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두 명-화가 두 명’ 네 목사의 작품 전시
그림으로 전도하는 길이 우리의 목회 방식
일기예보에서 노래했던 나들, 컬트와 넥스트에서 활동했던 가수 박진원. 서양화가 심재국과 조각가 장동근. 이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목사라는 것. 그리고 예술활동을 한다는 것. 따로 또 같이 만난 네 명의 목회자가 신앙으로 그려내고 고백을 담은 작품들을 7월 한 달 동안 전시한다. 그리고 세 명은 ‘아트리오(Artrio)’를 만들어 노래했고, 한 명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 박진원 목사
박진원 목사는 1995년부터 그룹 ‘컬트’에서 활동하면서 ‘너를 품에 안으면’이라는 노래로 유명세를 탔다. 이때 함께했던 멤버들이 김준선, 손정한, 서재형, 우상문, 전승우. 그 이전에는 ‘바람 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2년)를 발표했던 ‘신해철과 넥스트’에서도 활동했다.
10년 정도 지난 어느 날, 새벽에 기도하던 박 목사는 “예수님을 사장으로 모시는 큰 기업을 달라”는 기도를 했다. 당시 미술대학을 다녔던 박 목사는 그림을 그리기로 했고, 무엇을 그릴까를 고민하다가 성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열정을 담아 1년을 준비했던 전시회 결과는 형편없었다. 12만 원에 팔린 한 작품이 전부였다. 이것마저 3일 후 반품되는 수모를 겪은 박 목사는 하나님께 항의하고 따졌지만 ‘내가 그림을 잘못 그렸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실망한 박 목사의 눈에 들어온 것은 LED. 이 빛을 그림에 도입했다.
“이때부터 창세기 1장의 빛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1년 뒤 제 작품이 120만 원에 팔렸어요. 정확히 10배의 축복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 참가한 아트페어에서 이 작품들이 모두 팔렸는데,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격이었죠.”
그러면서 전시회 초청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해외에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와 파리 바젤에서 열린 전시회에도 참여했고,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5회 연속 작품이 낙찰되는 영예도 안았다.
“이후 계속 성장했지만, 한편으로는 말씀에 대한 갈급함이 컸습니다. 그래서 영국에서 미술을 하고 귀국한 후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 안수를 받았죠.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전도하는 게 나에게 맞다’고 생각했죠.”
박 목사는 성경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데 관심이 많다. 그리고 항상 새로운 방식으로 성경에 접근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런 작품 일곱 점을 선보인다.
# 심재국 목사
출석하던 교회가 문을 닫고, 크게 시작한 사업이 망하고 삶을 접으려고 했던 심 목사를 살린 건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하나님의 음성이었다. 이 음성을 듣고 그는 일어섰다. 이때가 마흔 살 즈음. 중앙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심 목사는 미국 리버티신학교로 늦은 신학 공부를 하러 떠났다. 2015년 목사 안수를 받은 심 목사를 기다린 곳은 오히려 캄보디아였다. 라이프대학교에서 교목으로 시무하면서 교회사를 가르쳤고,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그의 아내는 국제학교 교장으로 함께 사역했다.
하지만 이 사역도 오래 가지 못했다. 3년 정도 지난 2018년 어머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면서 심 목사는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머니를 돌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어머니는 마비된 몸인데도 왼손으로 성경 필사를 하셨고, 저는 그런 어머니와 함께 작업을 했죠. 이렇게 작품을 하면서 그림이 서서히 알려졌고, 2018년 열렸던 제27회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에서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예수님’이 특선을 받게 됐죠. 작년에도 특선을 했는데, 교회와 다양한 전시 공간에서 순회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심 목사는 예수님이 등장하는 성경말씀에서 그림의 주제를 잡는다. “아브라함에게 자손을 약속하는 하나님, 예수님이 양 떼와 함께 있는 장면, 풍랑 속에서 손을 내미시는 예수님 등 대체로 쉬운 그림을 그립니다. 성경을 읽고 감동 받은 부분을 사실적으로 그리는데, 그림에 대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 있게 그리는 거죠.”
이번 오직 예수전에서 심 목사는 그림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그리고 유화 여섯 작품에 신앙과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만나고 말씀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담았다.
# 나들 목사
일기예보로 가수 활동을 했던 때가 1993년부터 2000년까지, 7년 정도였다. 하지만 10년 동안 간이 좋지 않아 투병했고, 시골의 작은 교회를 섬기면서 다시 예수를 만났다. 그리고 신학의 길로 들어서 목회자가 됐고, ‘하나님이 나에게 어떤 일을 하게 하실 것인가’를 기대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됐다. 그림을 만난 것은 2014년이었다.
“‘내가 노래를 만들고 부르니까 음악과 그림이 어우러지는 공연을 하면 어떨까’를 생각했죠. 그래서 공연을 위한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에 깊이 빠지게 됐어요. 그림을 음악과 연결했고, 하나님의 길을 상상하면서 작품을 했습니다.”
나들 목사는 선한 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늘 고민한다. 그래서 하나님의 말씀과 성경 안에서 선한 것을 표현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금도 계속 찾는 중이라고 말한다.
“내 마음속의 하나님을 표현하려고 합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느끼고 감동을 받고, 크고 섬세한 은혜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가려고 매일 노력하죠.”
나 목사는 작품활동을 하면서 2010년부터는 듀오가 아닌 혼자서 일기예보의 이름으로 다시 노래를 부른다. ‘오직 예수전’이 열린 지난 3일에는 박진원-장동근 목사와 함께 아트리오(Artrio)를 구성해 콘서트를 열었고, 며칠 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으로 공연을 했다. 그리고 백석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후배들을 양성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여섯 작품을 출품했다. 빛에 대한 것을 표현했고, 하나님의 빛을 은혜롭게 표현하기 위해 시작한 그의 마음과 신앙을 담았다. 세상 사람과는 다른 길을 가는 신앙인의 인생, 그리고 당신은 어떤 길로 가는지 질문하는 작품들이다.
# 장동근 목사
집안 사정이 어려워 원하는 미술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장 목사는 일용직 노동자로 3년 동안 일했다. 이를 악물었고, 3년 동안 독학으로 준비한 끝에 미술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3년 동안 장 목사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 아픔과 고통을 달래야 했던 장 목사는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그러면서 신병이 앓았다.
“죽을 것 같아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떠났던 하나님을 다시 찾았죠. 그런데 기도해도 소용 없었습니다. 두려움을 안고 교회를 찾아갔는데, 예배 후에 예수님 꿈을 꾸고는 회복됐습니다. 원하던 미술 공부를 할 수 있었고, 2004년 전도사 때 천안에 교회를 개척하기도 했죠.”
장 목사는 200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10년 동안 목회에만 전념했다. 그러다 최근에서야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 목사를 지도하던 목사의 “미술을 계속하라”는 권고가 힘이 됐다.
“작품활동에 전념하면서 대한민국기독교미술대전에 출품했는데, 3년 특선을 하고 초대 작가가 됐습니다. 감격이었고, 하나님이 살아 역사하고 계시다는 것을 느꼈죠. 그리고 이름이 알려지면서 순회 전시회를 했는데, 십자가를 주제로 한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들을 철조 조각으로 제작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인천 숭의교회, 극동방송을 비롯해 28개 교회와 기관의 순회 전시회로 이어졌고, 지난 2017년 인천숭의교회 창립 100주년을 기념해 교회 앞에 세워진 기념 종탑 ‘새벽을 깨우는 사람들’도 장동근 목사의 작품이다.
미술교육과 조각 전공인 장 목사는 십자가 철공예로 시작해 회화까지 넘나들면서 회화와 조각을 결합한 입체회화 작품을 만든다. 이 작품들은 순회 전시회와 함께 천안에서 목회하고 있는 오병이어교회 갤러리에 상시 전시되며, 이번 전시회에는 조각품만 10작품 전시한다. ‘십자가만 자랑합니다’, ‘하늘 사다리’, ‘바보 예수’, ‘낮아짐의 은혜’ 등이다.
네 명의 목회자들이 참가하는 ‘오직 예수 8인전’은 서울 광화문 새문안교회에서 3일부터 30일까지 열리며, 두 번째 오직 예수전은 7월 31일부터 8월 27일까지 김영주-김용성-박병근-전태영 작가의 참여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