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소비 시대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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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소비 시대의 교회
  • 유미호 센터장
  • 승인 2020.08.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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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지구 안식년. 우리는 올해 코로나19가 일상을 강제로 멈추어 자연이 되살아나는 걸 보았다. 하지만 삶의 태도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생활쓰레기로 보면 오히려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염려로 언택트 소비를 하고 있어서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언(un)을 붙인 단어로, 대면하지 않고 하는 소비 탓이다. 택배와 배달 서비스가 대표적 언택트 소비인데, 일회용 용기와 포장재의 사용을 부추겨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배출량이 크게 늘어났다.

1인 가구, 택배 문화가 발달하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 넘쳐나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마저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코로나19가 심각 단계에 이르기 전부터 일회용 사용 규제가 풀렸고, 일회용 컵, 페트 물병, 비닐봉투뿐 아니라 배달음식 용기와 포장재 쓰레기까지 배출량이 상당하다. 배달 앱을 통한 음식 주문을 보면 코로나19 이전보다 20% 이상 늘었고,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의 배출량은 60% 이상 늘어났다. 지금껏 한 사람이 버린 플라스틱은 연간 132.7㎏이었는데, 포장재로 보면 한 사람이 매일 0.33kg 즉 일회용 컵 28개 분량의 플라스틱을 쓰레기로 버리고 있다.

다행히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활용률이 높긴 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실제 재활용률은 28.7%밖에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을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도 1인당 연간 6kg이나 발생되고 있고, 처리가 안 돼 쌓이는 쓰레기들도 상당하다. 욕심껏 만들어 사용하고 버리는 비닐과 페트병, 재활용 쓰레기들이 많아도 너무 많은 탓이다.

그러고 보면 ‘재활용을 위한’ 분리배출만으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코로나19로 전국이 고통 중에 신음하고 있듯, 우리 몸도 이미 눈에 보이지는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공격을 받고 병들어가고 있다. 가격이 싸고 편리하다는 강점이 키운 플라스틱 문제가 이제는 미세플라스틱 문제로까지 확산되어 우리 몸까지 병들게 하고 있다.

다행히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하기 쉽게’ 바꾸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재활용이 어려운 포장재를 만드는 업체에 분담금을 매기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도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생산, 유통, 소비 전 단계에서 원천적으로 감량하게 하는 강력한 제도와 정책이 절실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앞서 중요한 것은 ‘필요’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내 필요만이 아니라 우리, 다른 생명들이 누려야 할 ‘필요’가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껏 필요를 모르거나 알면서도 욕심껏 만들어 쓴 것들 모두가 쓰레기로 버려져 왔다. 조금만 신경 써도 ‘쓰고 버려온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과 ‘쓰는 것을 줄이지 않고는 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자족하는 마음이 있으면 경건은 큰 이익이 되느니라…우리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있은즉 족한 줄로 알 것이니라”(딤전 6:6~8) 내가 하루 동안 먹는 음식은 어떤 것들을 얼마나 먹고, 남겨 버리는 건 얼마나 될까? 내가 1년 동안 구매하는 옷은 얼마고 내 옷장에는 어떤 옷들이 얼마나 있는가? 내가 머무는 공간에 일주일 동안 어떤 비닐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버려지고 있을까? 지속 가능한 의식주 생활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디서 얻을 수 있을까? 

우리 교회가 그런 곳이길 기대한다. 죽음이 아닌 생명을 선택하게 하는 교회, 또 그를 지속적으로 살아낼 수 있도록 용기를 더하고 계속 지지해주는 생명 살림의 교회가 우리의 교회이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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