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교회의 모습 ‘통회’하며, 성령과 미래를 새로이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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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교회의 모습 ‘통회’하며, 성령과 미래를 새로이 맞이하자
  • 장동민 교수
  • 승인 2020.07.1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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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의 예배와 목회(5) - 코로나 이후, 달라질 교회를 기대하며
장동민 교수 / 백석대학교 교목부총장

 정책 반발하는 교회에 대한 비난 수위 높아
 현존하는 교회 이후 새로운 교회 등장할 것
“성령의 지혜로만 개인도 교회도 생존 가능”

장동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재편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 교수는 “성령께서 다음 세대를 사용하시도록 교회가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장동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재편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 교수는 “성령께서 다음 세대를 사용하시도록 교회가 철저한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코로나19가 내리막길을 걷던 한국교회를 벼랑으로 밀어 떨어뜨리고 있다. 현장 예배가 허용된 후의 주일예배 출석률은 50% 내외이고 헌금은 70~80% 정도로 줄었다. 주일학교의 출석률은 더 저조하고 아예 모이지 않는 교회도 많다. 우리나라 교회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100명 이하의 작은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드릴 수도 없고 2m 거리를 두기도 어렵다. 이 상태가 2,3년 지속되면 작은 교회의 반 정도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것이다. 해외 선교사들은 대부분 귀국하여 발이 묶여 있고 선교지에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올해 졸업하는 신학생들은 일할 곳이 없고, 신학생의 숫자가 급감하여 신학교들도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교회는 신뢰를 먹고 산다. 교회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말은 곧 전도가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2020년 2월 발표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의 사회적 신뢰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의 75%, 30대의 85%가 기독교와 목사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기독교가 정치적으로 극우의 스탠스를 취한 것, 목회자의 도덕적 타락, 교회의 세속화 등이 신뢰를 잃은 요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신뢰도는 더 하락하고 있다. 최근 시사IN과 KBS가 공동으로 조사한 ‘코로나19 이후 신뢰도 변화’에서 질병관리본부(+75)와 의료기관(+72)의 신뢰도는 상승한 반면 언론(-45)과 개신교(-46)의 신뢰도는 대폭 하락하였다. 교회의 소모임을 통하여 확진자가 많이 나옴으로 급기야 소모임을 금지하는 정부의 명령이 발표되기에 이르렀다. 많은 교회 지도자들과 기관의 대표가 정부의 명령을 교회에 대한 박해로 인식하여 이를 비판하였다. 그러나 그럴수록 교회에 대한 일반 시민들의 비난 수위는 높아져 간다.

 

과거의 영광은 잊어라

한 가지 알아야 할 사실은 코로나 시대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대의 출현이 아니라 계속 진행되던 사회의 변화가 집약되고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재편이 더 빨라질 전망이다. 국제적으로 이미 존재하던 미·중 패권다툼은 더 치열해지고, 국내적으로 소득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다.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과학자와 전문가의 권위는 높아지며, 국가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코로나 이전에도 이미 진전되던 것들이었고 코로나로 인하여 가속화되었을 뿐이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교회의 자리는 점점 축소되고 있었는데, 이런 경향이 점점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필자는 일선에서 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다음 세대 신학생을 교육하는 사역자로서 이전부터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몸으로 부딪치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과거의 방식은 통하지 않게 되었고, 변화의 때가 온 것을 느끼고 계실 것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의 모습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과거의 예배 형태와 친교와 봉사의 방식을 복원할 수 있을까? 이전의 주일학교와 해외 선교가 다시 가능해 질까? 언택트 시대 온라인 예배는 임시방편일까 새로운 기회일까? 변화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교회는 어떤 위치를 차지할까?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미래에도 작동할까? 이미 한계를 드러낸 미국 사회와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를 따르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과거의 영광으로 돌아갈 길은 막혔고, 성큼 다가온 미래의 모습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현실 교회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 나라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존하는 교회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 하나님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새로운 교회를 준비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시대의 변화를 이끄시며 새로운 교회를 여시는 분은 성령이시다. 유대교의 한 종파였던 기독교를 세계 종교로 변화시킨 것은 사람의 기획이 아니다. 사도행전에 나타난 성령의 사역을 보라. 성령은 단지 개인에게 능력을 주어 영혼들을 구원하게 하시는 분만이 아니다. 성령은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사람을 준비시키고, 새로운 지역과 민족에 복음을 전하도록 길을 여시고, 새로운 교회에 합당한 삶의 방식을 마련하신다. 다음 세대 교회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은 우리의 일이 아니라 성령이 하시는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다음 세대 교회의 생존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에 성령이 세우시는 교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쓰임 받을까를 걱정해야 한다. 우리는 그가 하시는 일을 기대하며 잠잠히 기다리며 자신을 준비할 뿐이다.

 

장동민 교수 / 백석대학교 교목부총장
장동민 교수 / 백석대학교 교목부총장

 

성령께서 사용하시도록

그렇다면 성령께서 다음 세대를 사용하시도록 우리가 준비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회개다. 미래로 나아가기 위하여서는 반드시 과거 청산(淸算)의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어떻게 해서 한국교회의 영광이 변하여 부끄러움이 되었나? 목회자들은 받은 사명을 잃어버리고 죄악의 낙을 누리는 데 급하였으며, 사회의 낮은 곳으로 내려가지 못하고 높은 곳을 바라보았다. 신학자들은 생명력을 상실한 채 상아탑에 갇혀 기존 질서를 영속화하는 글을 썼다. 기독교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시체가 있는 곳에 까마귀가 모이는 것처럼 돈과 권력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떻게 하다가 우리 교회가 영광을 잃어버리고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자신과 교회를 바라보면서 통회하여야 한다. 통회(痛悔)! 이 단어를 들어본지 얼마나 되었던가.

둘째, 새로운 성경의 이해다. 성경은 본디 우리가 사는 세계를 발가벗겨 드러내고 우리의 심장과 폐부를 찔러 쪼개는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을 통하여 나를 심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우리 시대를 향하신 그의 뜻을 발견한다. 그러나 우리 시대 성경은 설교의 양념으로, 신학서적의 인용구절로 전락하였다. 하나님의 영(靈)이 신학적 개념들로 박제되어 걸려 있고, 새 포도주의 팽창하는 기운이 설교라는 낡은 가죽부대 안에 갇혀 있다. 

하나님은 새로운 일을 이루실 때 택하신 사람들의 눈을 열어 성경을 다시 보게 하신다. 새로운 계시를 주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신 계시의 말씀을 재구성하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하나님의 영이 주신 지혜를 받은 스데반은 예루살렘 성전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설교를 하였는데(행 7장), 그 설교의 내용은 과거 모세와 예언자들을 통하여 주셨던 성전에 대한 말씀을 재조명하는 것이었다. 주의 영이시여, 우리를 가리고 있는 수건을 벗기시고 밝은 눈으로 우리에게 주시는 당신의 뜻을 깨우치게 하소서. 

셋째, 자기를 부인하고 성령의 음성을 기다리는 기도다. 우리에게 기도의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바른 기도가 필요하다. 채우는 기도가 아니라 비우는 기도, 기득권을 수호하는 기도가 아니라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기도다. 성령이 주시는 지혜로만 내가 살고 교회가 살 수 있음을 알고 그의 음성을 구하는 것이 진정한 기도이다. 내 안에 똬리 틀고 앉아 있는 뱀을 몰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에 기도가 절박해지고, 욕망에 찌들어 있는 교회의 묵은 때를 벗기기 힘들어서 눈물이 시내처럼 흐른다. 

이번 여름, 대답을 찾아 이리저리 돌아다닐 것이 아니다. 어차피 갈 데도 별로 없지 않은가. 빈 예배당에 잠잠히 홀로 앉아 우리의 깨어진 마음을 들여다보자. “그대의 입을 티끌에 댈지어다. 혹시 소망이 있을지로다.” (애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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