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썩고, 강도 썩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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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 썩고, 강도 썩고
  • 승인 2001.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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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 그래서 지구와 함께 더불어 인간도 죽어갈 수밖에 없는 이때, 21C 최대의 이슈는 환경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환경 오염으로 인해 생태계가 파괴되어 동식물의 서식이 위태롭게 되고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곳곳에서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몰염치한 인간들이 무책임하게 버린 공업용 폐수를 비롯한 생활 폐수와 각종 쓰레기, 불법 매립 폐기물 등으로 삼천리 금수강산이라는 이 땅이 몸살을 앓은 지 오래다.

인간들의 실수로, 안일한 대처로 빚어진 자연 환경의 몸살은, 동·식물은 물론 인간의 생존에까지 긴박한 위협을 주고 있다. 플라스틱이나 캔 등은 소각 온도가 1,000℃이상 되어야 무해 가스가 방출되는데 이것을 지키지 않아 유해 가스가 발생하게 되면 내분비계 교란 물질이 생성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환경 호르몬이 그것인데 물고기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체내에 이 물질이 과다 축적되었을 때 성(性)관련 장애를 가져온다. 즉 남성의 정자수가 감소되고 여성들이 불임을 초래하는 등 생태계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30여 년 전에는 수도꼭지를 틀어 그대로 물을 받아 마셨다. 그러나 고도의 산업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생활 환경의 개선과 함께 집집마다 정수기를 들여놓게 되었고 그것도 부족해 어딘가에서 무공해 물을 직접 공수해 먹는 가정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에 지방 중소 도시의 가정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어 충격을 주고 있다. 이것은 소독 미비, 전문성 부족에 따른 운영 부실과 수도관 노후라던가 부적절한 취수장의 위치가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국 도처에 우후죽순 격으로 건설되는 공장과 폐기물 불법 매립이 또 다른 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한 가지는 시민들의 무감각과 무관심을 들 수 있는데 사건이 터지면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파헤쳐 개선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시점에 가서는 당국이나 시민 모두 유야무야로 흐지부지 넘겨버릴 때가 많다.

2000년 5월 캐나다 워커튼에서 북미 최대의 수돗물 오염 사고가 발생했다. 청정지역이라고 불리는 그곳에서 7명이 사망하고 2천 여명의 집단 감염 환자가 발생했는데 원인은 바로 수돗물 속의 대장균 O-157이라고 한다. 발생 원인은 100㎖ 이상의 갑작스런 폭우로 워커튼 일대가 범람해, 주변 축산 농가의 가축 배설물이 공동 우물 공급 용수로 침투했기 때문이다.

그 후 워커튼을 복구하기 위한 정부와 주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워커튼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자연 보호, 자연은 사람 보호’라는 구호가 생각난다. 환경 보호와 환경 친화 운동이야말로 인간이 환경과 더불어 공생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어느 한 사람이나 한 집단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주민과 모든 협력 단체들이 통합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일구어 나가야 할 것이다.

너도나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힘을 모을 때 외국의 경우에서처럼, 쓰레기장이 호수 공원이나 푸른 길 등으로 변할 수 있다.
특별히 기독교인들의 ‘환경지킴이’ 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데, 기독교는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가르치고 있는 명확성의 종교다. 교회의 위상이 많이 약해진 이때 교회 지도자들은 교인들에게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직성을 강조하고 이끌어 나아갈 필요가 있다. 고의적인 환경 파괴야말로 부정직성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들을 향해 “자연을 다스리고 정복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만물의 영장이라는 미명하에 짓밟고 파괴했던 자연을 회복시키고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명령으로 후손들의 삶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몫이다. 환경 복원 운동은 작은 것부터 실천할 때 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아무 데나 쓰레기 안 버리기, 물 아껴 쓰기, 쓰레기 분리 수거, 세제 덜 쓰기 등 여러 번 반복해도 과함이 없는 부분들이다. 이렇게 기독교들의 환경에 대한 안목이 열릴 때만이 미래에 닥칠 환경 재앙을 미리 막을 수 있다. 넘치는 쓰레기로 강과 산이 썩어 간다. 이것이 덫이 되어 옴짝달싹 못하기 전에 푸른 산 맑은 물 가꾸기에 우리 모두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하나뿐인 지구가, 아니 우리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가야 할 이 땅이 지금 이 순간에도 죽어가고 있다.

박대훈목사(청주서문교회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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