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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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배려가 먼저다
  • 김학중 목사
  • 승인 2020.07.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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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꿈의교회

얼마 전에 한 부모를 만났다. 우리 교인과 친한 부부인데, 심리적으로 너무나 급한 상담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부부를 만나는데, 얼굴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린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지난 6월 말에 있었던 유치원 식중독 사건으로 아픔을 당한 아이의 부모였다. 일단 진정시킨 다음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보는데, 이런 것이었다.

부부는 소위 ‘선데이 크리스천’이었다. 그러나 주일이면 아이를 데리고 예배에 참석했던, 드러나지 않지만 꾸준한 교인이었다. 그런데 식중독에 걸렸다. 아이는 투석을 받는데, 신장기능이 거의 떨어졌다. 심리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 먹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가 먹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고 삶 자체가 위축되었다. 도대체 하나님은 어디 계시냐고 묻는 이 부부의 울부짖음에, 필자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저절로 나오는 탄식을 겨우 참고, 부부를 위해 기도했다.

벌써 한 달이나 되었다. 한 유치원에서 일어난 대장균 식중독 사건으로 필자가 있는 안산은 벌벌 떨고 있었다. 어린 나이에 투석 치료를 받는 원생들도 나왔고, 심지어 원생에게서 2차 감염된 아이도 나오면서,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일단 아이와 함께 거리를 산책하는 부모님들의 수도 많이 줄었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이라는 병명 대신 사용한 ‘햄버거병’이라는 명칭 때문에, 이 사건과 아무 상관이 없는 햄버거가 지금도 기피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이런 비슷한 사건이 옛날에도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사건을 더 위험한 사고로 본다. 무엇보다 이 사태의 과정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법에 의하면, 혹시나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단체급식을 하는 곳은 반드시 역학조사용 음식 샘플, 이른바 ‘보존식’을 보관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당국에서 유치원에 보존식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보존식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 달이 지나도록, 이 식중독의 과정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먼저 보고하지 않은 것! 또 보존식을 누락한 것! 이게 실수였는지, 일부러 그랬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것은 결과가 나오면 볼 일이다. 그러나 결과에 상관없이 지적할 것이 있다. 사건이 드러나고 나고 얼마 뒤, 유치원에서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식중독에 걸리지 않은 아이들을 7월 1일부터 등원시켜도 좋다는 문자였다. 이 문자를 본 학부모들은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피해를 입지 않은 일각에서는 환영할 수 있겠지만, 이 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과 부모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아이들을 등원시키려면,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사건의 진상이 확실하게 드러나야 한다. 그리고 이번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분명하게 조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피해 아동과 가정에 진심 어린 사과와 성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아이들과 부모들도 안심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다. 대부분이 불안해하는데 등원을 시키라는 것은, 의도했든 아니든 간에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진상을 보며,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속이 타고 있다.

이 유치원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교회도 그렇다. 언젠가부터 세상이 교회를 조롱한다. 코로나 19로 예배가 제한을 받았을 때, 세상은 진짜로 좋아했다. 교회 편이 없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하나다. ‘교회는 배려가 없다.’ 이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항변하지 말자. 보는 사람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다시 배려를 점검할 때이다. 사람에 대한 배려를 느끼게 한다면, 세상은 다시 교회를 신뢰할 것이며, 우리 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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