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도덕과 지혜를 계시한 잠언 말씀, 오늘에도 공감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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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도덕과 지혜를 계시한 잠언 말씀, 오늘에도 공감돼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8.11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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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 “네가 여호와를 의뢰하게 하려 하여”(잠 22:19)

잠언 22:17~24:22은 잠언서 가운데에서도 고대 이집트 지혜문헌 <아메네모페의 지혜>와의 유사성을 둘러싼 열띤 토론이 집중되어온 단락입니다. <아메네모페의 지혜>는 이집트의 왕이자 존경받는 현자 아메네모페가 사람이면 마땅히 알고 지켜야 할 윤리와 삶의 지혜를 담아 아들에게 전하는 어록입니다.


내용을 보면 “약자라 해서 짓누르지 말고 가난한 이들에게서 이익을 취하지 말아라”, “농지에 세워놓은 경계표를 옮기지 말고, 힘없는 과부의 경계표를 치우지 말아라” 등 통치자와 지배층에게 주는 훈계와 더불어 “높은 분 앞에서 식탐을 부리지 말아라”, “인성이 좋지 않은 사람이 주는 밥 먹지 말라”, “쉽게 번 돈은 새처럼 날아갈 날이 온다” 등 대제국 이집트 관료사회의 처세술이라 할 만한 내용들이 인상적인데, 여기 인용한 내용들이 거의 비슷한 표현으로 잠언에 나타납니다.


두 책의 유사성은 내용만 아니라 구성에서도 발견됩니다. “아들아-”로 시작해 교훈과 더불어 바른 선택의 유익을 알려주는 동기부여의 구조가 같을 뿐 아니라, <아메네모페>가 명확히 표시된 30개의 단락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잠언 22:17~24:22도 내용상 30개로 단락으로 나뉜다고 보는 학자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논의가 첨예하게 드러난 곳이 22장 20절 본문입니다.


개역개정은 “내가 모략과 지식의 아름다운 것을 너를 위해 기록하여”라고 읽습니다만 공동번역, 새번역, 현대인의성경은 “서른 개 격언”의 뜻으로 옮겼습니다.


영어권에서도 KJV, RSV, NASB 등이 “훌륭한 가르침”으로 옮긴 데 반해 NRSV 나 NIV처럼 근래 많이 사용되는 번역본들은 “서른 개의 가르침”으로 번역한 것은 물론, 22:17~24:22을 임의로 서른 개 단락으로 나눠놓기까지 했습니다. 히브리어 본문은 그런 명백한 구조를 보여주지 않습니다만, 아메네모페를 둘러싼 논의를 알 길 없는 일반 독자는 구약 잠언의 본문이 본래부터 그렇게 나뉜 것으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성경은 진공 속에서 우리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책이 아닙니다. 구약성경은 당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문화를 통해 주어졌습니다. 다윗에 이어 이스라엘의 눈부신 발전을 이룬 솔로몬이 이집트의 문물을 많이 들여온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상황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뜻을 계시하시기 위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신비로운 언어를 창조하시지 않고 이미 그들이 사용하던 언어를 통해 말씀하셨으며, 사람들에게 알려주셨던 보편적 도덕과 지혜를 계시의 말씀 안에 수용해 사용하셨습니다. 사실은 바로 그러한 보편성이 삼천 년의 시간이 지나 이 말씀을 접하는 우리들도 잠언을 읽으며 깨닫고 공감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아메네모페의 지혜도 하나님께서 인류에게 주신 선물이지만 그 지혜가 하나님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자만심을 위해 쓰인다면 인간에게 독이 될 뿐입니다. 참되고 영적인 지혜는 보편적 지식과 지혜를 디딤돌로 삼아 하나님께로 나아가도록 합니다.


“아메네모페 섹션”의 서문에 해당하는 22:17~21에서 스승이 간곡히 호소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기에 그 뜻을 살려 22:19~20을 다시 번역해 봅니다: “내가 네게 여호와를 의뢰하게 하려 하여 이것을 오늘 특별히 네게 알게 하였노니 곧 내가 너를 위해 기록한 모략과 지식의 아름다운 것이니라”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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