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는 짐이 아닌 ‘선물’…육아도 주님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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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는 짐이 아닌 ‘선물’…육아도 주님의 일”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8.24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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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나는 ‘다자녀 가정의 부모’입니다

요즘 미디어와 서점가에는 육아를 주제로 한 콘텐츠와 서적들이 봇물을 이룬다. 전문가들의 조언으로 육아의 고충을 덜어주겠다는 좋은 취지라지만 야속하게도 현실은 미혼 청년들을 비롯해 크리스천 부부들 사이에서도 결혼해도 자녀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족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연예인들의 초호화 육아를 보자니 상대적 박탈감이 들고, 대개 극한 직업으로 묘사되는 엄마들의 모습에 출산 포비아(Phobia·공포증)’가 생겼다는 게 이들의 항변이다.

동시에 다자녀 가정을 향한 시선도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자녀가 많은 게 복이라는 인식보다는 아이 하나 키우기도 버거운데 셋, 넷을 어찌 키우느냐는 오지랖 섞인 걱정서부터 고생길이 열렸다는 편견이 앞선다. 그러나 정작 다자녀를 둔 부모들의 관점은 달랐다. 아이들을 짐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로 여긴 엄마 아빠들은 육아도 주님의 일이라며, 도리어 여러 가지 핑계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대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었다.

희생으로 꽃피우는 신앙의 성숙
최근 다섯째를 임신했다고 하니까, 양가 부모님들조차 과연 축하해주는 게 맞느냐며 염려하셨어요. 그도 그럴 게 저와 남편의 나이가 적은 건 아니니까요.” 2006년 한국대학생선교회 박성관 간사와 결혼해 슬하에 네 자녀를 둔 공종선 사모. 부부는 기도로 계획한 끝에 찾아온 막내와 내년 초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마흔을 넘긴 이들이 또 한 번 아이를 바란 건 둘 다 비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면서 늘 믿음의 가정을 향한 영적 목마름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부부를 향한 주위의 시선은 마냥 곱지 않았다. 공 사모는 맘충이란 용어가 유행하고 노키즈존매장이 확산하면서 자녀가 많다는 이유만으로도 잠재적으로 민폐를 유발하는 존재로 단정 짓는 사회적 분위기에 서러운 적도 더러 있었다. 또 네 자녀의 손을 잡은 그를 향해 어르신들은 축복이라면서도 꼭 아휴, 힘들겠어!”란 사족을 붙이며 혀를 끌끌 찼다. 심지어 첫째에게 와서 네 어깨가 무겁겠다. 잘하라며 굳이 부담을 심어주는 사람도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갈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되고 자신의 행복을 중요시 여기는 문화가 조성되면서 자녀 한 명만 낳아서 잘 키우면 되지’ ‘좀 편하게 살면서 지금을 즐기라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은연중에 독박육아’ ‘경력단절그리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한다는 희생에 대한 거부감이 다분히 실린 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 사모가 흔들리지 않았던 건 자녀를 기르면서 누린 스스로의 신앙적 성숙때문이었다. 그는 육아는 내려놓음을 통해 얻어지는 열매가 어마어마하다. 대신 힘든 시간들 가운데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지경이 넓어졌다자녀 한 명을 기르는 것은 그리스도의 제자이자 교회를 세우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사명으로 임했다. 분명 아이를 돌보는 것도 주님의 일인데 사회가 이를 너무 부정적으로 몰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정의 행복
네 아들의 아빠인 김정태 교사 역시 출산과 양육이 마치 부모의 삶을 방해하는 요소인 것처럼 깎아내리는 작금의 풍토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보통 다자녀라고 하면, 그것도 한창 먹성 좋고 혈기 왕성한 아들이 많을수록 집이 잘 사는구나혹은 집이 어렵겠다둘 중 하나의 우스개의 반응을 보이기 일쑤라고. 그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 그리 큰 월급을 기대할 수 없는 빠듯한 형편에 김 교사는 그건 아니지!”라는 무례한 말까지 들어야 했다.


그는 아들 넷이라고 하면 과연, 저 부부의 경제력으로 감당할 수 있나?’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불편하다물론 아들 넷의 식비와 교육비 등을 버는 게 녹록치 않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크는 걸 보며 느끼는 뿌듯함에 비하면 큰 고민거리가 못 된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이 더불어 살면서 체득하는 남다른 협동심과 양보심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교육이자 훗날 가장 큰 자산이 되리라 믿는다.

김 교사는 애가 애를 키운다고, 가정에서 아이들이 서로에게 교사가 돼주며 작은 학교를 체험하는 것을 어찌 경제적 가치로 판단할 수 있겠느냐. 그런데도 자녀양육에 따른 손실기회비용을 따지는 세태가 씁쓸하다고 했다. 이어 교회는 우리 부부의 넷째를 자기들의 늦둥이마냥 진심으로 축하하고 받아줬다. 이를 보고 아이를 더 낳은 가정도 있었다교회와 가정에 건강한 공동체를 주시는 것은 하나님의 엄청난 선물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아, 그리스도 제자화의 첫걸음
한편,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고려해 다자녀 가정에 전기세·수도세 감면’ ‘방과후수업 무료보육시설 우선 이용등 지원 정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이에 다자녀 가정에는 나라에서 다 키워준다는 꼬리표가 종종 따라다닌다. 하지만 천안에서 네 아들딸을 키우는 문지환 목사는 사실상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인 혜택은 거의 없는데도, 남들은 정부가 애 키우는데 돈을 다 대준다고 착각해 억울한 면이 있다고 토로한다.

문 목사는 다자녀 혜택을 직접 일일이 다 찾아봐야 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막상 신청하려면 준비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또한 소득기준도 애매해 맞벌이 부부가 아니면 후순위로 밀려 생각보다 별다른 이점을 못 누리고 있다나아가 자녀가 성장할수록 지출도 커지는데 대부분 다자녀 혜택은 출산 직후 2~3년에 몰려있는 게 아쉽다. 실생활에 진짜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자녀들의 전 생애에 골고루 적용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빛 좋은 개살구처럼 포장된 정부 제도에 상처를 받았다는 고백은 비단 문 목사뿐만 아니라 다른 다자녀 부모들도 입을 모은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애로사항에도 불구하고 문 목사가 다자녀 가정을 꿈꾼 건 창세기 1장 말씀에 따라 생육하고 번성하는 것이 예수님의 지상명령을 따르는 길이라고 생각해서다.

문 목사는 가정에서 신앙을 전수해 올바른 그리스도인을 세워내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첫 걸음이라는 사명감이 있다이를 거창하게 볼 게 아니다. 당장 교회에서 우리 가정을 보고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싶다거나, 진짜로 아이를 많이 갖게 된 후배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정이 축복의 통로가 됨에 감사하다. 자녀양육이 힘들긴 하지만 작금의 청년들에게 도전이 된다는 걸 생각하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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