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코로나 시대의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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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코로나 시대의 ‘영성’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0.07.14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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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코로나19 확산 저지와 관련, 교회를 타겟으로 정규예배 외 모임 및 행사 금지조치를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대다수 교회들이 방역 지침에 성실히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여타 종교들과 달리 교회만을 대상으로 이 같은 방침을 내리자 국민청원까지 등장하는 등 반발이 일었다. 기자 역시 교회를 혐오시설인 듯 매도해가는 분위기에 심히 언짢음을 느꼈다.

그렇게 다소 불편한 마음을 안고 지난 주일 온라인 설교를 듣는데 아차!’ 싶은 대목이 있었다. 소규모 모임이 금지돼 당분간 성찬식을 거행하기 어려워졌지만, 이 기회로 떡과 포도주를 먹으면서 죄인된 우리가 하나님과 한 몸이 되는 성찬의 진정한 의미를 돌아보자는 목사님의 말씀이었다. 순간, 언제부터인가 형식적으로 성찬식에 참여하던 스스로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맘 속 깊이 평소 나는 얼마나 은혜 받은 자답게 살았는가란 성찰이 들었다.

사실 기자는 지난 1월 출산과 동시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6개월간 꼼짝없이 집에서만 생활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 신앙의 민낯을 마주해야 했다. 육아에 지치고, 코로나19로 교회 출석마저 어려워지면서 믿음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음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집에서 편히 드리는 온라인 예배에 익숙해졌고, 피곤함에 기도를 건너뛰는 등 나는 영적 침체에 갈수록 둔감해져갔다. 날마다 예수님과 친밀하게 동행하지 못하는 자신을 깨달은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나름의 유익도 있으리라 본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나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점검하는 계기를 갖는 것이다. 나부터가 그저 예배당만을 성전이라 여기고 공동체에 소속돼 활발한 나눔을 해야지만 신앙생활이라 치부했던 오만과 착각에서 벗어날 때다. 코로나19가 기자에게 안겨준 교훈은 크리스천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전이고 삶의 모든 현장이 예배 처소라는 것이다.

물론 하루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예전처럼 모두가 교회에서 맘껏 예배하는 날을 꿈꾸는 건 변함없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의 목표가 그저 다시 모여 예배하는 데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작금의 위기 가운데서 그리스도인들이 진정한 회복을 위해 기도하고 회개할 때가 아닐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더 큰 환란의 때를 대비해 항상 영적으로 깨어 준비해야겠다. 코로나가 침투한 일상에서 하나님의 성전으로 바로 서 주님과 동행하는 훈련이 먼저일 것이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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