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역시’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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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시’ 그리스도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9.10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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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분 좋은 기사를 봤다.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을 향한 교회들의 기부 행렬 소식이었다. 너도 나도 먹고 살기 힘든 이때 솔선수범 나선 교회의 모습에 내심 흐뭇했다. 그러나 댓글창으로 눈을 돌린 순간 이내 씁쓸함이 몰려왔다. 교회를 공격하는 기사에는 “역시! (그럼 그렇지) 그리스도인” 등 수백 수천 개의 비난 댓글이 난무하더니 정작 선행을 알린 기사에는 고작 댓글 몇 개가 전부였다. 그마저도 호의적인 반응은 없었다.

올해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과 장마까지 닥치면서 피해가 막심하다. 이에 많은 기독 NGO 단체들과 교회들은 사실 알게 모르게 긴급 모금운동과 구호활동을 펼치면서 귀한 구슬땀을 흘려주고 있다. 그러나 셀럽과 연예인들의 떠들썩한 기부 소식에 비해 교계의 선행은 잘 알려지지도, 부각되지도 않는다.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는데 두 팔을 걷어 부친 한국교회의 저력이 갈수록 약해지는 건 아닌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물론 자극적인 기사들로 갈등을 조장하는 언론들도 문제지만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요즘 크리스천들은 코로나 확산에 대한 책임을 두고 서로 편 가르고 잘잘못을 따져들기 바쁘다. 크리스천들부터가 먼저 하나 돼 국난 극복에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분열을 거듭하고 있다.

다시 본질로 돌아갈 때다. 신앙인들은 모두가 어려운 이 시국에 다시금 하나 돼 함께 아파하고 기도하면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동시에 세상의 비판에 위축되지 말고, 묵묵히 예수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온라인 포털사이트에 교계의 선행이 가득한 기사들로 넘치고, “역시 (멋진) 그리스도인!”이라는 댓글들로 도배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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