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이라는 도둑에게서 ‘생명’을 지켜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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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이라는 도둑에게서 ‘생명’을 지켜내자
  • 하상훈 원장
  • 승인 2020.09.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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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훈 원장/한국생명의전화

지난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었다. 200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가 전 세계에 만연한 자살을 막기 위해 모두가 책임감을 갖자고 정한 날이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자살예방의 날을 지켜 오고 있지만 자살률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통계청(2019)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8년 한 해 동안 13,670명, 하루 평균 37.5명이 스스로 생명을 끊었다. 인구 10만 명당 26.6명이 자살하여 OECD 평균 자살률 11.5명의 두 배 이상이다. 15년간 계속된 자살률 1위의 오명을 언제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

필자가 일하는 생명의전화에 죽고 싶다고 상담을 요청한 내용을 살펴보면 경제적 어려움, 진로, 대인관계, 가정불화 등 다양한 문제를 호소한다. 자살의 원인은 하나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 자살은 빈곤, 경제, 고립, 단절 등 여러 사회적 요인에서 발생되고 있는 명백한 사회문제이며, 그 사회의 건강성을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올해 자살률 증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복병이 나타났다. 코로나19 바이러스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절망, 자살 충동이 심해지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외부와의 단절 등으로 코로나 블루(우울), 코로나 레드(분노)라는 말이 생겨났다. 해외 연구 결과를 보면 국가 재난 사태에 직면했을 때 생존 욕구가 강해지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유대감이 증대되어 일시적으로 자살률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오히려 자살률이 줄었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면 시간이 지난 뒤 자살률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 우려된다.

이러한 시기에 한국교회는 자살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까. 먼저 한국교회가 자살예방과 생명경시 문제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자살 유가족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목회적 보살핌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매년 8만 명 이상, 지난 10년간 약 70만 명의 자살 유가족이 발생하였다. 자살 유가족은 자살의 가장 큰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수치감, 죄책감, 사회적 낙인 속에 살아간다. 이들에 대한 인식개선과 목회적 돌봄이야말로 교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다른 하나는 가정, 학교, 직장과 더불어 교회가 생명존중 교육 확산에 선봉장이 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자료(2019)에 의하면 우리 국민은 자살을 권리로 생각하거나 자살을 금기시하지 않고 허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교회에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생명이 잘 보호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는 전국적으로 잘 조직된 교육 기관이기도 하다. 지역사회 내에서 생명존중 교육을 선도하여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나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또 더 넘치게 얻게 하려고 왔다”(요 10:10)는 주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한국교회가 천하보다 귀한 생명을 자살이라는 도둑으로부터 지키는데 앞장서 나가기를 기도한다. 또 교회의 노력으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줄어들고 생명존중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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