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의 본질인 복음은 여전히 희망이고 해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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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의 본질인 복음은 여전히 희망이고 해답이다
  • 김선일 교수
  • 승인 2020.06.30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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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의 예배와 목회(3) - 코로나 시대, 전도의 의미

한 장소에 모아놓고 복음 전하는 방식 힘들어져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끼리의 모임은 더욱 강화
복음의 매력이라는 전도의 속살 더욱 선명해져야
바이러스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꺼려하면서, 끼리끼리로 좁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비대면 사회에서 집안에서 많은 일을 해결하는 홈족이 늘어난다고 해도, 인간적 만남에 대한 욕구는 억누를 수 없다.
바이러스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꺼려하면서, 끼리끼리로 좁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비대면 사회에서 집안에서 많은 일을 해결하는 홈족이 늘어난다고 해도, 인간적 만남에 대한 욕구는 억누를 수 없다.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는 우리의 기존 삶을 뒤흔들고 있다. 교회 생활도, 또한 전도의 방식도 예외가 아니다. 그 동안 우리에게 익숙했던 전도의 방식들이 이후에도 유효할지 의문이 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공공의 규범으로 정착되고 집합 모임에 대한 제한이 계속되면, 당장 총동원전도, 새생명 축제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한 장소로 모아서 복음을 전했던 집회전도가 힘들어질 것이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는 개인 노방전도도 코로나시대에는 용인되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그러면 전도에 위기가 닥칠 것인가? 당장 교회에서의 모임도 갖기 힘든 마당에 불신자들을 위한 전도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종교적 활동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높아지는 코로나 시대에 전도를 위한 자리가 남아 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서도 답은 정해져 있다. 전도의 행동 방식은 위축되고 재고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전도의 본질인 복음은 여전히 희망이고 해답이다. 복음을 담아내는 우리의 방식에 대해서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되어야 할 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가져다주는 구원의 능력이 위축될 순 없다. 코로나 시대, 전도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느슨해지고 무기력해지는 시대의 풍조 가운데서 복음의 능력과 희망에 대한 재 확신이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복음은 선포되고 경험되어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여러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고대 로마제국에서 전염병이 무서운 위력을 발휘했을 때 기독교인들이 했던 역할을 상기하곤 했다. 기독교인들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고 죽어가는 이들을 치료하고 돌보았던 교훈을 되새겼다. 이 주제에 대한 가장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는 책은 로드니 스타크(Rodney Stark)의 『기독교의 발흥』(The Rise of Christianity)이다. 

이 책에서 재난 시대의 전도에 대한 두 가지 의미를 엿볼 수 있다. 하나는, 기독교가 위기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고, 다른 하나는 두려움과 불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독교가 삶의 매력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날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이 재난의 시대에, 전도의 껍데기가 벗겨진다 할지라도 진리로서 복음의 능력과 삶으로서 복음의 매력이라는 전도의 속살은 더욱 선명해져야 할 것이다. 

 

복음은 대답한다

아무리 상황이 급박하고 불안과 위기가 증폭되더라도, 인간은 역경에 대한 지적인 설명을 원한다. 전염병이 강타하던 로마제국의 시대에도 기독교인들이 품은 내세와 부활에 대한 확신은 그 자체로 죽음 앞에서 두려워하던 이교도들에게 희망의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위기를 견디는 능력은 불굴의 의지뿐 아니라 위기를 해석하고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있는 지적체계인 것이다. 은혜와 긍휼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지만, 기독교의 복음은 이 재난을 어떻게 해석하고 복음은 어떻게 여전히 답이 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과제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번 팬데믹이 드러내는 사실은 인간의 탐욕과 약함이다. 심지어 가장 선진적인 문명을 구축했다고 자부하던 유럽 나라들의 시스템도 위기 앞에 얼마나 허술한지를 드러냈다. 이러한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는,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세계를 훼손하고 착취한 인간의 탐욕과 오만에 대한 경종이기도 하다. 

기독교는 단순히 예수를 믿으면 복을 받고, 죽어서 천국에 간다는 축소된 복음이 아니라, 어그러진 피조세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치유하고 회복된다는 새 창조의 복음을 제시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도 이 땅에 대한 가해의 동조자, 방관자이었음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교회의 전도는 개인 구원의 공식만이 아니라, 창조와 구원, 그리고 새 창조라는 하나님 나라의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어야 한다. 개인의 구원과 회복도 하나님 나라의 내러티브 안에서 가능해진다. 

하나님 나라의 치유와 새 창조의 복음을 제시한 사례로는 ‘넵킨전도’와 같은 방식을 들 수 있다(제임스 정, 『넵킨전도』). 이 방식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원래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습과는 달리, 죄로 말미암아 전쟁과 기근과 질병이 난무하는 세상이 되었음을 설명하며,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한 치유와 회복을 넵킨 등의 메모지를 이용하여 전달한다. 그 외에도, 앞으로 유튜브 등의 온라인을 통한 기독교 메시지 전파는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기독교가 인생과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길을 제시하는지를 알려주는 많은 노력들이 합력될 필요가 있다.  

    

지난 2018년 도서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전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일 교수.
지난 2018년 도서 ‘모든 사람을 위한 가족전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선일 교수.

복음은 인간을 돌본다

기독교는 하나님 나라와 새 창조라는 거대 비전을 제시하지만, 이는 승리주의적이거나 정복적인 세계관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시면서도, 약한 자와 죄인들을 개별적으로 돌보시고 치유하신 것처럼, 복음의 능력은 사람들의 곁에서 발휘되어야 한다. 특히 바이러스의 확산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바이러스로 인한 우울증과 불안증세도 확산되고 있다. 이번 팬데믹으로 인해서 현대 도시사회의 뚜렷한 양상이던 단절과 외로움마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알렌 크레이더는 그의 책 『회심의 변질』에서 초기 기독교 공동체가 이교도들에게 비쳐준 복음의 메시지는 ‘삶의 아름다움’(beauty of life)이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이 재난의 상황에서 기독교는 어떠한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줘야 할 것인가? 바이러스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꺼려하면서, 끼리끼리로 좁혀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비대면 사회에서 집안에서 많은 일을 해결하는 홈족이 늘어난다고 해도, 인간적 만남에 대한 욕구는 억누를 수 없다. 

그러면 기존에 잘 알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끼리의 모임은 강화될 것이다. 이점에서 가족전도의 중요성이 새삼 일깨워진다. 가족이 자주 모이는 것은 좋은 현상이지만, 자주 모인다고 해서 가족 간 우애가 더욱 깊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동안 가족이라고 해서 너무 편하고 당연하게 했던 삶의 태도를 점검해야 한다. 가족전도는 성품의 변화와 철저한 섬김이 없이는 발을 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1인 가족과 같이 전통적 가족의 범주에 들지 않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초대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의 가족 공동체로서 성장했다. 심지어 비혼 의향과 이혼이 증가한다 해도, 사람들이 가족을 원치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진정한 관심과 이해를 제공하는 이를 원한다. 

최근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 센터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불신자들로 하여금 교회에 나오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기독교인들의 실천으로 꼽은 것은 첫 번째가 ‘다른 이들을 더 잘 대우해줄 때’(treating other people better)이며, 두 번째가 ‘사람들의 필요를 돌봐줄 때’(caring for people’s needs)인 것으로 나왔다. 사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전도의 핵심 비결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복음의 진리 됨을 담대하게 선포하는 것과 복음의 확신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적 돌봄이다.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트신학대학원대학교전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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