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평등법과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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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등법과 차별금지법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0.07.0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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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금지법’을 ‘평등법’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서 법 제정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차별 행위 금지와 예방, 피해 구제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 명칭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꿨는데, 그 약칭이 바로 ‘평등법’이다. 

인권위는 그간 ‘차별금지법’이라는 법률 이름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특히 ‘금지’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일각에서 개인의 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법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설명을 듣는데 ‘교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금지법이 그동안 반대에 부딪혔던 이유를 ‘차별금지’라는 네 글자 안에서만 찾으려면 답이 없다. 답을 찾으려면 옵션이 필요하다. 바로 차별금지법 앞에 의례 붙는 ‘포괄적’이라는 용어 안에 답이 있다. 보수적인 집단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동성애’와 ‘성적 지향’ 등이 이 ‘포괄적’이라는 단어에 내포돼 있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차별’이라는 단어에서 부정적인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차별을 ‘금지’하자는 법을 반대한다고 하면 차별을 지지하는 것처럼 느끼기 쉽다. 기자 초년병 시절 ‘차별 금지법’을 반대하는 교계의 분위기에 큰 당혹감을 느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교계는 차별을 조장하는 집단으로 매도되기도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인권위는 평등법 시안에 ‘성별’이나 ‘장애’, ‘성적지향’ 등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과 함께 국가의 차별시정 의무, 차별 구제 등에 관한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진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요소가 이미 깔려 있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말만 바꿨지 속은 똑같다. 평등법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그간의 반대 여론이 찬성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만 반대하는 이들에게 씌워졌던 ‘차별 조장 집단’ 이라는 낙인 외에 ‘불평등 주의자’라는 딱지가 새롭게 붙지 않을까. 불안한 염려가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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