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의 편지들 비텐바흐에게, 1523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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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의 편지들 비텐바흐에게, 1523년(2)
  • 주도홍 교수
  • 승인 2020.08.18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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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

믿음이 결정적
츠빙글리에게 빵이 변하여 주의 몸이 되고, 포도주가 변하여 주의 피가 되어야 하는 물질 본체의 감각적 변화, 곧 화체설이 필요하지 않다. 츠빙글리는 세례 때 사용하는 물의 역할 정도로 성찬의 빵과 포도주를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믿음이 없다면 세례 물로 천 번 씻어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믿음이 있을 때만이 그 물은 역할을 하는데, 특정 장소, 특정 시간, 특정 사람과도 전혀 상관없이 믿음이 결정적이다. 

“마치 물이 외적으로 몸의 더러움을 씻어내듯이, 그와 같이 나는 신앙을 통해서 내적으로 깨끗하게 됩니다. 같은 이치로 성찬의 빵과 포도주는 있는데, 만약 참석자가 영혼의 양식으로 믿는 견고한 믿음 없이 성찬에 임할 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성찬에서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자는 흔들림 없는 견고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것은 마귀와 죄와 죽음의 종노릇 가운데 있는 우리를 해방하기 위해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목숨을 십자가의 희생제물로 바쳤다는 믿음입니다. 이 유일한 소망과 그로 인한 영혼의 양식이 됨을 확신할 때, 비로소 우리 영혼이 견고하고 흔들림이 없는 소망의 양식을 먹고 건강하게 됩니다. 예수께서 빵과 포도주에 관해 요한복음 6장에서 말씀하신 바가 바로 이것입니다.” 

츠빙글리가 분명하게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른 믿음으로 성찬에 임하는 것이다. 성찬에서 빵이 변하여 주의 몸이 되고, 포도주가 변해 피가 되어서 중세교회가 말하는 신비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바른 믿음이란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리스도께서 죄인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굳건히 믿는 것이다. 죄인을 위해 십자가에서 몸 버려 피 흘려 돌아간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고 확실히 믿으면서 그의 죽음을 보여주는 보이는 증거를 통하여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마음을 다해 받을 때, 확신과 기쁨이 넘친다는 말이다. 중

세교회가 주장하는 대로, 굳이 성찬의 빵을 주의 몸으로, 포도주를 주의 피로 변화시킬 필요는 없다. 세례 때 사용하는 물이 죄를 씻어내는 것이 아닌 것처럼, 세례받는 자의 전제된 믿음이 결정적이라는 말이다. 만약 성찬의 빵이 실제로 주의 몸이고, 포도주가 주의 피가 되어야만 한다면, 그래서 그 몸과 피가 그런 역할을 꼭 해야 한다면, 영적 기쁨을 위해 믿음이 연약한 자는 할 수 있는 대로 자주 주의 몸을 먹고 주의 피를 마셔야 할 것이고, 강한 자는 멀리해도 상관이 없게 될 것이다. 무화과를 무화과라고 부르듯이, 모든 사람이 수긍하고 이해가 가능한 말을 하듯이, 빵을 빵으로, 포도주를 포도주로 불러야 타당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거꾸로 빵을 몸이라 부르고, 포도주를 피라 일컬으면, 마땅히 성도가 가져야 할 신앙은 위치를 잃게 된다. 그리스도가 요구하는 것은 십자가에서 속죄 제물이 되어 그의 살과 피로 죄인을 살렸다는 믿음이지, 신비한 영적 방법으로 성찬의 빵이 변하여 우리를 자유로 인도하고, 포도주가 변하여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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