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휘페레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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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휘페레테스
  • 김한호 목사
  • 승인 2020.09.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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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스페인에 가면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페인과 프랑스 접경에 위치한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수호성인인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스페인 북서쪽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약 800km에 이르는 길입니다. 산티아고(Santiago)는 야고보를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며, 영어로는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라고 부릅니다. 이 순례길은 야고보가 걸어간 길을 걸으면서 묵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명소로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산티아고가 대한민국에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2019년 11월에 조성된 ‘한국판 산티아고’는 전라남도 신안군 섬마을에 위치해 있습니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여 만든 순례길로 일명 ‘섬티아고’라고 부릅니다. 대기점도에서 시작해 마지막 딴섬까지 이어지는 12km의 순례길은 12사도의 이름을 딴 작은 예배당이 1km마다 세워져 있습니다. 

이 작은 섬마을에 이런 기독교적인 순례길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의 휘페레테스’로서의 자기 인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고(故) 문준경 전도사님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섬 지역의 복음화를 위하여 헌신하였습니다. 

섬 지역은 무속신앙이 강하게 발달되어 있는 곳인데, 문 전도사님의 복음 전도로 마을 인구의 80% 이상이 기독교인이 된 놀라운 은혜는 우리에게 많은 도전이 되고 있고, 그 믿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묵상을 할 수 있는 순례길까지 국가사업으로 지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순례길은 섬 주민들의 생활도로와 거의 일치합니다. 따라서 섬의 문화와 삶이 걷는 자의 정서를 파고듭니다. 바로 이 정서가 문준경 전도사님으로부터 전해져오는 믿음의 정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헬라어 ‘휘페레테스(servant)’는 ‘아래서’라는 뜻의 ‘휘페’와 ‘뱃사람’이라는 뜻의 ‘레테스’가 합성된 단어입니다. 따라서 ‘배 밑창에서 노를 젓는 종’을 가리키는 단어입니다. 이들은 오로지 명령에만 따라서 노를 젓습니다. 로마 군함의 밑창에는 노를 젓는 노예들이 줄을 지어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의 임무는 단지 고수(鼓手)가 치는 북의 속도에 맞추어 힘을 다해 노를 젓는 것뿐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휘페레테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명령에 따라 노를 젓는 사람이지만, 사실 내가 선장이 되어 뱃머리를 조종하려고 할 때가 많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과연 ‘하나님의 휘페레테스’라는 인식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까? 요즘 우리는 코로나19라는 재난 속에 살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회피’하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언택트’ 사회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정을 비롯한 모든 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경제는 회복하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우리 인생에 타우로스 산맥과 같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수많은 일들이 나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할지라도 바울처럼 “나는 하나님의 휘페레테스이다”라고 선포하며,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나아가야 합니다. 바울은 험난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이끄심대로 순종하며 갈라디아 지방으로 갔는데, 이것이 결국은 아시아 지역으로, 유럽으로 복음이 확장되는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시기에 우리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하나님의 휘페레테스로서 묵묵히 나아갈 때, 우리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뜻이 열매 맺게 되어 모든 것이 회복되는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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