회 시설 내 PVC 재질 및 중금속 함유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모습.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건축자재의 경우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하더라도 당장 교체하기는 쉽지 않다. 비교적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체육·음악 시설, 성탄 트리 장식품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히 바꿔나가는 것이 좋다. 특히 교회 의자의 경우 PVC 재질인 동시에 중금속도 위험 수준으로 검출된 경우가 많아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김 연구원은 우선순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오래된 것들은 폐기하고 안전한 새로운 제품을 구입해야 한다. 건축자재의 경우 교체가 힘들지만 신축, 리모델링 계획이 있다면 가장 위험도가 높은 바닥재에 신경 써서 재질 및 함유 성분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면서 환경미화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시트지는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새로운 제품 구매 시 KC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은 비교적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다. 2016년 이후 KC 인증 심사 기준에서 중금속과 프탈레이트 함량 규제를 엄격히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인증하는 친환경마크, ‘초록누리라는 녹색 제품 정보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원 연구원은 이미 사용하고 있는 제품을 사후에 검사해 중금속이 얼마나 함유됐는지 보는 것보다 사전에 안전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안전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규제와 기준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감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에 교회 구성원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살림 공동대표 이광섭 목사(전농감리교회)기분 좋은 결과는 아니지만 뜻 깊은 조사다. 환경이 망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도 우리의 발걸음이 쉽사리 멈추기 힘든데 자녀들에게 실질적인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지리라 본다면서 교회 공간에서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생각하면 한시도 가만있을 수 없다. 교회를 안전하게 바꾸고 환경을 살리는 좋은 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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