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1세기 당시 헬라 로마적 상황에서 기독교 전파의 불리한 상황과 유리한 상황에 대해 소개했는데, 그렇다면 기독교의 신속한 전파의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나 오리겐은 기독교의 급속한 확산은 근본적으로 ‘하나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오리겐은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가르침을 받아 들일 수 있도록 모든 민족들을 준비시키셨다. 모든 민족들이 로마의 한 황제의 지배를 받도록 하셨다. 그리하여 민족 간에 상호 적대적인 태도가... 예수께서 ‘가서 모든 민족을 가르치라’고 하신 분부를 사도들이 실천하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셨다”고 했다. 유세비우스는 이러한 수용적 정황을 ‘복음의 준비’(praeparatio evangelica)라고 불렀다. ‘때가 차매’ 그 아들을 보내셨던 것처럼(갈 4:4), 하나님은 복음 전파의 적절한 때를 준비하셨다는 것이다.
복음의 확장에 대한 간단명료한 한 가지 대답은 있을 수 없다.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겠지만, 그리스도인의 건실한 가정 윤리, 기독교회가 가르친 평등사상, 형제애적 사랑, 그리스도인의 생활 태도, 평신도들의 증거와 선교, 변증가들의 활동, 공용어(lingua franca)로써 헬라어의 사용, 디아스포라 유대인과 회당의 징검다리 역할 등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특히 영국교회 감독이었던 선교사학자인 스테펀 닐(Stephan Neill)은 여러 불리한 조건 가운데서도 기독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를 6가지로 설명한 바 있다.
복음에 대한 확신(Burning Conviction), 수용적 배경(welcomed to their hearers), 그리스도인의 순결한 생활(purity of lives), 평등사상(a society without distinction), 자선사업의 영향(charitable service), 그리고 순교의 모습(effect of the persecution of the Christians)이 그것이다.
순교자들의 태도, 특히 여성도들의 태도는 공개적인 감동을 불러 일으켰는데, 이들은 극심한 탄압과 박해 중에서도, 그리고 순교 직전에서도 침착하고 품위 있는 행동, 바른 예절, 고문을 앞에 두고도 냉정을 잃지 않는 용기, 원수들을 대하는 예의, 고난을 기쁘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불신자들에게도 감동을 주었고, 이 때 받은 인상 때문에 후일 신앙을 갖게 된 사례들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순교자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인간적 용기의 모범이었으므로 기독교에 대한 박해는 선교와 복음의 확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2세기 중반 무명의 변증가가 기록한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낸 편지』(Letter to Diognetus)에서 한 말은 진실이었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으면 받을수록 그 수는 날로 증가해 가고 있다.”
기독교의 급속한 성공에 대한 다양한 주장이 있지만, 알란 클라이더(Alan Kreider)는 초기 3세기 동안의 로마제국에서의 기독교의 지리적 확장과 수적 성장에 끼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모범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즉, 그는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제한된 환경에서 박해 가운데 있었고, 기독교 복음을 공공장소에서 공개적으로 증거할 수 없었고, 기독교가 성장할 수 없는 환경 가운데 있었지만,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예수를 닮은 삶을 추구했다. 이것은 산상수훈을 실천하는 삶이었고, 사회적 약자들 가운데서 평등을 실천했다. 또 자비와 사랑을 실천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실천에 나타난 삶을 통해 시위되는 기독자적 생활 방식이 생명력을 지녔고, 그것이 복음의 확장을 가능케 했던 힘의 원천이었다고 알란 클라이너는 주장하고 있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