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권위 지키는 것이 종교개혁 예배 회복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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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권위 지키는 것이 종교개혁 예배 회복의 핵심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10.23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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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개혁기념주일 예배는?

루터, “하나님의 말씀 없는 예배는 참석 의미 없다”
종교개혁기념주일, 세상적 예배 요소 점검의 기회
“츠빙글리 예전, 인간 욕망 삭제하고 말씀만 의지”

가톨릭 교회의 잘못된 구습에서 벗어나 말씀을 회복하고자 했던 믿음의 열조들의 역사, 종교개혁이 503주년을 맞았다. 1517년 10월 31일 마틴 루터가 95개 조항 반박문을 베텐베르그 성당 문에 붙인 사건을 세계교회가 기념하고 있다. 

한국교회도 루터의 종교개혁을 기념해 매해 10월 마지막 째 주일을 종교개혁기념주일로 지키고 있다. 종교개혁의 뿌리를 기념하는 기간이지만, 그냥 지나치는 교회들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개혁가들이 지키고자 했던 예배의 가치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뿌리에서 우리의 예배를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장로교의 경우 츠빙글리의 예배 모범을 따라가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하다. 

종교개혁 역사는 예배 본질 회복
교회사를 되짚어보면 예배와 관련해 종교개혁가 간 의견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루터와 츠빙글리와 같이 성만찬 예전을 두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인간관계를 상하기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큰 의미에서 살펴볼 때 예배를 위한 종교개혁가들의 토론과 논쟁은 하나님께 진정한 예배를 드리기 위한 노력과 고민, 열심에서 시작됐다. 

장신대 김경진 교수는 “종교개혁자들이 주장한 예배의 신학은 초대교회 예배신학을 회복하는 것이었다”며 “희생제물 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만으로 우리가 완전히 단번에 구속되었다는 초대교회 신앙적 선언의 회복이다. 진정한 예배는 우리의 삶이라는 초대교회의 확신을 회복하기 위한 시도였고 이는 또한 성공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루터는 당대 타락했던 교회의 예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예배는 사제들의 권위만을 높이고 부패를 감추기 위해 예전을 이용됐다. 하나님의 말씀은 예배에서 사라졌다. 말씀을 대신하는 자리에는 신앙적이지 않는 우화, 변명, 노래 같은 것들이 차지했다. 

루터는 “하나님의 말씀이 선포되지 않는 예배에는 성도들이 참석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 사람이 방언할 때 다른 사람이 통역하고 예언하는 고린도전서 14장에 나타난 초대교회의 역동적인 예배를 모델로 제시했다.  

요한 칼빈 역시 초대교회의 예배 예전을 회복하고, 성경 말씀을 최고의 권위에 두고자 했다. 종교개혁가들이 예배 모범에서 죄의 고백, 중보기도, 설교, 성만찬, 기도 등을 중요한 순서로 제안한 것도 예배의 본질이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는 차원이었다. 

한국교회 예배 안에서 비신앙적인 요소들이 알게 모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종교개혁기념주일을 보내면서 우리의 예배를 점검해보는 것은 어떨까. 

츠빙글리,
이론과 실천 겸비한 예전 마련

한국교회가 루터의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지키고 있지만, 장로교 전통의 교단이라면 1519년 츠빙글리가 시작한 스위스 종교개혁을 기념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백석대 전 부총장 주도홍 교수는 지난해 신학자들과 함께 스위스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을 추진했다. 

츠빙글리가 1531년 ‘그리스도교 신앙선언’ 중에서 발표한 ‘개혁교회 예전’, 이른 바 ‘취리히 예전’을 모범으로 삼아 이번 종교개혁기념주일 예배를 드려볼 것을 제안해 본다. 

주도홍 교수는 “츠빙글리는 취리히, 베른, 바젤 등에서 사용하는 개혁 예전(Liturgy)을 제시하면서 당시 프랑수아 1세가 이론적이고 실천적인 예배를 보여주고자 했다”며 “예전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을 변경하지도 파괴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았고, 그리스도께서 정해주지 않은 예전은 넣지 않았으며, 죄 사함이 없는 헌금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츠빙글리의 예전,
하나님 말씀에만 의지”

츠빙글리 ‘취리히 예전’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츠빙글리도 종교개혁 정당성을 보여주고자 했던 프랑수아 1세에게 성례 예배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성경에 근거한 올바른 예전이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했다. 

먼저 담임목사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행하신 성례를 바르게 설교한다. 중세교회처럼 라틴어가 아니라 모든 성도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이면 된다. 대중 언어를 사용하게 된 것도 종교개혁가들이 이룬 엄청난 성과이다. 이때 성도들이 축복의 실체가 무엇인지 분명히 인식해 감사하며 임하도록 인도한다.  

이후 담임목사는 효모가 들어가지 않은 빵과 포도주가 놓은 성찬대 앞에서 성찬 집례를 하게 된다. 특별한 예복이 아닌 일상적이고 품위 있는 옷이면 괜찮다. 중세교회 성찬식 때 입었던 의전적 예복이 사려졌던 것과 사라졌던 것은 새로운 결정이었다. 

담임목사가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외치면 성도들이 모두 ‘아멘’으로 화답하게 된다.

취리히 예전에서는 헌금기도 시간에 “기도하겠습니다”고 말할 때 회중은 무릎을 꿇는다. 담임목사 옆에서 선 예배 조력자들이 ‘서신서’를 낭독하고, ‘영광송’ 순서에서는 담임목사와 교인들이 번갈아가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말을 낭독한다. ‘복음’, ‘신앙고백’에서도 낭독과 화답으로 이뤄진다. 

이어 담임목사는 ‘성찬 권면’에서 교인들을 초대하고, 성찬에 합당하게 참여할 것을 설명한다. 이는 지금까지 한국의 성찬식에서 마찬가지 흐름이다. 취리히 예전에서는 ‘주기도문’을 끝까지 암송하고 교인들이 ‘아멘’으로 화답한 후 담임목사가 기도한다. 이어 ‘제정사’, ‘배찬’ ‘감사의 말’, ‘감사 기도’, ‘파송’이 진행된다. 

물론 예배 예전을 있는 그대로 적용할 수도 있고, 현재 예배 형식에 더하거나 빼서 진행해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종교개혁가들이, 츠빙글리가 예전에서 담고자 했던 초대교회 예배의 원형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데 있을 것이다. 

주도홍 교수는 “츠빙글리는 인간의 욕망을 첨가한 것을 예전에서 삭제했다. 교황의 미사를 폐지했다”며 “성경에 근거해 하나님의 말씀에 굳게 의지하면서 말씀의 권위를 절대 무시하지 않는 예전을 세우고자 했던 그 정신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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