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교회 생존할 ‘상생’의 정책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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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교회 생존할 ‘상생’의 정책 절실합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6.2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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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코로나 위기 몰린 상가교회, 출구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무차별한 공격은 교회도 피해갈 수 없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교회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주일 예배가 힘들어졌고, 몇몇 교회에서 감염이 발생하며 바이러스의 진원지라는 오해와 비난의 시선을 마주해야 했다. 교회 운영에도 차질이 생겼다. 예장 통합이 교단 1,135개 교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68.8%의 교회가 헌금이 줄었다고 답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사명 하나 붙들고 지역을 지켜왔던 상가교회들은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조그만 상가에서 수십 명의 성도들과 목회를 이어가던 이들에게 온라인 예배란 다른 세상 이야기다. 매달 날아오는 월세 고지서는 가뜩이나 힘든 상가교회의 목을 죄어온다.

지난 19일 하남을 찾아 지역 상가교회들의 고충과 코로나 시대 속 목회 이야기를 들었다. 참포도나무교회에 마련된 테이블엔 기공서 목사(성광교회) 김완규 목사(신성교회) 김종만 목사(하나로교회) 김진성 목사(참포도나무교회) 우인식 목사(하남몽골교회)가 함께 했다.

코로나로 안 힘든 교회가 없지만 특히 어려움이 큰 상가 교회는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상가 교회의 고민을 진솔하게 나눈 김종만, 김진성, 김완규, 기공서, 우인식 목사.(왼쪽부터)
코로나로 안 힘든 교회가 없지만 특히 어려움이 큰 상가 교회는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상가 교회의 고민을 진솔하게 나눈 김종만, 김진성, 김완규, 기공서, 우인식 목사.(왼쪽부터)

 

재정 어려움은 교회 존폐 문제로 직결

상가교회들이 피부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재정문제다. 통합총회의 조사에서도 헌금 감소가 가장 크게 나타난 곳은 미자립교회와 성도 수 500명 이상의 대형교회였다. 하지만 두 교회의 속사정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대형교회의 경우 대부분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는데다, 기존 사역들이 대부분 중단된 터라 지출도 함께 줄어 타격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하지만 상가교회는 다르다. 상가교회에게 재정적 어려움은 교회 존폐의 문제로까지 다가온다. 김종만 목사는 상가교회들은 코로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사역 변화의 폭이 크지 않다. 게다가 월세 고지서는 코로나에 사태에도 어김없이 날아온다면서 하남시교역자협의회 차원에서 작은 교회에 방역 물품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교회들을 찾았다. 그런데 300m 정도 걷는데 5개 상가교회가 문을 닫은 것을 목격했다. 주변에서도 몇 달째 월세를 내지 못해 속앓이를 하는 목회자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종교시설인 교회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서도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투입되는 공적 기금도 상가 교회들에겐 남 얘기나 마찬가지다. 각 교단과 노회가 힘닿는 대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상가교회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그것뿐일까. 같은 건물에 자리하고 있는 세입자들도 부담이다. 코로나 확산이 부담스러운 세입자들에게서 이 시국에 왜 예배를 드리느냐는 항의가 빗발치기 때문이다. 김완규 목사는 우리 교회는 같은 건물에 계신 분들과 관계가 좋다. 그럼에도 선제적으로 교회 문을 닫았다. 교회가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면서 예배를 계속한 교회들의 경우 같은 건물 세입자나 건물주의 항의를 들은 교회도 꽤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시대 교회의 대안으로 떠오른 온라인 예배도 상가교회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통합총회 조사에서 성도 수 500명 이상 대형교회들은 단 5.2%만이 현장예배를 드린 반면, 99명 이하 교회들은 44.2%가 현장예배를 고수했다. 29명 이하 교회의 경우 현장예배를 드린 비율이 53.6%에 이른다.

기공서 목사는 교회에 글을 잘 모르시는 어르신들이 많다. 사도신경과 주기도문이 새번역으로 바뀌었는데 어르신들이 읽으시지 못해 익숙한 옛 버전으로 돌아갔을 정도다. 이런 분들에게 온라인 예배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라면서 온라인 예배를 하고 싶어도 기술이나 자원의 한계에 부딪치는 상가교회들도 많다고 호소했다.

 

교회 연합회 차원에서 지원 필요

그렇다면 상가교회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목회자들은 교회 공동체의 연합과 나눔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실제 이들이 속한 하남시교역자협의회에서 실시한 방역 물품 나눔은 교회의 공동체 대응으로 좋은 예다.

우인식 목사는 상가교회는 대부분 비슷한 어려움에 처해있다. 이럴 때 지역마다 교회 연합회를 통해 물질적인 부분이나 방역물품, 사역 환경 지원 등이 이뤄진다면 코로나를 이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교회 연합회에 가도 상가교회의 어려움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상가교회 입장에선 먼저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 여유가 있는 교회들이 작은 교회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움직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 속에서도 희망은 있다. 조그만 규모의 상가교회일지라도 꾸준히 지역주민과 관계를 맺고 섬겨온 교회라면 주민들도 관심과 응원을 보낸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을 잃지 않을 때 코로나 사태의 해법도 발견하게 되리라는 것이 목회자들의 생각이다.

김진성 목사는 여태까지 교회가 숫자 불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내실은 부족하다보니 어려움이 터지면 휘청한다. 특히 무리하게 건축을 시도했던 교회들은 코로나를 맞아 부도가 나고 건물을 이단이 흡수하는 경우도 생긴다면서 코로나는 깨어서 다시 하나님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다. 교회의 본질에 집중할 때 사회와 교회가 공존할 수 있고 코로나 사태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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