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산불과 기후위기 앞에 선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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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과 기후위기 앞에 선 그리스도인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0.10.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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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미국 서부가 최악의 대형 산불을 겪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 번개로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된 산불이 두 달 가까이 불타고 있다. 불 탄 면적은 우리나라의 절반 정도나 되는데, 숲은 물론 거주하는 사람들과 야생동물, 하나님의 피조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빈번해지고 있는 대형 산불은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일으킨 재난이다. 폭염이 계속되면서 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해지면서, 초목이 수분이 증발해서 타기 딱 좋은 장작과 같은 상태가 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센 바람까지 불어 한 번 붙은 불이 순식간에 번져 끄기 어려워져 대형 산불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여름 긴 장마와 마찬가지로 산불이 빈번해졌고 비상경계 기간 또한 길어졌다. 더 건조하고 강해진 바람에 5월까지 전국 산지가 산불의 위험에 놓이게 되었다.

이 같은 대형 산불의 책임은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있지 않다. 기후위기를 초래한 우리 모두, 특히 ‘지키고 돌보라’는 명을 받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있다. 우리 모두가 불타버린 숲과 죽어간 야생동물들의 죽음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의 40%를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석탄발전으로 얻고 있고, 타고 다니는 자동차 또한 온실가스의 주요 배출원이고 보면,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는 게 부끄럽고,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기후위기로 인해 재해재난을 막으려면 하루라도 빨리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지금껏 우리의 필요를 채워준 지구가 회복력을 잃지 않기 위한 시간은 10년도 채 남지 않았다. 2018년 채택된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온도를 1.5도 이상 상승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을 모두 퇴출하되, 그것은 우리 그리스도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탐욕스럽게 살아온 삶을 회개하고, 에너지와 먹을거리, 이동수단을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필요만큼만 누리며 쓰레기 배출을 원천 감량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내연기관차와 석탄발전소와 같이 탄소 다배출 산업을 신속히 퇴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무책임하고 게을러 기후악당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국내 석탄발전소가 60기가 가동되고 있는 데다 신규로 7기를 건설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의 재해재난의 한 복판에 설 수 있다.

안타깝게도 해를 거듭할수록 상황이 더 위급해지고 있다. 그래도 우리가 절망하고만 있을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생명을 주고 그 생명을 풍성히 누리게 하시는’ 그리스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형 산불뿐 아니라 우리의 탐욕스러운 삶이, 기후위기를 앞으로 더 부추기겠지만, 창조주 하나님을 신뢰하면서, 재난과 죽음으로 가는 길을 거부하고,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지구를 위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 재해재난으로 죄 없이 사라져 가는 수많은 생명을 마음에 품고, 함께하는 이들과 더불어 탄소배출 제로를 향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 일상은 물론 교회와 사회, 국가적 차원에서 위기와 당당히 마주하며 대응해야 한다.

우선은 코로나와 긴 장마와 태풍, 그리고 산불 속에서 하나님의 피조물들이 우리 하나님의 자녀들을 향해 보내는 긴급구조신호(SOS)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지도, 너무 안일하게 있지도 말고, 모두의 풍성함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을 믿고 사랑으로 행함으로 주님 하신 일을 우리도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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