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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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사건
  • 이찬용 목사
  • 승인 2020.07.0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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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 115

중학교 꼬마 시절 어머니가 늦잠을 주무셔서 아침도 못 먹고,  어머님께 “에이~ 엄마 어떡해요!” 짜증내고, “아침도 못 먹어서 어떡하니~” 하시는 말씀도 외면한 채 냉정한 모습으로 학교에 간 적이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거의 될 무렵, 창가에 도시락을 들고 서 계신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구요, 복도에서 만난 어머니는 “배고프지 않았어? 엄마가 미안해~” 하시며 투박한 손으로 도시락을 내밀었고, 그 안에는 계란 후라이 두 개가 얹어져 있었습니다. 

지난주 우리 교회 집사님이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날도 덥고 어르신들이 어디 다니시기도 불편하시고 힘드실 텐데 보양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다면서요. 좋은 거 한번 대접해 드리겠다고 하는 성도에게 “얌마, 돈 많이 들어” 했더니~ “괜찮습니다. 쓰려고 버는 건데요, 편히 하세요” 했구요. 어르신들과 1교구를 담당하는 진명자 전도사님한테 연결했습니다. 언젠가 강화도 ‘갯벌장어’를 모시고 갔더니 그렇게 잘 드셨다는 소리를 들어, 거기 예약하시라 하는 말도 하구요.

그런데 가기로 한 날이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있어, 새벽기도 끝나고 교역자들과 새벽기도 나온 장로님 그리고 몇몇이 급히 모였습니다. 회의 끝에 약속되어 있는 거니까 교회에서 장어를 사다가 굽기로 하고, 오실 수 있는 분은 교회에서 드시게 하고, 어르신들은 우리가 장어 도시락을 만들어서 배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90여 명이 식사를 했다는데요, 그 중 30여 개는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했습니다. 도시락도 사고, 장어, 과일은 따로 투명컵에 넣고, 떡도 넣고, 맛있는 고로케가 생각나 갑자기 공수해서 넣고, 딱딱하지 않은 푸딩도 넣고, 밑반찬도 넣으니 그럴듯한 도시락이 완성되었구요, 우리 성도들이 기쁨으로 배달도 감당해 주었습니다.

도시락을 받으신 어르신들이 너무너무 감사해하더라고 전해 왔구요. 도시락을 받은 최재숙 권사님이 제게 카톡을 보내오셨습니다.

“목사님~~ 장어 도시락만 기대했는데, 넘 멋진 기내 일등식 도시락을 받고는 그만 환호를~~” 

“우리 목사님의 사랑으로 우리 성만교회 어르신들은 넘 오래 살 것만 같은~~ 고맙고 감사합니다.”

“우리 교회를 위해서 기도 많이 하라는 주님의 명령으로 믿고 ~~ 아멘”

“목사님~ 감사합니다.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우리 목사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뜻밖의 은총이라고 해야 하나요? 식사하러 오신 어르신들도 어제 강화에서 백철용 장로님 내외가 농사지은 호박과 감자를 한 봉투씩 안겨드리며 가서 맛나게 해 드시라 할 수 있었구요. 오시지 못한 분들에게는 장어 도시락을 기쁨으로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우리 모두가 파김치가 되어 있었는데요, 누구 하나 얼굴을 찡그리는 성도가 없었습니다. 감사~ 감사~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 가득한 순간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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