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뒤 세상에 나올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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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뒤 세상에 나올 그에게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0.09.28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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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농구를 좋아하는 분에게, 떠올리고 싶지 않으면서도 그리운 애증의 존재가 있다. 바로 강동희 전 프로농구 감독이다. 그는 우리나라 농구의 전설적인 선수였고, 감독으로서도 성공적인 이력을 쓰고 있었다. 이처럼 잘 나가던 그였는데, 어느 날 범죄자의 신분으로 기자들 앞에 서면서 충격을 준다. 한동안 나는 그런 적이 없다고 부정했지만, 승부 조작이 진짜인 것으로 드러난다. 그 결과 그는 2013년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았고, 농구계에서 완전히 제명된다.

그리고 한동안 자취를 감추던 그는 몇 년 뒤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다. 프로야구와 농구에서 승부 조작 예방을 위한 강사로 활동한다. 작년 11월에는 한 지자체의 장애인체육회 농구팀의 기술고문을 맡았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냉담했다. 사람들의 비난을 넘어선 냉담의 시간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그는 몇 년 전부터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고 대인기피증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던 중 얼마 전, 한 지상파 프로그램에 그가 등장한다. 대학 시절부터 그를 아끼던 한 농구인이 그를 대중들 앞에 나오도록 요청한 것이었다. 그 요청에 응한 그는 조심스럽게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한다. 얼마나 진솔했는지, 그 프로그램의 PD도 진심이 느껴졌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반가웠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던 반면에, 영원히 용서할 수 없는 죄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야기처럼, 한번 닫힌 마음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특별히 모두가 공분할만한 죄를 지은 사람에 대해서는, 어떠한 진심을 보여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럴 때 용서받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극단적인 선택으로 진심을 보이면 될까? 아니다. 무력을 동원해서 강제로 용서를 받아내야 할까? 아니다. 그럴 때 해야 하는 것은 어떠한 비난도 감수하며 묵묵히 인내하는 것이고, 묵묵히 바르게 사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많은 사람에게든, 적은 사람에게든 언젠가 그 진심은 드러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최근에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뉴스 중의 하나가 나왔다. 지난 2008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한 범죄자가 12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에 의하면 출소하면 자기가 살던 지역에 돌아가서 조용히 살겠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출소한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이미 두려워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공감 능력조차 없는 모습을 보인 데다,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검사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무부에서는 재범 방지를 위한 전문교육을 하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또 5년간 신상정보가 공개되며, 7년간 전자팔찌를 채울 것이고, 24시간 전담 보호 관찰관을 붙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그가 살 지역에 211대의 CCTV를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두의 기피 대상이 된 이 사람!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기피해야 할까? 사랑해야 할까? 고민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이 사람에게 마음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출소한 뒤에 조용히 살겠다는 그의 말이 좋은 방향으로 진심이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기대하는 대로 좋은 쪽으로 조용히 산다고 해도, 대중들은 끝까지 마음을 열지 않을 수 있다. 그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럴 때도 지켜주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사람들을 원망하는 대신, 내가 하늘 앞에서 바르게 사는 것이다. 그렇게 살며 인내하면, 언젠가 진심을 알아줄 날이 올 것이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이야기! 그 시작은 용서를 받아야 할 사람의 뉘우침과 인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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