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이라고 우는 사람들의 특징 몇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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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라고 우는 사람들의 특징 몇 가지
  • 노경실 작가
  • 승인 2020.09.08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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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108

시편 136:7-9> 큰 빛들을 지으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해로 낮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 달과 별들로 밤을 주관하게 하신 이에게 감사하라 그 인자하심이 영원함이로다

9월 4일 이른 새벽. 베란다에서 하늘을 보는 순간, 나는 너무 놀라 저절로 탄성을 질렀다. 도대체 얼마 만에 보는 달과 별인가! 그것도 찬송가 가사처럼 명랑한 달빛, 빛나는 새벽별! 보름이 지난 이틀 뒤라 달이 더 크게 보이는 듯 했다. 나는 얼른 일기장을 들추었다. 6월 24일, 장마라고 크게 적어 놓았다. 그리고 2달이 넘게 내리는 비, 게다가 태풍까지. 

역병과 노아의 홍수같은 길고 긴 비, 경제의 혼란(정치는 말할 가치조차 없고!), 거의 모든 사회 시스템의 정지. 얼핏 보면 말세요, 종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태양과는 또 다른 빛의 눈부신 둥근 달과 지지 않으려는 듯 뽐내고 있는 별. 나는 새벽에 기도할 때 마다 시편136편을 큰소리로 암송하고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늘 해달별이 내게는 남다르게 여겨진다. 내 기도의 증인들 같아서.

그런데 베란다에서 다시 방으로 들어오니 문득 비행기를 탈 때 일이 생각났다. 분명 비바람이 칠 때 이륙을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의 높다하는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곳까지 올라왔을 때에, 그 광경! 눈이 부셔서 직접 볼 수가 없어 창문 가리개를 내리고 살그머니 내다보는 창공. 하얀색이라고 말하기에는 감히 비유할 수 없는 ‘빛의 하얀색’의 구름. 끝을 도저히 가늠할 수 없는 창공. 마치 두번째 하늘같은 느낌을 받는다. 만약 저 한가운데에 나 홀로 있게 된다면 그 광활함과 눈부심에 그저 악! 하는 비명을 지르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비행기 안에서. 

우리가 지금 우한 바이러스와 노아 홍수같은 비와 태풍과 사회기반 시스템이 다 무너진 듯한 상황 속에 우왕좌왕하고, 불안과 공포에 떨며, 마치 적을 피해 각자의 동굴과 움막에 숨어 지내는 시간을 통과하지만 저 하늘 위의 하늘은 너무나 고요하다. 눈부시다.

하지만 그 하늘 아래의 현상만 바라보고 사는 사람들은 전혀 고요하지 않다. 얼굴은 불안의 기운이 뚜렷하다. 그리고 무얼 그리 많이 찾아 듣는지!(예전 같으면 찾아다녔을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온갖 종말과 말세 제목이 들어간 영상을 보고, 그런 설교와 기도모임에 심취해 있다. 얼굴에 기쁨이 없다. 화난 사람들 같다. 넉넉하던 너그러움도 사라진 듯하다. 

종말에 짓눌려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나와 내 가족이 살아남아야 하는데...’ 라는 생각에 하나님이 아닌 ‘그 무언가 방법’을 찾느라 분주하다. 하나님을 너무나 무력한 존재로 만들고 있다. 인기 있다는 강사나 목회자들이 두려움과 공포로 몰아놓는 설교에 시간과 마음을 쏟는다. 

그러다보니 가슴이 차가워지기 시작한다. 사랑이 식어지고, 긍휼히 여기는 심정도 사라진다. 사람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하지만 정작 그 마음은 아버지가 아닌 능력 많은 분에게 하소연하는 격이다. 즉,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망각하고 그저 능력이 너무나 많아서 그깟 바이러스야 간단하게 가죽 주머니에 쓸어 담으실 분으로 여기는 것이다. 그런데 그 능력 많은 분이 가만있는 것 같으니 불안이 더 커지는 격이다. 

에스더가 생각난다. 유대인을 다 몰살시킨다는 법령이 떨어졌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종말이 왔다고 울고불고 두려움에 벌벌 떨며, 말세라며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놓는 유명인들을 점쟁이 찾아다니듯 하지 않았다. 저마다 자기들의 골방으로 들어가 금식기도를 했다. 아예 물도 마시지 않았다. 

다니엘이 생각난다. 왕 외의 존재를 섬기면 불에 태워 죽이고, 사자밥이 된다는 법령이 내렸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도 다니엘은 자기의 골방에서 창문을 열고 기도했다. 여기저기 유력인사들을 찾아가 살 방법을 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사와 찬양의 기도를 드렸다.  

내일 이 땅에 다시 태풍이 온다고 하는데, 이 땅 만 바라보는 사람들은 오늘 밤도 잠들기 어려울 것이다. ‘종말이 오고 있는 거야…’ 하며 얼굴이 더 사나워진다. 인터넷 영상 앞에서 하나님 대신 공포와 두려움을 경배한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저 저 풀처럼, 나무처럼 오늘에 충실하며 그 자리에서 자기의 뿌리를 더 깊이 내린다. 내일 아침에 종말이 온다 해도 오늘 밤, 아버지하나님을 부르며 골방의 시간을 놓치지 않는다. 얼굴이 사나워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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