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가치보다 영적 가치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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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가치보다 영적 가치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0.06.23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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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잠언이야기 ⑲ -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용사보다 낫다”(잠 16:32)

“땅콩이 너무너무 먹고 싶어지면 한 알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습니다. 그 고소한 맛을 입 속에서 즐긴 뒤 뱉어버리지요. 그리고 양치질을 합니다.” 최정상 레이스로 꼽히는 켄터키 더비 경마에서 수차례 우승한 유명한 기수(jockey)가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경주마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기수들은 체중을 줄이라는 극심한 압력을 받습니다. 더비 우승 경력을 가진 기수들의 평균 체구가 키 150cm, 체중 50kg 언저리인 그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땅콩 한 알 마음대로 먹을 수 없다는 말이 귓전에 맴돕니다. 

잠언 16장 32절은 자신을 통제하는 일이 어렵고도 값지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말씀입니다. 자신과 부하들의 목숨을 건 싸움에서 승리한 장수의 영광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사람의 영광이 더 큽니다. 하반절에 “마음을 다스리는 자”가 상반절의 “노하기를 더디 하는 자”라는 표현과 짝을 이루다보니 버럭하는 성질을 죽이고 화를 참는 것으로 이해되곤 합니다만 본래의 뜻은 넓은 의미로 자제력이 있는 사람, 절제할 줄 아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도, 대단한 일을 이뤄낸 사람도 절제하지 못하면 몰락하기 마련입니다. 사사 삼손은 사람의 영역을 넘어서는 놀라운 힘을 가지고도 나실인의 서원을 깨고 이스라엘을 이끌 지도자에게 걸맞지 않은 무절제와 방종으로 인해 파멸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는 적을 공격할 명분을 얻기 위해 수수께끼를 던지는 지혜자 놀음을 했지만, 성령께서 임하여 주신 은사(카리스마)를 제 것으로 알고 욕망을 위해 값싸게 굴리는 어리석은 사람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에게 주신 역할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 그의 패배의 원인이었습니다. 

근력의 싸움보다 중요한 것이 가치의 싸움입니다. ‘땅콩 한 알쯤 어때...’라고 말하는 목소리와 싸워 이긴 그 기수는 경주에서의 승리에 가치를 두었습니다. 잠언서에는 더 소중한 것을 붙잡는 지혜를 가르치는 ‘비교우위의 잠언’이 여럿 나옵니다. A보다 B가 더 낫다, A와 X를 갖는 것보다는 B와 Y를 갖는 편이 좋다라는 방식으로 더 소중한 것을 일깨워주는 격언들입니다. 

- ‌가산이 적어도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크게 부하고 번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15:16)
- ‌채소를 먹으며 서로 사랑하는 것이 살진 소를 먹으며 서로 미워하는 것보다 나으니라(15:17)
- ‌적은 소득이 공의를 겸하면 많은 소득이 불의를 겸한 것보다 나으니라(16:8)

재산에 마음을 빼앗겨 양심을 팔고 가정의 행복을 잃는 것보다는, 질박하더라도 신앙과 긍지를 지키는 것이 낫다는 말씀입니다. 잠언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축재와 성공을 긍정하며, 극도의 빈곤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것을 미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가 결정해야만 하는 선택지가 정신적, 영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의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더 높은 가치를 극대화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소소한 것부터 중대한 것까지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선택은 우리 자신도 행복하게 해줍니다. 욕망과 유혹에 휘둘리는 자신의 연약함만 탓하지 말고, 자신이 바라고 원하는 기준점과 가치관을 재점검하면서 오늘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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