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은 끝났지만 ‘단기선교’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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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은 끝났지만 ‘단기선교’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11.04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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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도 단기선교가 가능할까?

매년 여름방학이면 공항에 줄줄이 이어져있던 단기선교 행렬을 올해는 찾아볼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태는 국경의 장벽을 높였고 해외 선교의 지평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

문제는 닫혀있는 하늘 문이 언제 다시 열릴지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적어도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어쩌면 내년을 넘어 2, 3, 그 이상 이어질지도 모른다. 한국교회의 전통처럼 이어지던 단기선교여행을 더 이상 장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기선교의 명맥은 끊기고 만 것일까. 미션파트너스(상임대표:한철호 선교사) 산하 21세기 단기선교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단기선교 포럼을 열고 코로나 시대의 단기선교 전략과 대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단기선교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선교사들은 온라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 사역 등을 통해 단기선교를 이어갈 것을 조언했다.
해외여행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단기선교의 사명은 끝나지 않았다. 선교사들은 온라인과 국내 거주 외국인 사역 등을 통해 단기선교를 이어갈 것을 조언했다.

전문적·전략적 단기선교 돼야

한때 153곳에 달했던 한국인 입국금지국은 지난 10월 기준 절반 넘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72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입국을 철저히 막고 있는 상황이다.

국경의 문이 높아진 지금의 환경이 해외선교에 끼치는 악영향은 불 보듯 뻔하지만 단기선교 활동이 받는 타격은 특히 더 심각하다. 행여 입국이 가능한 국가에 선교를 간다고 해도 2주 가량의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1~2주 일정으로 진행되는 단기선교 일정을 감안하면 자가격리 시간을 포함해 단기선교를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마냥 어두운 미래만 그리고 있을 수는 없다. 황예레미야 선교사(그나라선교회 대표)여태껏 선교는 수많은 장벽과 반대, 위기를 극복해왔다. 위기는 지금껏 수행해온 방식과 기준에서 볼 때 위기일 뿐이다. 그 어떤 재앙과 낭패도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를 멈춰 서게 할 수 없다면서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 속에서도 가능한 선교 사역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나님이 선교를 주관하시기 때문이다.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와 전략의 수정이라고 강조했다.

황 선교사는 먼저 지금까지 한국교회가 수행해온 단기선교여행에 대한 총체적 진단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봉쇄가 완화된다 해도 그동안 해온 방식의 단기선교여행을 계속하는 것은 세계선교에 역효과를 줄 것이라면서 선교현장은 갈수록 더 잘 준비된 단기선교팀을 요구하고 있다. 선교적 관점에서 성경을 치열하게 다시 읽고 예수님의 성육신의 선교를 적용하고 복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 시대에 할 수 있는 단기선교의 대안으로는 국내 이주민 사역과 비대면 선교 사역을 꼽았다. 그는 선교는 단순히 국경을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경계를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문화의 경계는 이미 한국사회 안에 다양하게 자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세계(Global)와 지역(Local)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해외로 갈 수 없다고 해서 단기선교까지 불가능해진 것은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보다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단기선교가 필요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황 선교사는 비전문적으로 무리하게 진행된 단기선교의 후유증은 선교지에서 누적돼 있다. 코로나 사태를 기해 이제는 방향성이 수정돼야 한다면서 한국교회는 목회와 선교에 필요한 전문사역자들을 실로 엄청나게 보유하고 있다. 어려워진 선교 현장은 더욱 준비되고 헌신된 전문가들을 기다린다고 전했다.

 

온라인은 새로운 선교 돌파구

일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면서 대면예배가 불가능해진 교회는 온라인으로 눈길을 돌렸다. 처음엔 걱정이 앞섰지만 생각보다 많은 교회들이 자연스레 온라인 예배를 이어갔고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공간의 문을 열었다. 이런 변화가 선교 현장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차요셉 선교사(나누밴드미니스트리 대표)의 생각이다.

차요셉 선교사는 대면과 군집이 꼭 필요한 산업은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았지만 반대로 비대면 관련 사업은 그 가치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고 있다. 코로나는 위기지만 관점의 변화에 따라 기회가 되기도 한다면서 선교 역시 이러한 디지털 기술 환경을 잘 활용하면 거리와 대면의 제약을 넘어 사역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기독교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이다. 그는 디지털 콘텐츠는 발 없는 말과 같이 세상 구석구석으로 들어갈 수 있다. 코로나 이전 환경에서조차 닿기 어려웠던 곳도 디지털 콘텐츠라면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늘어가는 수요에 반해 기독교 콘텐츠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수십 년 전 자료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코로나 시대에 양질의 기독교 콘텐츠는 선교적 소명을 이어가는데 필수적인 자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으로 고민해야 할 분야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을 활용한 선교 사역 방법이다. 어차피 대면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손을 놓고 있기보다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노하우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차 선교사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툴은 생각보다 대중화돼있고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지 않는다. 특히나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정도의 규모라면 지금 교회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생중계하는 수준의 노력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다만 선교지에 인터넷 인프라가 부족해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어렵다면 이를 구축해주는 지원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또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환경에 대한 올바른 성경적 이해와 교육이 필요하다. 디지털 미디어 영역 역시 하나님의 통치 아래 있다면서 돈과 유명세를 위해 무분별하게 만들어지는 세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지금 기독교인 역시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거룩한 하나님의 백성된 우리는 구별된 콘텐츠를 거룩하게 사용하고 선한 영향력을 주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타문화권

대청글로벌미션센터 대표로 사역하고 있는 유근영 선교사는 국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단기선교 방법에 대해 조언을 남겼다. 그는 선교는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에게 가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지 않고도 국내에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갈 수 있다. 심지어 우리나라 여권으로는 절대 들어갈 수 없는 국적의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면서 코로나로 인해 해외로 가는 문은 닫혔지만 타문화권으로 가는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말했다.

21세기 전까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온 이주 노동자였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이주민들의 형태는 다양하게 변화됐다. 이제 전문직 근로자부터 유학생, 결혼 이주자, 난민 등 다양한 분야와 직종의 외국인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유 선교사는 국내 이주민 단기선교를 위해선 다양한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아직 외국인 혐오(제노 포비아)가 만연해있다. 외국인들의 범죄 관련 뉴스를 보며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도 하고, 그들이 우리보다 더 낮은 문화 수준을 가진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낮잡아 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가난하지도 어렵지도 않고 연민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주민 사역을 위해서는 그들의 필요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유 선교사는 한국어 교실, 논문지도반, 한국 청년들과 함께 하는 토론반, 음악 교육, 의료 사역, 소풍과 운동, 함께 식사하기, 그들에게 외국어 배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기선교로 외국인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서 국내 이주민 단기선교의 장점은 한국으로 돌아오면 거리가 멀어지는 해외 단기선교와는 달리 소통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꾸준히 관계를 이어가며 교회로 정착시킨 성공적인 사레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유 선교사는 또 우리는 일주일의 시간을 온전히 다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내 거주 외국인들에게 다가가지만 생각보다 그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들 역시 한국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장벽을 가지고 있다면서 해외 단기선교를 갈 때 현지 선교사의 도움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내 이주민 사역자의 도움을 받아 단기선교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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