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회계 알아야,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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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가 회계 알아야, 위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1.03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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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본지 ‘교회 세무상식’ 연재 마친 강태평 목사

 이론과 경험으로 교회의 재정문제 상담 도와
 종교인 과세, 목회자와 교회 재정분리가 핵심 
“투명한 교회 재정 공시가 질적 부흥 도울 것”

강태평 목사는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와 목회자들의 재정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강태평 목사는 이론과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와 목회자들의 재정 문제를 상담하고 있다.

격주 간 본지에 연재해온 ‘강태평 목사의 세무상식’이 서른 다섯 번째 글을 끝으로 최근 마무리 됐다. 강태평 목사는 조금이라도 교회와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연재를 이끌어왔다. 

글로 보면 아무래도 세법 조문과 복잡한 사례 때문에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한번 세금 때문에 곤란을 겪어봤다면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난 30일 시무 중인 경기도 용인시 베들레헴교회에서 만난 강태평 목사는 투명한 교회의 재정운영을 강조하면서, 목회자들이 회계의 원칙을 알고 융통성 있게 절세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배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탄탄대로 같던 국내 첫 ‘원룸 사업’ 
2018년 종교인 과세 법안이 발효되면서, 많은 목회자들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동안 과세 적용을 받지 않았던 만큼 목회자들은 세금을 잘 몰랐다. 

그 때 조용히 목회를 하던 강태평 목사가 소속 교단인 백석총회 안팎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교단 목회자들을 위해 종교인 과세방법과 주의사항을 목회자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설명해 호평을 받았다. 목회자들이 궁금해 하는 실무와 필요 중심의 강의였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를 세무사 전문 자격증이 있거나 공무원 출신 목회자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 만큼 세법과 현실에 박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 목사는 젊은 시절 굴지의 건설회사에서 회계 책임자였다. 

“대학원에서 세무를 전공하고 겨우 서른 한 살 때에는 회계업무 책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한참 기업이 성장하면서 세금과 절세 노하우를 현장에서 경험으로 쌓게 되었습니다. 개인 사업을 했던 경험도 컸죠. 결과적으로 이론과 현실을 접목하는 전문 지식이 목사님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회사에서 일찍부터 인정받았지만, 이내 퇴사 후 부동산 사업을 시작했다. 안목과 수완이 좋았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룸’ 임대사업을 시작했다. 원룸이라는 명칭조차 생소할 때였다. 몇 년 만에 강남에서 토지를 포함해 건물 6채를 매입했다. 임대를 원하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그야말로 돈을 긁었다. 동업 제안도 물밀듯 들어왔다. 

“그런데 세상이 나를 버린 것 같았습니다. IMF 외환위기가 다가오자 거래하던 국민은행 본점마저 담보가 충분한데도 대출을 거절하는 겁니다. 그렇게 무너졌습니다. 좌절감이라는 표현은 행복할 정도로 고통이 컸죠. 그냥 넋 놓고 살았어요. 그 때 담임목사님께서 신학공부를 권유하셨고 지금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당시 신학교에 강태평 목사 본인이 원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담임목회자가 대신 넣어주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했고, 신대원 2학년 겨울 즈음 집에서 교회를 개척해 본격적인 목회의 길을 걸었다.

지금은 모교 백석대 신대원에서 기독교 행정학도 가르치고 있다. 세무, 회계, 조직관리를 비롯해 기독교 영성까지 가르칠 수 있는 교수이자, 학부 학생들에게는 기독교 세계관과 문화, 인문학을 교육하고 있다. 영성과 지혜가 연결된 지식을 전수하고자 애쓰고 있다. 

 

“교회 재정은 방치도, 무리도 NO”
개척 후 조그만 상가 교회를 임차했고, 15년 전에는 지금 교회가 있는 경기도 용인으로 옮겨 목회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큰 나무들이 두르고 있는, 앞마당이 너른 곳에 베들레헴교회가 있다. 

예배당 옆 오래된 양옥 건물은 강 목사가 설교를 준비하고 기도하는 거처이다. 그리고 이곳은 재정적으로 문제가 생겨 찾아오는 목회자들의 상담 장소이기도 하다. 그는 서재의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상담을 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듣곤 한다.  

특히 교회 부동산과 관련해 어려움을 겪고 세법과 행정을 몰라 큰 손실이 발생해 교회 공동체가 위기에 몰린 경우를 볼 때가 가장 가슴이 아프다. 

“교회 부동산과 관련해 중요한 문제는 지자체 공무원들이나 세무서가 교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겁니다. 질문을 해도 확실한 답을 해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교회가 그냥 유야무야 내버려두다 나중에 추징을 당하고 가산세까지 맞게 되는 거죠.” 

강태평 목사는 교회들이 건축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많이 지켜봤다. 코로나 여파로 경매 물건으로 나온 교회가 많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다. 교회를 세우기만 하면 부흥하던 시기는 아니기 때문에 더 주의하고 계획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예전 같은 부흥 성장기에는 교회에서 부동산을 사면 통했습니다. 저렴했고요. 그러나 지금 과거처럼 추진한다면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수요와 지출 간 밸런스를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회계자료는 그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회계의 기본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는 기도하고 건축을 추진하면 무조건 부흥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잘못된 신앙이라고 염려했다. 빌 게이츠가 성공했다고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 것처럼, 하나님의 계획은 모두에게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미신적이라고까지 지적하기도 했다. 무리하게 판단해 소중한 신앙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을 많이 보아왔기에 할 수 있는 표현일 것이다. 

 

“교회 부동산, 충분히 공부해야” 
강태평 목사가 목회자들을 상담하면서 제일 곤혹스럽고 안타까운 때가 더 이상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시기를 놓친 교회 사례이다. 엄청난 세금 부과 처분이 나왔다가 마지막 희망을 안고 찾아왔지만 손 쓸 수 없는 경우다. 

이런 경험을 할 때마다 강 목사는 목회자 교육의 중요성을 고민하게 한다. 신문 연재도 그런 의미에서 강 목사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었다. 

“신문 연재를 하면서 처음에는 목회자 개인을 초점을 두고 진행했지만, 점점 교회 건물이나 부동산에 대해서 써왔습니다. 실제적으로 더 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교회도 일반 기업처럼 절세의 노하우를 알아야 합니다. 누구보다 교회를 잘 알고 생각하는 목사님들이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강태평 목사는 현재 ‘한국행정연구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목회를 해본 경험과 전문지식이 결합된 정보를 목회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공인회계사와 교수, 목회자들이 힘을 모았다. 교단 안에서도 교육과정이 목회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특별히 교회 재정 관리를 할 때 목회자와 교회를 분리해서 준비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종교인 과세의 경우 목회자 개인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행정 과정에서 실수가 생긴다면 교회 전체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합법적으로 세금을 줄일 수 있는 권리, 절세도 알면 교회에 유익이다. 강 목사는 절세 방법도 무궁무진 하다고 말했다. 목회자들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무와 회계에 대한 기본과 원칙, 방향만 알아도 몰라서 겪는 위기는 피할 수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교회의 재정은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원칙을 마지막으로 질문했다. 강 목사는 “교회가 깨끗하고 투명하게 공시를 하면 신뢰도가 올라가고 교회의 질적 부흥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면서 “종교인 과세 때문에 세무당국이 교회에 대해 문제 삼는 환경이 닥치더라도 타격 없이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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