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의 즐거운 비명, 주거비 상승의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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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의 즐거운 비명, 주거비 상승의 신음
  • 김덕영 사무처장
  • 승인 2020.07.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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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사무처장/희년함께

서울 집값이 최근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정부는 잇따른 대출규제 정책 및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늘려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집값은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서울 인근에 위치한 안양의 집값도 많이 올랐습니다. 특히 안양은 곳곳에서 시작된 재개발로 인해 전셋값도 만만치 않게 올랐습니다. 

부동산은 국민 모두의 주거와 자산이 걸려있는 문제입니다. 어느 누구도 제삼자적 시각에서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뜨거운 주제입니다. 안양의 가파른 전셋값 상승에 저 역시 깊은 절망을 맛보았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은 전셋값이 15년째 동결된 집이었습니다. 신혼집을 장만하고 내리 7년을 이 집에서 살았으니 참 운이 좋은 케이스였습니다. 그러나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최근 안양지역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변 전세가가 현 전셋집의 두배 이상이 되었습니다. 

머리가 아찔했습니다. 서둘러 전세 대출을 알아보았지만 올라간 전세금을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LH 전세임대를 알아보았습니다. LH 전세임대 제도는 LH가 집주인과 전세 계약을 맺는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 방법도 여의치 않은 것이 안양처럼 전세물량이 적은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굳이 일반 전세계약을 마다하고 여러 증빙자료를 요구하는 LH와의 계약을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알아본 것이 공공임대주택이었습니다. 마침 안양지역에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공고가 떠 바로 신청했습니다. 주변시세에 비해 40% 수준으로 공급되는 임대주택이라 저희 가정이 입지하기에 매우 좋은 조건이었습니다. 자녀 3명을 둔 가정이고 안양 거주기간이 길어 점수가 높다고 합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습니다.

안도의 한숨 직후 저의 염치없음을 깨닫고 다시 절망했습니다.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반지하 거주 34만 가구가 있고 임대주택 비율도 턱없이 부족해 저처럼 안도의 한숨을 쉴 수조차 없는 분들이 허다합니다. 주택을 구하는 과정에서 토지정의를 외치는 저 역시 머리 둘 곳 하나 없는 허다한 사람들의 정념과 유리되어 있었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확인했습니다. 안도의 한숨이 아니라 지금 당장 주거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절망과 신음이 곧 하나님의 고뇌임을 깨달아 아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나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고백입니다. 또한 나의 안도의 한숨이 그들에게도 필요하다는 당위이기도 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우리가 확인하는 중요한 진실은 우리 모두는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사람에게서 사람에게로 전이되는 바이러스는 사람들 사이가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자연환경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들과 얼마나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지를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똘똘한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당장 나의 노후를 보장하고 자녀에게 조금 더 안정된 미래를 열어줄 것을 기대하게 합니다. 너도 나도 자산가치 상승을 기대해 주택 구매를 경쟁적으로 하게 되면 가파른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주택 가격의 상승은 집을 가진 사람이나 가지지 못한 사람이나 모두에 대한 주거비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자기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즐거운 비명과 주거비 상승으로 비감하는 한숨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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