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청년 선교의 거름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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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청년 선교의 거름이 되겠습니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0.06.09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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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군선교사

기자가 복무했던 공병대대에는 교회가 없었다. 그래서 매주 주일이면 버스를 타고 사단 본부에 있는 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곤 했다. 평소에 마주치기만 해도 몸을 굳게 하던 사단장도 그곳에선 인자한 교회 장로님으로 변신해 우리와 같은 자리에 앉아 계셨다. 교회에서 집사님들이 해주는 집밥을 먹을 생각에 오후예배까지 남아있던 열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기자의 경우와는 다르게 대대급에도 많은 교회들이 세워져 있다. 하지만 그곳엔 군복을 입고 계급장을 단 군종장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민간인 사역자들이 군선교사라는 이름으로 헌신하며 묵묵히 교회를 지키고 있다. 기독교인들조차 모르는 이가 많고 이름조차 낯선 군선교사들이 받는 오해와 고충을 들어봤다.

군인 신분으로 활약하는 군종장교와는 달리 군선교사들은 대대급 교회에서 자비량으로 헌신하며 청년 선교를 위해 뛰고 있다. 사진은 오희준 목사가 사역하는 산돌교회 예배 모습.
군인 신분으로 활약하는 군종장교와는 달리 군선교사들은 대대급 교회에서 자비량으로 헌신하며 청년 선교를 위해 뛰고 있다. 사진은 오희준 목사가 사역하는 산돌교회 예배 모습.

군대도 선교지인가요?

선교라는 단어는 본능적으로 바다 건너 해외를 떠올리게 한다. ‘선교사라는 직함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군선교사라는 이름에 많은 성도들은 고개를 갸우뚱 기울인다. 군대를 왜 선교지라고 부르느냐는 물음은 이들이 가장 많이 접하는 오해 중 하나다.

17사단 예하 포병대대 산돌교회에서 사역하는 오희준 목사는 보기 드물게 신대원을 졸업하자마자 군 선교에 뛰어든 케이스다. 학사장교로 복무하던 시절부터 포병대대 산돌교회를 섬겼고 신대원 졸업 이후에 담임목회자로 깊은 연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군대도 선교지라는 마음으로 사역에 임한다.

오 목사는 많은 분들이 선교는 해외에서 하는 사역이고 국내 사역은 전도라고 나눠 생각하신다. 하지만 해외와 같은 특수성이 군대에도 있다면서 타문화권, 혹은 이질적인 환경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점에서 군대 역시 선교지이고, 군선교사들도 이름 그대로 선교사라는 마음으로 헌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역하는 교회에서 일체의 사례비를 받지 않고 자비량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이들은 일반적인 목사이기보다 선교사에 가깝다. 군선교사에 대해 알고 있는 성도들조차 이들이 사역하는 교회에서 당연히 사례비를 받으리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대급 부대의 경우 간부가 많지 않고 그 중 교회를 다니는 간부의 수는는 더 적다. 때문에 교회에 드려지는 헌금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오히려 군선교사들이 사비를 들여 병사들에게 간식과 선물을 전달하고 교회를 운영하는 실정이다.

당당히 선교사로 인정받는 해외 선교사에 비해 인식도, 처우도 열악하다는 것이 군선교사들의 설명이다. 백골부대 영광교회에서 9년째 사역하고 있는 전용만 목사는 군선교사는 자비량 서약서를 쓰고 활동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군선교사들이 주중에는 다른 일을 병행하거나 다른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 선교사들은 교회에서 정식 파송을 받고 후원도 받지만 군선교사들은 개 교회의 후원을 받는 이들이 많지 않다. 교회 운영과 장병들을 섬기는 비용은 물론 노회비나 시찰회비도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고 토로했다.

 

군종장교가 있는데 왜?

군선교사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은 군종장교가 있는데 왜 군선교사가 따로 필요하냐는 인식이다. 하지만 이는 군 교회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기에 나온 오해다.

군 교회를 일컬어 흔히 ‘1004 교회라는 표현을 쓴다. 군대 내 존재하는 교회가 약 1,004개 교회에 근접하기에 나온 말이다. 하지만 교회를 섬길 기독교 군종장교의 수는 약 25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군선교사들의 헌신이 없다면 어림잡아도 750여 교회가 목자 없는 양으로 남겨지고 만다.

6포병여단 전진교회에서 사역하는 임선택 목사는 군선교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사역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임 목사가 사역하는 999포병대대는 신병들이 오면 그에게 상담을 맡긴다. 군 간부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마음의 상처를 목사인 그가 발견할 때도 많았기 때문이다.

한 번은 상담 내내 시선을 맞추지 못하고 땅만 쳐다보는 신병이 있었다. 알고 보니 복잡한 가정사를 품고 있었고 교회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청년이었다. 그 후로 교회에 오면 늘 집밥을 해먹이며 부모의 마음으로 보살폈다. 그러자 점점 그 장병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임 목사는 그 장병의 전역일이 일요일이었다. 보통 전역일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른 시간 나가는데 교회에 선물을 들고 찾아와서 울며 감사했다고 인사를 했다. 아직까지도 종종 연락이 온다면서 그런 청년들이 많다. 그 청년들만 생각하면 사역의 이유를 찾고 힘들다가도 웃음이 나온다고 전했다.

 

군선교는 한국교회의 미래

누군가는 군부대 교회에 열매가 있을 수 있냐고들 말한다. 훈련소 기간을 제외하면 고작 15개월 동안 머무르다 떠나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목회하면서, 평생 함께하며 양육할 수 없는 양무리를 위해 헌신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듣기도 한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헌신하면서 해외 선교사에 비해 주목도, 후원도 거의 받지 못한다. 하지만 군선교사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대대급 교회를 지키고 있다. 이곳을 결코 떠날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오희준 목사는 군선교사의 역할은 한국교회를 살리는 것이라고 본다. 군에서 예수님을 만나 사회에 나가서, 또 교회에 나가서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는 청년들을 볼 때마다 사역의 확신이 생긴다면서 한국교회 다음세대가 위기라고 말하고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시대지만 군에서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살릴 기회가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것을 바라보며 군선교사들은 힘든 가운데서도 기쁨으로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임선택 목사는 군대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남성이 의무적으로 젊은 날을 바치는 곳이다. 이곳에서 군선교사들이 청년을 잡고, 사명을 잡고 진력할 때 한국교회의 미래가 더 밝아지리라 확신한다면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진력하고 있는 군선교사가 어떤 이들인지 기억해주시고 관심을 갖고 기도해주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기도와 관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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