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글리의 편지들(2) - 미코니우스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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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빙글리의 편지들(2) - 미코니우스에게 -
  • 주도홍 교수
  • 승인 2020.07.1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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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홍 교수의 츠빙글리 팩트 종교개혁사-99

시대 진단
츠빙글리는 자신의 시대 16세기를 “그 원래 모습(die urspueringliche Gestalt)이라곤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참담한 혼돈(solch ein Durcheinander) ... 황폐(Verwirrung)만이 가득한 시대”라고 그린다. 츠빙글리가 그 어떤 새로운 것보다 본래 있어야 할 모습을 찾고 있음을 보는데, 15, 16세기 인문주의의 외침 ‘원전으로 돌아가자(ad fontes)’와 종교개혁의 표어 ‘초대 교회에로의 복귀’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런 시대에서 츠빙글리 역시 깊은 위기감이 주는 두려움을 갖지만, 예리하게 시대를 꿰뚫는 성령의 도움을 따라 희망을 잃지 않으며,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지성적 선구자의 모습을 제시한다. 츠빙글리의 희망은 개혁에로의 맹목적 추구가 아니라, 지성적으로 잘 준비된 개혁에로의 열망이다. 츠빙글리는 무지(Unwissenheit)가 폭압적으로 중세 교회를 어두움으로 몰아갔다는 인식을 숨기지 않는다. 

“희망은 다른 한 편으로는 완악한 무지로 인해 짓밟혀졌다. 지금까지 모든 점에서 고통을 주던 많은 무례함에 대해 입을 열지 못하도록, 그들은 사전에 지성과 정교함을 짓밟는 것을 허락하였다. 말할 것도 없이 물론! 그렇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무지의 얼룩은 이미 들통이 났을 것이다.” 

복음의 르네상스
로마 교황청은 폭력을 가지고 결코 이길 수 없는 영적 지성을 원수 삼아 짓밟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무서운 박해 가운데에서도 츠빙글리의 바른 교회를 향한 희망은 뜨겁게 불타오른다.

“그리스도와 복음의 르네상스(eine Renaissance Christi und des Evangeliums)를 향한 우리의 강력한 희망 역시 깊은 잠에서 깨어났고, 진리의 씨앗이 움터 풍성한 열매를 맺도록 노와 돛을 가진 많은 선한 지성인들이 목적지를 향해 항해하기 위해 출발하였다.”

희망은 여러 가지 잡초와 장애물로 인하여 뿌리까지 파고들어 약화되었다고 츠빙글리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러한 때 츠빙글리는 ‘가장 사려 깊은 미코니우스에게’ 예수 이름 때문에 세상이 미워하고, 죽임을 당할지라도, 불로 황금을, 석탄재로 은을 정결하게 할 것을 꿈꾼다. 어떠한 환난이 닥치더라도 마땅히 하나님이 부여하신 사명을 감당해야, 약속하신 하나님의 나라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주께서 명하신 바를 실행하는 진정한 주의 자녀가 되어야 한다. 세상과 싸워, 인간적 계율보다 하나님의 계명에 더 순종할 때 하나님은 면류관을 부여한다. 구약이 말하는 하나님의 계명에 불순종하는 다양한 이방인을 대적하여 택한 이스라엘이 전쟁에 참여하는 것처럼 생명을 기꺼이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 바울이 말하는 철저한 무장으로 임한 영적 싸움, 다윗이 골리앗과 싸웠던 전쟁을 상기하며 츠빙글리는 목숨을 건 영적 싸움에 강하고 담대하게 참여할 것을 미코니우스에게 독려한다. 그만큼 츠빙글리는 굳은 각오로 종교개혁에 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영적 싸움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동참하느냐인데, 츠빙글리는 ‘단지 극소수’라 할지라도,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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