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믿음 없어요!”…‘못해 신앙인’들의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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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완벽한 믿음 없어요!”…‘못해 신앙인’들의 항변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7.2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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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기획 - 오해와 이해 : 나는 모태신앙인 입니다 (20) 부모님 믿음에 가려진 ‘모태신앙인’

언제부터 예수 믿었어요?” “사실 저 모태신앙인입니다.” 민망한 웃음과 함께 자신의 신앙 연차(?)를 밝히는 이 고백에는 여러 감정이 담겨있다. 상대방 눈에 내 믿음이 좋아보여야 할 것 같은 부담감과 정작 실상은 그렇지 못한데서 오는 정죄함 등이다. 물론 비기독교가정에서 자란 혹자는 이를 두고 배부른 투정이라며 마냥 부러워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모태신앙인이라고 해서 아무런 고충도 없을 것이라고 속단하는 건 금물이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신앙을 물려받은 이들은 누군가 하나님에 대해 질문할 때 줄줄 읊어줄 모범답안을 품고 있다. 나름 성경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기독교문화의 생리도 잘 알아서 겉보기엔 전혀 문제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놀랍게도 적잖은 모태신앙인들이 신앙생활에 혼란을 느끼고 남몰래 속앓이를 한다. 연중기획 오해와 이해이번 편에서는 부모님의 믿음에 가려진 모태신앙인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부모님의 믿음, 꼭 유전 아냐
28년 전 삼대 째 독실한 크리스천 가정에서 태어난 이선혜 씨는 지금껏 교회 다니는 일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현재도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교회에 출석 중이라는 그는 어려서부터 어른들의 강요 섞인 가르침 아래 하늘이 두 쪽 나도 주일성수는 꼭 지켰고 헌금과 봉사가 당연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어른들의 등살에 밀려 반강제적으로 믿음생활을 했던 선혜 씨는 언제부터인가 신앙의 자발성이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남들 보기에는 더 없이 신실한 크리스천이었을지 몰라도 정작 제 자신은 예배를 나가고 헌금을 드리고 이토록 열심히 봉사해야하는지 잘 몰랐어요. 그저 부모님의 말씀에 순종해 습관적인 신앙생활을 이어온 게 더 컸죠. 예수님을 가슴보다 머리로 알았고, 뜨거운 간증거리도 없었습니다. 결국 성인이 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하기 전까지 저는 나의 하나님이 아닌 부모님의 하나님을 만나야 했어요.”

선혜 씨는 이 같은 고민으로 인해 모태신앙인 친구들 가운데는 교회를 떠난 이들도 더러 있다고 밝혔다. 신앙의 본질과 동기를 제대로 깨닫지 못한 청년들이 세상의 죄들과 가까워지면서 쉽게 무너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모태신앙인데 믿음이 그 정도 밖에 안 돼?’ 혹은 부모님은 믿음이 좋은데 너는 왜 그러느냐등 주위에서 무심코 던진 말들이 더욱 마음에 비수로 꽂혔다. 모태신앙이라는 꼬리표가 감사에서 부끄러움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는 물론 부모님의 신앙이 제게 좋은 영향을 미쳤지만 한편으로는 그대로 유전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도 그저 연약한 사람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쟤는 권사님 딸이니까 믿음이 좋을 것이라고 치부하는 편견에 마주칠 때면 참 힘들다면서 아무리 모태신앙인이어도 개개인이 주님 안에서 거듭남을 겪어야 구원의 확신이 생기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자녀가 되는 것인데 날 때부터 신앙 좋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강요받은 신앙의 성숙함
올해로 25세인 장건희 씨 역시 모태신앙인으로서 항상 성숙한 믿음을 요구하는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다고 토로한다. 학창시절 내내 가정에서는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았고, 교회 안에서는 끊임없이 리더로 사역했던 것. “부모님들은 제가 크리스천 가정에서 자랐으니 믿음이 특별하다고 여겼어요. 교회에서도 저는 챙김을 더 받고 싶은데 모태신앙이라는 이유로 알아서 잘하는 아이란 이미지에 갇혀 주로 다른 성도들을 섬기는 역할을 맡아야 했죠.”

그러다 건희 씨는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하면서 큰 회의감을 맛봤다. “저는 늘 어른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어요. 그게 제 믿음의 열매라고 생각했거든요. ‘너는 몇 대째 기독교집안에서 태어났으니 복 받을 거야란 소리를 듣고 자랐으니까요. 그래서 재수를 선택했을 때도 주위 시선을 의식하고, 오랫동안 하나님을 믿어온 모태신앙인으로서 제가 본이 안 된다는 생각에 창피했죠. 이런 마음을 어디 마땅히 털어놓을 곳도 없었고요.”

슬럼프에 빠져 휘청거리던 그가 올바른 믿음을 회복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입대였다. 모태신앙인으로서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신경 쓰던 그가 군대에서는 오롯이 본인에게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온전히 저의 믿음만 돌아보니 그제야 하나님의 사랑이 제대로 보였어요. 그동안 신앙이 좋아 보인다는 이유로, 또 그래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제 힘듦은 숨기고 마치 가면을 쓴 듯 연기하던 생활에서 벗어난 덕분입니다.”

스스로 결단하는 믿음 필요
물론 모태신앙이 굉장한 축복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1세기교회연구소가 지난해 기독청소년 7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앙과 교회 인식조사에 따르면 교회에 처음 나온 시기로 모태신앙50.8%를 차지했을 만큼 신앙의 전수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이끌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다만, 모태신앙인들이 중도에 교회를 이탈하지 않도록 가정과 교회 안에서 좀 더 세심한 배려가 따라야 할 것이다.

힘 잃은 모태신앙인들을 위한 신앙안내서 못해, 그래도 크리스천을 펴낸 모태신앙연구소 소장 추창호 목사는 모태신앙인의 장점은 뿌리가 깊어서 쉽게 뽑히거나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능성과 잠재력이 풍부한 하나님의 사람이라며 그러나 그 중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신앙 좋은 사람으로서 부모의 신앙이 대물림 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속내는 하나님과 전혀 상관없이 지내는 못해 신앙인들도 많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꽤 많은 모태신앙인들이 세뇌 받은 기독교교육을 본인의 신앙으로 착각하거나 타인의 간증에서 비롯된 간접체험을 구원의 확신의 근거로 생각하는 오류를 범한다고 꼬집었다. 추 목사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분별이 없을 경우 그저 교회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게 좋은 신앙이라는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이런 환경에 익숙했던 모태신앙인들이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돼 세상의 문화와 정면충돌하면 극한 대립을 느끼고 혼란을 호소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본인 또한 모태신앙인으로서 영적 방황을 겪었다는 그는 믿음은 부모님의 신앙을 어깨너머로 배우는데서 시작하지 않는다. 물려받은 신앙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 누리는 거듭남의 체험과 감격, 성령님의 임재라면서 모태신앙이 아닌 모태죄인으로 태어났음을 인정하는 게 은혜의 시작이다. 따라서 교회와 가정은 모태신앙인들을 율법 안에 가두지 말고, 진정한 십자가 사랑을 스스로 깨달아 믿음을 결단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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