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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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
  • 박은미 교수
  • 승인 2020.10.0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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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미 교수/서울장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가정폭력은 가정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의미하며, 흔히 알고 있는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모욕이나 무시와 같은 정서적 폭력,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성적 폭력, 가정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고의적으로 주지 않거나 배우자가 번 재산을 갈취하는 등의 경제적 폭력, 또 본인의 의견을 강요하거나 인간관계를 통제하는 등의 기타 유형 등이 있다. 자녀의 훈육이나 배우자의 잘못을 깨우칠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에게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면 폭력이며, 가정폭력 행위는 심하면 가족원을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우울증이나 무기력감에 빠뜨리는 등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

이러한 가정폭력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30~50%의 가정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다양한 통계가 있으며, 가장 최근인 2019년 여성가족부의 전국실태조사에 따르면, 5가지 유형 모두를 포함한 가정폭력은 전체 여성의 28.9%, 남성의 26%가 경험한다고 한다.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가정폭력 발생에서 종교의 영향은 없거나, 혹은 오히려 기독교 가정에서 더 많다는 연구가 보고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 가정 10가정 중 최소 3가정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한국교회에서 교인들의 가정을 폭력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함을 시사한다.

가정폭력 예방을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지체별로 살펴보면, 먼저, 신학계에서는 잠언 13장이나 22장, 23장, 29장 등에서 언급된 ‘채찍으로 자녀를 징계하라’는 말씀이나 에베소서 6장, 베드로전서 2장과 3장 등에서 ‘아내들은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거나, ‘그리스도께서 고통을 견디어 내셨듯이’, 혹은 ‘종이 부당한 주인의 학대를 견뎌내듯이 하라’는 말씀들에 대한 신학적 해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단 차원에서는 기독교 가정에서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안내책자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권장할 수 있다. 안내책자에는 가정폭력의 개념, 현황, 원인 등에 관한 내용을 일반 신도들이 알기 쉽게 담고, 가정폭력 발견 방법이나 발견 후 대처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와 지침을 제공한다. 또한, 주일학교나 예비부부교실, 가정 심방, 부모교육 등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제공할 수 있다. 

셋째, 목회자 차원에서는 말씀을 통해 가정폭력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갖지 않도록 성도들을 인도하고, 가정심방을 통해 가정폭력으로 어려운 가정이 있는지를 민감하게 살펴보며, 교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성도들이 폭력이 아닌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정생활을 하도록 권면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기독교인들이 가정폭력은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주위에 가정폭력으로 어려움을 당하는 교인이나 이웃이 있는지 세심하게 관찰하며, 이들이 필요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를 해줄 수 있다. 또한, 가정폭력의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가정폭력이라는 두렵고 외로운 싸움에서 패배하여 좌절하지 않도록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서 이들을 비난하지 않고, 힘이 되어 주는 좋은 이웃이나 친구로 함께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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