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데면데면
상태바
[기자수첩] 데면데면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9.17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밖에 나가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주말이면 빼곡하던 스케줄표도 창밖의 거리마냥 드문드문하다. 나만의 시간이 길어진 것이 나쁘지만은 않다. 방학숙제처럼 미뤄뒀던 영화 리스트에 별점이 늘어간다. 바쁘다는 핑계로 지나쳤던 일들에도 하나 둘 손이 가고 있다.

그래도 코로나 이전의 일상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정확히는 함께 하던 사람들이 그리운 것일 테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이 틀린 게 없나보다. 살갑던 사이도 확실히 예전보단 데면데면해졌다.

‘데면데면’이라는 말이 요즘 귀에 익다. 사실 획 하나 바꿔 쓴 ‘대면’예배 이슈 덕분이다. 정부가 코로나 방역조치 강화의 일환으로 수도권 대면예배를 금지시키자 교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교회가 미안하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교회가 있는 반면, 대면예배는 생명이라며 거세게 반발한 교회도 적지 않았다.

집 안에서 화면만 바라보는 온라인 예배가 이전보다 낫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만나지 못한 친구들이 그립듯, 함께 찬양하고 기도하던 뜨거운 예배의 현장이 그립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 SNS에서 유명해진 글귀처럼 ‘예배 모임이 칼이 되어 이웃의 목숨을 위태롭게 하면 모이지 않는 것이 신앙’이기 때문이다.

사실 예배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과의 대면이다. 일주일에 한 번 예배당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일상에서 하나님의 얼굴을 대면하는 것이 바로 예배일 것이다. 물론 성도들의 교제와 모임의 중요성이야 구태여 또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영과 진리로 하나님과 대면한다면 비대면예배가 예배가 아닐 이유도 없다. 사실 비대면예배 시대에 신앙이 약화되는 이유는 평소에 하나님과 데면데면했기 때문은 아닐까. 나부터가 부끄러운 오늘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