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먹은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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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먹은 교회
  • 송용현 목사
  • 승인 2020.06.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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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

70대 할아버지가 국민건강공단에서 5대 암 검진을 받고 얼마 후 그 결과를 들고 어느 의사를 찾았다. 위장 조영촬영을 했는데, 검사 결과에 ‘위암이 강력히 의심되니 곧바로 내시경 검사를 받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은 영어로 쓰여 있었고, 환자는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는 언질만 받은 상태였다. 환자 부인은 지레 위암 같은 큰 병일 것이라고 생각해 큰 병원에 가자고 했으나 환자는 평소 혈압과 당뇨를 치료하던 의사한테 먼저 가자고 해서 동네 의사에게 온 것이었다. 

1주일 뒤 내시경을 보니 위궤양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암이라고 하기도 애매했다. 이 의사는 평소보다 2배 정도 많은 조직을 떼어 검사 의뢰를 했고 우선 위궤양 약물 치료를 시작했다 한다. 

‘소화성 위궤양이며 위암을 의심할 만할 소견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기다리던 할머니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할머니께 전화를 드렸단다. “암이라더냐”고 묻는 할머니께 의사는 “아니래요. 아니니까 병원에 오셔서 앞으로 치료에 대해 의논해 보지요”라고 대답을 했는데 그만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평소 귀가 어두웠던 할머니가 “암이래요, 암이니깐 병원에 오셔서 앞으로 치료에 대해 의논해 보시지요”라고 알아듣고는 곧바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 병원에 왔단다. 너무 놀라고 걱정이 돼서 왔다며 암이라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기독교연합신문에 연재하는 송태호 원장이 조선일보에 쓴 글 가운데 내용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보는 듯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귀가 어두운 자가 되어서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지 못하고, 듣기는 들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여서 절망하고 낙망하는 우리가 되지는 않았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요즘 좀 잠잠해지고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또다시 코로나-19 지역 확산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는 추세이다. 끝이 어디인지 언제일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지금까지 진리라 여겼던 기준들이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을 대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 사회도 그랬지만 한국교회도 준비 없이 갑자기 코로나를 맞았을 때 아무런 대비 없이 어안이 벙벙하여 제대로 된 대책과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온라인 예배로 대치하기는 했지만 대면(현장) 예배를 중단하고 정부의 시책과 사회적 이목으로부터 스스로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물론 교단과 지역, 교회의 여건에 따라 다르게 대응을 하긴 했지만 3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평가를 내리기는 섣부른 감이 있긴 하지만 코로나 사태의 현실에서 믿음의 귀를 다시 열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어느 목회자의 표현을 빌리면 코로나로 인하여 신앙의 생태계가 박살나 버렸다고 한다. 공동체성의 교회론이 깨어졌으며, 이런 일들로 인하여 교회의 집합성과 집례성을 부인하려는 신앙의 사조가 등장할 것이며, 전통적인 교회와 예배보다는 가상 교회(Cyber church)를 인정하려 할 것이고, 이런 신앙의 결과로 개인주의 신앙으로 흐르게 되면 결국은 공멸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존 파이퍼 목사는 우리가 지금까지 든든하게 여겼던 것들이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깨닫게 되었으며,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성경을 펼쳐들어야 하며 하나님의 말씀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시대가 요구하는 교회의 본질을 넘어서서 시대에 필요한 교회로서 거듭나지 않으면 결코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주님의 선포(요 3:5) 앞에 귀를 열고 믿음의 옷매무새를 고쳐 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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