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회, 수장 선출해놓고도 ‘소송전’ 반복될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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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리회, 수장 선출해놓고도 ‘소송전’ 반복될까 우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10.2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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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회장 선거 직후 2건의 ‘선거무효’ 소송 제기
‘2008년 사태’ 후 계속된 악순환…이번엔 끝날까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직무대행:윤보환 목사)가 지난 12일 선거를 통해 새로운 감독회장을 선출했지만, 곧바로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되면서 선거 때마다 반복돼 온 소송의 악순환이 다시 이어질지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13일 감리회 중부연회 소속의 최 모 목사는 윤보환 감독회장 직무대행과 선거관리위원장을 상대로 지난 12일 실시한 감독회장선거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행정재판을 총회특별재판위원회에 청구했다. 최 목사는 당선자인 이철 목사가 기호 배정을 받기 전에 이미 선거를 치른 미주연회 선거권자들과 해외 선교사들의 권리가 침해된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밖에 후보자 등록 심의 규정 위반과 선관위의 선거일정 위반 등도 지적됐다. 

이어 16일에도 두 번째 소송이 제기됐다. 동부연회 유 모 목사가 제출한 선거무효소송에서는 이 철 당선자가 △선거에 앞서 금품과 식사를 제공한 점 △법정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을 벌인 점 △교회재판을 받기 전 사회법정에 소송을 제기한 점 등이 혐의로 지적됐다. 

유 목사는 지난 26일 열흘 만에 소를 취하했지만 최 모 목사가 제기한 소송이 남아있어, 향후 교단 재판부인 총회특별재판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감독회장 자리를 둘러싼 감리회의 지난한 소송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감독회장 선거에서 출발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선거무효’,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은 사회법정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감독회장  잔혹사’라 할 만큼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왔다. 

악순환의 첫 단추라 할 수 있는 2008년 감독회장 선거 당시 선관위는 ‘교회재판법이나 사회재판법에 의해 처벌받은 사실이 없는 이’로 제한하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를 후보로 등록했고, 이에 따라 다른 후보들로부터 ‘후보자 등록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됐다. 선거 직전 가처분이 인용됐지만, 선거 결과 김국도 목사는 가장 많은 득표를 받았다. 감리교 본부가 인정하는 1위 득표자인 고수철 목사와 김국도 목사는 서로가 당선자임을 주장했다. 이후 고수철 목사는 김국도 목사로 하여금 직무집행 및 감독회장 직함 사용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가처분을 법원에 신청했고, 그해 12월에 인용되면서 본인의 지위를 굳히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 선거에 출마했던 신기식 목사 외 1인이 그해 10월 제기한 ‘선거무효 소송’이 기각과 항고를 거쳐 인용되면서, 고수철 목사의 감독회장 직무도 중지된다. 법원이 이규학 목사를 감독회장 직무대행으로 지명하지만, 이규학 직대도 이듬해 김국도 목사 측 인사가 제기한 직무정지 가처분에 따라 자리에서 물러난다. 법원은 재선거를 위해 이규학 직대를 임시감독회장으로 다시 선임하고, 7월 열린 재선거에서 강흥복 목사가 감독회장에 당선된다. 그러나 김국도 목사 진영이 다시 법원에 신청한 감독회장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강 목사는 본격적인 직무 수행도 해보기 전에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2010년 법원이 직무대행으로 선임한 백현기 변호사가 2012년 4월까지 자리를 지켰고 5월부터는 법원이 지명한 임시감독회장으로 김기택 목사 체제가 들어선다. 이듬해 2월 선거가 치러지고, 이 선거에서 전용재 목사가 당선되면서 감리교 감독회장 잔혹사는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같은 해 9월 ‘금품수수’ 혐의로 교단 재판부인 총회특별재판위원회로부터 전용재 감독회장의 당선 무효가 결정되고, 전 감독회장이 사회법에 신청한 가처분도 기각된다. 이로써 임준택·박계화 목사가 감독회장 직무대행을 이어오다 전용재 목사가 ‘총특재 당선무효 판결 효력정지 가처분’ 상고심에서 승리함으로써 2014년 감독회장직에 복귀한다. 

전용재 감독에 이어 2016년 열린 제32회 감독회장 선거에서 전명구 목사가 당선되지만 전명구 감독회장도 선거권자 선출 절차상 문제와 금품 살포 등의 혐의로 2017년 12월 취임 1년만에 당선 무효 판결을 받는다. 이로 인해 이철 목사가 직무대행으로 선출되지만 2018년 8월 총회특별재판위원회로부터 지방회 경계 행정구역 위반으로 선출 무효 선고를 받는다. 이후 대법원에 계류 중이던 소송이 취하되면서 전명구 감독회장이 복귀하지만, 이해연 목사가 제기한 직무정지가처분 이의신청이 서울고등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면서 9개월만에 또 다시 직무가 정지된다. 이후 총회실행부위원회를 통해 선출된 윤보환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져 오다가 지난 12일 제34회 감독회장 선거에 이르게 됐다. 

한편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오는 29일 꽃재교회에서 제34회 총회를 개최한다. 총회를 앞두고 윤보환 직대와 관련한 감독회장 직무집행정지가처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법원이 총회 이전에 윤보환 직대의 직무정지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소집권 자체에 대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으며, 총회 의장을 누가 맡은 것인가에 대한 감리교 헌법인 ‘교리와장정’ 상의 해석도 분분한 상황이다. 

한 감리회 목사는 “선거 후 소송 정국은 이제 감리회의 기본적인 과정이 된 것 같다”며 “언제쯤이면 이런 관례가 없어질지 한심하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감리회 목사는 “논리적 정당성, 법적 정당성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감리교회의 하나됨”이라며 “지난 10년간의 소송으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인가. 새로 선택된 감독회장이 잘 할 수 있도록 기도로 돕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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