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난희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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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난희 누님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0.09.2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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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125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목사

지난 주 목요일 저녁 ‘이난희 누님’이라고 표시된 전화가 왔습니다. 사실 모르는 전화번호 받기가 어렵습니다. 대부분이 “도와 달라”는 전화이기 때문에 선뜻 응하기가 어렵고, 거절해야 하는데 처지를 듣고 나면 마음이 불편하기도 하구요.

어느 목사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도와달라는 내용을 종합해 봤더니 ‘교회를 팔아야 할 정도’ 였다구요. 지금 대부분의 교회들이 선뜻 어느 단체나 교회를 돕는 게 그리 쉽지 않을 겁니다.

“이난희 누님? 누구지?”

저는 한 번도 통화를 해본 적이 없는 이름, 그런 전화 대부분은 받지 않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제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여보세요~”

수화기 너머 TV 소리 같은 건 들리는데 응답이 없었구요. 다시 “여보세요~” 해도 여전히 응답이 없어, 누군가 제게 전화를 한 게 아니라 때론 전화가 엉뚱한 곳으로 발신이 되기도 해서 그런가 하고 끊었습니다.

그 다음날 정순애 전도사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이난영 권사님 언니 이난희 성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뭔가 머리를 ‘꽝’하고 한 대 쳤습니다. 아~ ‘이난희 누님’이라고 기록된 전화는 이난영 권사님의 언니였습니다. 한상호 장로님과 이난영 권사님이 칼국수 가게를 할 때 도와주셨던 분이기도 하구요. 우리 교회 몇 번 나온 적도 있고, 등록도 하고, 제가 칼국수 먹으러 갈 때마다 반갑고 수줍은 얼굴로 맞아 주기도 했던 분입니다.

“누님~ 잘 지내셨죠?” 하고 주방에서 일하고 계신 분께 인사드리면 한결 같이 쑥스럽고 어색한, 반가움의 미소를 짓고 뒤로 슬며시 숨던 분이셨습니다.

늦은 나이에 가족도 없이 홀로된 누님은 외로움에 지쳐 친구가 술이 되고, 알콜 중독이 되고 폐인이 되다시피 했지요. 하지만 한상호 장로님과 이난영 권사님은 누님을 모시고 일 년에도 몇 번씩 응급실 신세를 지면서도 곁에서 함께 생활하셨습니다.

불과 얼마 전 돌아가실 뻔한 걸 이난영 권사님이 급히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모셔 “하나님 살려주세요~”하고 간절히 기도했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 누님이 돌아가시기 전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저는 그 누님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어떻게 제 핸드폰에 기록이 되어 있었는지도 모르고, 단 한 번도 통화한 적이 없기에 누군지 까맣게 잊고 있었구요.

목사는 그 이름을 잊었는데, ‘이난희 누님’은 돌아가시기 전날 목사를 찾았더라구요~

빈소를 찾았습니다.

어색한 미소를 띤 영정 사진이 저를 바라보고 있었구요, 한상호 장로님과 이난영 권사님에게 그 이야기를 말씀 드렸더니~ “언니가 마지막으로 목사님 목소리를 듣고 싶으셨나 보네요~” 하시더군요. 그런데 그 말이 이 목사의 마음을 더 먹먹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잃어버린 양을 찾는 주님의 마음이 제겐 없었고, 보이지 않았고, 주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어색한 이난희 누님의 미소는 저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듯 했지만, 저는 안정되지 못한 마음으로 그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드는 밤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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