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하는 마음으로 한 예배당 건축…선교지엔 오히려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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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하는 마음으로 한 예배당 건축…선교지엔 오히려 악영향?”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7.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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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자본으로 세워진 예배당, 교회 자립 막고 책임의식 저하

예배당보단 학교·병원·고아원을…선교단체·선교사 지원도 도움

한국 선교사들은 전 세계 각국에 뻗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한국세계선교협의회(사무총장:조용중 선교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 수는 28,039명에 이른다. 그 중에서도 약 14천 명의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교회 개척사역에 힘쓰고 있다. 어림잡아 계산해도 해외에 나가있는 선교사 중 절반이 교회 개척을 주 사역으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전해지는 소식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치다. 예배 후 이어지는 광고시간에 선교지에 예배당을 세웠다는 보고를 듣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김한성 교수(선교영어학)는 예배당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선교지 교회의 성장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교지를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헌신하는 마음으로 예배당을 세웠던 한국교회 입장에선 당혹스러울만한 주장이다.

그 이유는 왜일까. 김한성 교수는 신간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에서 예배당 건축에 집착해선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다. 지난 13일 더은혜교회에서 열린 책간담회에서 김 교수의 생각을 들어봤다.

건물 있어야 성장선교지에도 적용

선교사 파송 세계 2위를 자랑했던 과거가 대변하듯 여태까지의 한국 선교는 물량 선교에 중점을 둬왔다. 선교사를 얼마나 파송했고, 교회는 얼마나 세웠으며, 교회 출석 인원은 얼마나 되는지 등 가시적 성과를 추구해왔다는 것은 김한성 교수의 표현대로 널리 알려진 비밀이다.

하지만 한국 선교사의 절반이 교회 개척사역을 하고 있다고 응답한 것에 비해 타문화권 교회개척에 대한 깊은 고민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 교수는 타문화권 교회개척에 관한 책은 번역서를 포함해 단 3권 정도에 불과하다. 교회 개척이 주 사역이라는 선교사가 만사천 명이나 되는데 자료는 미미하다면서 이것이 한국 선교의 민낯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처음부터 교회 개척 사역에 집중했던 것은 아니다. 처음 해외 선교를 지원했던 1913년부터 1956년까지 선교지 예배당 건축에 힘썼던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후 초창기 선교도 마찬가지다. 예배당 건축보다는 복음 전파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1970~80년대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한국 선교 역시 도약기를 맞는다. 선교지에 예배당을 지어주는 사례가 나온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1990년을 지나고부터는 한국교회가 경쟁적으로 선교지에 예배당을 지어주기 시작한다.

이렇듯 한국교회가 유독 예배당 건축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왜일까. 그 원인은 한국교회의 성장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교회의 폭발적인 성장기에는 십자가만 꽂으면 성도들이 모인다고 할 정도로 급격한 성장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한국교회 성도들의 마음엔 건물만 어떻게든 세우면 자연히 성도들은 모이게 돼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선 교회 개척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예배당 건물이다.

가시적 성과주의에 대한 집착도 이유 중 하나다. 김 교수는 적지 않은 이들이 내가 선교지에 교회를 몇 개나 세웠는데라며 자랑하곤 한다. 한국교회에 퍼진 예배당 건축 선교가 한국인 특유의 경쟁심리를 자극했다는 점도 무시할 순 없다고 분석했다.

 

예배당 건축이 선교지에 악영향?

물론 선교지에 예배당을 짓는 것은 시간과 물질과 의지를 들여야 하는 헌신이다. 김한성 교수는 목회자가 은퇴하며 전별금을 선교지 예배당 건축을 위해 내어놓는 경우도 있다. 이는 너무 아름다운 마음이다. 예배당을 짓고자하는 마음까지 부정적으로 볼 뜻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깊은 고민 없이 이뤄지는 예배당 건축에 부작용이 많은 것 또한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역을 막론하고 어디든 성장하는 교회라면 예배당 공간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다. 문제는 시기다. 지금의 예배공간이 현지 성도를 수용하기 충분함에도, 한국교회는 현지의 필요를 고려하기보단 본인들이 선교활동을 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예배당을 지어 왔다는 것.

이렇게 외부의 도움으로 지어진 예배당에 현지 성도들이 애정과 책임감을 갖기란 쉽지 않다. 이후 재정이 필요한 다른 분야에서도 자립을 생각하기보다 외부의 도움만을 바라게 된다는 점도 큰 문제다. 만약 예배당을 외부에서 지어주지 않았다면 기대할 수 있었을 자립과 성장의 기회를 박탈하는 행동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선교지에서는 우려했던 사례들이 목격되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한 선교사 증언에 따르면, 쓰러져 가는 전통가옥을 교회로 삼고 있었을 땐 현지 교인들도 애정을 갖고 수리하며 자립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재정이 투입돼 예배당이 건축되는 걸 보자 현지 교인들은 지원만을 바라게 됐다는 것이다. 선교사는 심지어 자신들이 직접 농작해 먹던 옥수수까지 돌보지 않고 가축도 방치한 채 돕는 손길만을 기다렸다고 증언했다.

또 외국자본에 의해 예배당이 세워지다보면 기독교가 외래종교라는 인상을 남기기 쉽다. 때론 기독교에 우호적이지 않은 현지 정부와 종교 세력에게 불필요한 관심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대부분 현지 교회와 전도 활동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핵심적인 이유는, 예배당 건축이 오히려 선교지 교회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김한성 교수는 “‘예배당 건축이 선교지 교회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기보단 거의 대부분의 경우 저해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경우 특히 그렇다고 주장한다.

그는 선교지 교회가 세워지는 것엔 단계가 있다. 회심이 있고나서 성도들의 자립과 공동체 형성이 있은 후에야 생산이 일어난다. 하지만 외부의 힘에 그 단계가 건너뛰어지고 강제되다보니 생산이 이뤄지지 않는다. 자립을 위한 현지 성도들의 헌금교육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선교지 교회가 성장하고 나면 우리도 무언가 섬길 것이 없을까 고민해야 하는데, 외부 도움으로 예배당이 세워진 교회는 누군가 또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까 기다리게 된다고 말했다.

 

예배당 건축보단 선교사 지원을

그렇다면 선교지에 예배당을 건축하는 것은 무조건 잘못된 행동일까. 그렇지는 않다. 만약 선교지 교회가 재난으로 피해를 입었을 경우라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건축지원을 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 사회복지 시설 내 예배당, 교도소 내 예배당 등 교회 구성원들의 헌금으로 자립이 요원한 경우라면 예배당 건축을 지원하는 사역도 필요하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배당 건축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선교에 참여하는 일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김한성 교수의 생각이다. 김 교수는 선교 재정을 꼭 건축에 투입하고 싶다면, 예배당보다는 학교나 고아원, 병원을 짓는 것이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선교지는 대부분 한국보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곳이 많고, 그런 곳에서 학교나 사회복지시설을 자력으로 건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면서 인도에는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100년 전에 세워 현지에 이양한 학교가 있다. 건물은 낡아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됐는데 등록금으론 학교를 운영하는 것만도 벅차다. 전 세계 선교지에는 이렇게 한국교회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꼭 선교의 방향이 건축 지원이 아니라도 괜찮다면 선교단체와 선교사를 돕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 교수는 한국 문화는 NGO가 돕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은 잘하지만 NGO 자체를 돕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느끼고, 그것을 넘어서 단체에 조금이라도 돈이 들어가는 것을 경계한다. 마찬가지로 선교단체와 선교사 역시 언제나 가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선교단체와 선교사가 건강해야 선교지 사역도 건강하게 이뤄질 수 있다. 지금 선교단체들은 돈이 없어 일을 제대로 못하고 선교사 개인은 생계비 걱정에 허덕이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한국선교의 방향과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예배당 건축이 주 사역이 되다보니 목회자 선교사가 각광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평신도 전문인 선교사가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사역이 더 많아질 것이라면서 “‘선교지에 어떤 교회를 세울 것인가를 묻는 책 제목에 대한 대답은 믿음의 공동체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선교가 예배당을 세우는 것이 아닌 예수의 제자를 길러내고 믿음의 공동체를 세워나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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