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길은 멀지만 기독 예술은 더 멀고 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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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길은 멀지만 기독 예술은 더 멀고 험하다”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8.18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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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입니다

예술성과 기독성을 동시 충족해야…‘이중고’
‘영성’ 없이는 헛된 작업, ‘말씀과 기도’ 필수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는 연구와 공부도 필요


미적 작품을 형성시키는 인간의 창조 활동. 예술의 사전적 정의다. 한 번 읽어서 어떤 뜻인지 정확하게 파악이 된다면 매우 높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췄다고 찬사를 보내고 싶다. 적어도 기자에게 이 사전적 정의는 쉽지 않다. 그만큼 예술은 나와 동 떨어져 있는 그 무엇처럼 느껴진다. 그런가하면 한 때 유행했던 ‘예술이야’라는 말처럼 예술은 우리에게 가깝고 친숙한 무언가인가 싶기도 하다. 

쉽지만 어렵고, 가깝지만 먼 예술에 ‘기독’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이야기가 더 복잡해진다. 혹자는 기독 예술이 너무 어렵다고 하고 혹자는 기독 예술가들을 지칭해 ‘딴따라’라고 비하하기도 한다.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 이번 편에서는 기독 예술가들을 만나봤다.

 

‘기독’ 붙이려면 세상보다 더 잘해야

한국기독사진가협회 이사장이자 전주열린문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이광우 목사. 이 목사는 일반적인 예술 사진이나 상업사진과 달리 기독 사진에 붙은 ‘기독’이라는 단어에 집중한다. 인터넷 초창기 시절부터 교회 홈페이지를 구축했던 그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하나님이 왕이 되셔야 한다”는 굳건한 철학을 가진 목회자다. 그런 그가 ‘사진’이라는 예술의 세계에 대해 갖는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이미지의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이미지로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하죠. 그런데 사진이 그릇되게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그런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잘 써서 효율적인 복음 전파의 도구로 사용해야겠다는 것이 ‘기독 사진’이라는 개념으로 도출 된 것입니다.”
 

한국기독사진가협회 이사장 이광우 목사의 신간 '그 나라'.
한국기독사진가협회 이사장 이광우 목사의 책 '그 나라'.

이 목사가 말하는 기독사진의 첫 번째 조건은 사진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독이라는 특수한 필터를 끼우지 않아도 일반 사진의 영역에서도 사진으로서 존재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조금 수준이 떨어지는 기독사진이 아니고, 일반 사진이 갖춰야 할 모든 영역을 갖추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독성을 덧입혀야 한다그렇기에 한 단계 뒤쳐진 것이 아니라 더 나가야 한다. 그래서 어렵다. 실력뿐 아니라 영성이 기반이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초창기 함께 사진을 찍던 기독교인중에도 이 목사가 추구하는 기독 사진론을 부담스러워하며 따로 떠나간 이들이 적지 않다. “꼭 그렇게 힘들게 찍어야 하느냐. 즐겁게 편하게 찍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협회가 깨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국기독사진가협회(KCPA)에는 그의 정신에 공감하는 이들이 남아 줄기차게 기독 사진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목사는 이런 문제는 비단 사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미술이건 문인이건, 조각이건, 모든 예술의 장르에서 소위 기독교인들이라고 하면 깊이 생각해야 할 영역이라고 말했다.

보이지 않는 영성이 더 중요

송요한 전도사는 올해로 27살인 기독 댄서다. 그는 춤을 언어의 한 개념으로 사용해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는 도구로 삼는다. 특히 진지하고 무거운 것을 싫어하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복음의 통로로 춤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교회 안에도 CCD라는 장르가 기존에 존재하긴 했지만 송 전도사처럼 스트릿 댄스 장르로 전문성을 가지고 소화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는 팝핀을 기본으로, 기존 팝핀 댄서들이 전통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동작들을 구현하는 데 애써왔다. 지난해부터는 힙합댄서들과 교류하며 장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그는 주로 기존 노래에 춤을 가미하는 퍼포먼스를 직접 만드는데 최근작인 ‘우울’은 그를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만들었다.

그에게 춤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다. 스스로 우울감을 벗어나지 못하던 때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게 해준 고마운 존재다. 학창시절 힘들었던 시기에 그는 춤을 만나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도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힘이 되기 위해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는 현장을 찾아간다. 각종 캠프와 수련회 등이 그의 주 무대이지만 종종 버스킹도 한다.

그는 “춤 속에 전달력이 강한 복음을 녹이되 유치하지 않게 하는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며 “좋은 댄서는 팔을 한 번 뻗는 동작도 예사롭지 않다. 춤에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평소에 실력을 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연습량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며 영성 다지기에 애쓴다는 송 전도사. 그는 비단 춤뿐 아니라 신앙의 기본을 튼튼히 다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또 말씀 묵상과 기도를 정해놓은 시간에 실천해 ‘루틴’으로 자리 잡도록 애쓰고 있다. 그의 말을 들으며 혹자들이 댄서들에 대해 ‘딴따라’라고 비하하는 말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실감했다. 송 전도사는 “중심 없이는 인위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쉽다”며 “춤은 보여주는 예술이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고 피부에 느껴지지 않는 하나님을 전달하는 것이 기독 댄서가 추구하는 본질”이라고 말했다. 

기독 댄서 송요한 전도사. 송 전도사는 주로 기존 노래에 춤을 가미하는 퍼포먼스를 직접 창작한다. 송 전도사는 ‘영성’ 없이는 아무리 멋진 동작도 헛된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독 댄서 송요한 전도사. 송 전도사는 주로 기존 노래에 춤을 가미하는 퍼포먼스를 직접 창작한다. 송 전도사는 ‘영성’ 없이는 아무리 멋진 동작도 헛된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어렵다고? 공부도 필요합니다

이번달 정년퇴임을 앞둔 목원대 허진권 교수(기독교미술학과). 그는 지난 40여년간 제자들을 가르치고 작품활동을 해온 대표적인 한국의 기독 미술가다. 그가 만난 많은 사람들은 기독 미술을 ‘어렵다’고 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허 교수는 여태껏 열심히 가르쳐 왔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기독 미술을 어려워한다. 그것이 허 교수에게는 못내 안타까운 일로 남았다. 

허 교수가 생각하기에 기독 미술이 어려운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인 한국 기독교인들에게 기독 미술은 바로크 시대 램브란트 같은 작가들에 멈춰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기독 미술이라고 생각한다는 것. 그러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예술가가 성경을 가지고 풀어서 이야기하는 작품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니게 됐다. 작가의 해석과 개성이 들어가지 않고 성경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은 ‘삽화’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세상의 기준은 변했는데 지금도 어떤 미술대학에서는 기독교 미술이라고 하면 중세 때 ‘이콘’ 정도로 가르칩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그럴진대 일반 교인들은 현대 기독교 미술을 이해하기가 힘들고 ‘저게 무슨 기독교 미술이냐’는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기독미술만이 가진 깊은 매력과 은혜가 있어서 자주 보고 공부한다면 어떤 영화나 찬양 못지않은 은혜를 받을 수 있다고 허 교수는 말했다. 

“미술을 보는 방법은 다른 것이 아닙니다. 공부가 필요합니다. 비단 음악을 들을 때도 수도 없이 듣고, 애호가들끼리 관심사를 나누는 것처럼 공부가 필요하죠. 하다못해 추석 때 모여 고스톱을 쳐도 많이 쳐 본 사람은 상대가 가진 패를 알지만 초보는 깜깜이죠. 현대미술에서 만큼은 ‘나는 몰라’ 하면서 무시하는 태도보다는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허진권 교수가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허진권 교수가 퍼포먼스를 통해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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