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실용음악고 흔들기, 특정 부흥단체의 ‘조직적 개입’ 의혹
상태바
서울실용음악고 흔들기, 특정 부흥단체의 ‘조직적 개입’ 의혹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0.07.23 1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실용음악고, 지난 22일 기자회견 열고 조사결과 발표

행정직원 A씨, 교직원공제회 불법가입자들과 같은 단체 소속

학교측,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인해서 실태파악 힘들어"

학교 측 “공익신고자 권익보호법으로 인해서 실태파악 힘들어”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교직원인 것처럼 허위서류를 꾸며 대규모 불법 대출을 받은 사건에 모 부흥단체 소속 인사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부흥단체는 예장 합동 소속 목사가 이끌고 있으며, 해당 단체 핵심 조직원들과 친인척 등 20여명이 학교장도 모르게 교직원공제회에 가입되어 있어 정확한 실태 파악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 사건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8월 서실고 행정직원 A씨가 교육청에 학교장 일가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학교장을 맡았던 예수마을교회 장학일 목사는 전혀 알지 못하는 자금의 흐름으로 인해 경찰에 고발돼 수사까지 받게 된 것. 이 과정에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회계감사를 실시하고자 했지만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의해 회계자료를 요청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장학일 목사는 학교 통장을 검토하던 중 학교와 무관한 인사들에게 돈이 오간 정황과 교직원공제회에 정식 교직원이 아닌 사람들이 가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시점에서 경찰 역시 교직원공제회 불법 가입 사실을 인지하고 수사를 시작했으며, 공익신고자 A씨가 학교 서류를 조작하고 사건을 주도한 혐의 등을 파악해 전격 압수수색을 진행한 바 있다.

A씨는 학교측 비리를 서울시교육청에 알린 공익신고자로 애초 알려졌지만, 현재는 지인 28명의 서류를 조작, 교직원공제회에 허위 서류를 등록해 불법 대출을 받도록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측도 이번 무더기 부정대출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대응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부정대출자 28명을 고발한다는 방침도 이미 발표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5월경 사건을 인지했지만, 경찰의 요청에 따라 수사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경찰조사가 마무리 되면 대출금 회수를 위해 가압류 등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고, 법무팀 차원에서는 이번 달 말까지 형사고소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매일 같이 교직원공제회 앞에서 자신들은 교직원이고 정상 대출이라고 주장하는 시위를 하고 있지만 원천징수영수증, 재직증명서 등 관련 서류가 위조된 것은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불법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이번 사건을 계기로 전 회원들을 대상으로 서류 보완을 마쳤다고 설명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행정직원 A 씨와 A씨의 추천으로 근무하던 직원, 불법대출을 받은 인물들이 예장 합동 측 목사가 이끄는 부흥단체에 같이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해당 단체는 2012년까지 신사도운동과 같은 부흥집회를 수차례 진행한 바 있다. 송파지역 예장 합동측 교회를 중심으로 실용음악 학원, 의류쇼핑몰, 고시원, 출판사 등도 운영하고 있다. 2018년에는 국제예술고 설립을 위한 후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는데, 당시 행정직원 A씨가 실무를 맡은 정황도 파악됐다.

서울실용음고등학교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학내 사태와 관련해 실시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학교측은 특정 부흥단체의 조직적 개입 정황을 이날 공개했다.
서울실용음고등학교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학내 사태와 관련해 실시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학교측은 특정 부흥단체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이날 공개했다.

서울실용음악고를 설립한 예수마을교회의 장학일 목사와 송지범 교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그동안 조사과정에서 파악된 내용들을 언론에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행정직원 A씨는 부흥단체에서 인터넷 국장으로 활동한 바 있고, A씨의 추천으로 학교에서 근무해온 연습실 관리인 등 계약직 직원 5명도 이 단체 소속 핵심 멤버였다.

장학일 목사는 학교 공사대금이 결제 과정에서 (부흥)단체 관계자들에게 임의로 거쳐 간 흔적을 발견했다. 행정직원은 교장이 시켰다고 주장하지만, 학교 공사대금을 납부하는 과정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외부인 통장을 이용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송지범 교장은 내부 직원이 아닌 사람이 4대 보험에 가입된 정황을 파악했지만 업무 책임자인 A씨가 확인해주지 않아서, 교직원공제회에 직접 명단을 보내 불법 가입 사실을 역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안타깝지만 아직까지도 A씨는 공익신고자라는 이유로 법의 보호를 받고 있어 추가적인 비리행위에 대해서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송 교장은 또 서실고 사태는 누군가 장기간 학교를 빼앗는 작업을 추진했다고 판단된다. 행정직원 A씨 혼자 대범한 범죄를 기획하고, 지금까지 각종 고발과 시위, 언론 대응 등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후에 조직적으로 지원하는 단체가 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실고는 지난해 8월 교육청 감사 이후 교장과 교감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학교 정상화와 감사 지적사항 개선을 위해 힘을 써왔다. 그러나 일부 학부모와 교사, 학생들은 오히려 정상화를 반대해왔고, 지속적으로 시위를 벌이며 문제를 확대시켰다. 이들 중 일부는 학교 폐교 등을 언급했으며, 최근 약 40여명의 학생들을 이끌고 자퇴했다.

예수마을교회 장학일 목사와 학교 측은 A씨가 회계 전반을 맡아왔고, 교직원공제회 사건을 통해 사문서 위조 등 불법성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더 많은 범죄 혐의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 공익신고센터에서 제보자 보호를 하고 있어 자체적인 조사가 어려운 상황. 이에 대해 학교 측은 공익신고 내용과 다른 별도의 사건이 발생해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신고자 보호에만 급급한 것은 교육청조차도 학교 정상화 의지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공익제보의 취재는 학교 공동체에 잘못된 것이 있으면 그것을 바로 잡고 건강한 교육을 세워나가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장학일 목사와 학교 이사진은 학교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공지했다. 학교 측은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개선에 앞장서고 있으며, 학생들의 건강한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교육 체계를 확립하고, 조속한 학교 정상화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이사회, 교사, 학부모, 외부 감사까지 포함된 학교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추가로 학부모회를 구성하여 교육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청취하는 등 사태의 빠른 수습과 함께 학교의 내실을 다지는 데 만전을 기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는 2006년 예수마을교회가 지역 사회를 위해 미인가 대안학교로 설립됐다. 이후 2008년 교육청으로부터 도시형 대안학교로 정식 인가를 받았으며, 서울시내 1200여 고등학교 가운데 유일한 정규 대안학교로 운영되어 왔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는 외부의 학교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는 외부의 학교 흔들기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학사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